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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지금은 스마트 교육 시대

지금은 스마트 교육 시대

애플에서 아이패드 출시를 발표했을 때 누구는 노트북을 생각했고 누구는 게임을 그렸다. 그리고 세계의 학부모들은 ‘교육 혁명’이라는 가슴 벅찬 꿈을 꿨다. 아이패드가, 태블릿 PC가 교육을 바꾼다고? 그렇지 않아도 컴퓨터, 인터넷이 아이들의 복습 시간을 빼앗아가곤 했는데. 그런데 진짜로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서프라이즈!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 그 꿈은 이뤄진다

태블릿 PC란 삼성의 탭, 애플의 아이패드 같은 휴대용 단말기를 일컫는다. 효시는 아이패드다.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 가장 주목받았던 패러다임은 ‘교과서 대체’였다. 모든 교과서가 단말기로 들어간다니 우선 아이들의 두 팔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됐다. 무거운 책가방도 필요 없게 됐고, 뒤죽박죽 엉망인 개인 사물함도 이제 체육복 정도만 수납하는 여유로운 공간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김민호군은 학교에서 숭례문의 역사와 어처구니없게 불타버린 사건의 개요 그리고 복원 공사 과정에 대한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민호군은 건축에 관심이 많다. 건축가인 아버지의 영향이다. 민호군의 가족은 건축 기행을 겸한 여행을 즐기곤 하는데, 서울의 어지간한 중세, 근대 건축물 앞에서 찍은 사진만 해도 족히 수백 장은 된다. 민호군은 숭례문의 ‘수난사’에 관심이 쏠렸다. 우리는 늘 잘 관리되고 번듯한 문화 유적만 보게 되는데, 그 역사를 살펴보면 고난의 순간을 겪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가슴으로 훅 들어온 것이다.

민호군은 ‘키노트’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든 ‘아, 숭례문’ 파일에 웹에서 검색한 관련 콘텐츠를 붙여 편집해 나갔다. 검색의 꼬리를 이어가다 보니 숭례문에 대한 자료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에도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는 단어, 모르는 단어 죄다 동원하고, 번역 관련 애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받아 교과서나 참고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고급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수집 작업이 끝나자 민호군은 선생님과 의논해서 프레젠테이션 기회를 마련했고, 발표를 들은 친구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보내주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민호군은 외국어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우리나라 근대 건축물에 대한 공부를 깊이 있게 하기 위해 필요한 전공과목이 역사, 건축, 인류학, 미학 등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숭례문 수난사’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민호군의 태블릿 PC 학습 습관은 이제 다른 과목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사용 초기 ‘게임에 빠지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던 부모님도 이제 마음을 놓기 시작했다. 민호군이 태블릿 PC로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 앱을 내려받아 레이싱을 즐기기도 한다. 하나의 태블릿 PC로 공부와 취미, 놀이를 넘나들게 된 것은 민호군 인생에서 무척이나 소중한 변곡점이 됐다. 그러나 민호군의 학습법에는 한계가 있다. 아직 교과서가 태블릿 PC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고, 누구도 민호군에게 태블릿 PC 학습법에 대해 가르쳐주거나 체계적인 정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교육청의 소중한 실험, 스마트 교육은 이미 시작됐다 민호군이 태블릿 PC를 이용한 자기주도학습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런 체계를 가장 먼저 시도한 곳이 부산교육청이다. 교육청의 목표는 ‘자기주도학습’의 실현이다. 태블릿 PC는 실현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은 상상 이상으로 체계적이고 선택적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학부모 간의 ‘협약서’라는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 실험 기간 동안 일체의 사교육을 중단하기로 하고, 혹 부작용이 일어났을 경우 어떤 보상이 있는지까지 서로 합의한 후에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했다. 협의를 마친 뒤 자기주도학습 방법을 설명하는 5일간의 가디언스쿨 수업이 진행됐다.

그 5일 동안 학생들은 자신의 꿈을 정리하고, 효율적인 공부를 위한 시간 관리법, 성적 향상에 꼭 필요한 오답 노트 작성법, 계획표 작성법, 교과서로만 공부하기 등 자기주도학습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이제 진짜로 자기주도학습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패드 등 태블릿 PC는 교재, 참고서, 발표를 위한 수단 등 수업 내용 공유를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선생님이 설명하면 아이들이 메모하고, 칠판에 필기하면 열심히 받아 적고, 목적도 모른 채 선생님이 내주면 무조건 채워내야 하는 숙제하기 등 과거의 방식이 아닌, 선생님과 학생이 스마트 기기를 통해 공부할 내용과 숙제의 목적, 연관된 자료 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태블릿 PC의 기본 기능 혹은 애플리케이션 기능에 의해 하이라이트 표시한 부분이 자동적으로 스터디 카드로 옮겨지는 등 기존의 교과서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몇 번의 탭만으로 이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됐다.

자기주도학습의 성공을 위해 시작된 부산교육청의 실험은 초기 10여 개 학교에서 이제 1백여 개 학교로 확산됐다. 그만큼 실질적인 효과가 입증됐다는 증거다. 성적이 얼마나 올랐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공부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고,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게 중요하다.

사실 학생 본인만큼 자신의 성적을 놓고 고민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든 공부 잘하는 학생이 되고 싶어 한다. 아쉽게도 오랜 세월 우리 교육계는 학생들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윽박지르고, 강제하며, 심지어 폭력적인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했다. 성장기 아이들을 나무 위에 올려놓고 어른들이 흔들어댄 꼴인 것이다.

자기주도학습 시범 운영 학교 가운데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인정받은 부산 분포초등학교의 성공 과정을 정리한 「한국의 아키타 기적의 분포초」(정철희 저, 행복한 나무)는 사교육에서 해방돼 교육과 학교의 주인공이 되어가는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놓고 연구하고 고민하는 교사들의 진지하고 즐거운 과정을 전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태블릿 PC의 역할이 강조되는 더 깊은 이유는 ‘친근감’이다. 오늘의 학부모 세대는 종이 책에 익숙하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절대적으로 종이가 아닌 전자 기기에 익숙한 세대다. 특히 모바일 기기를 손에 달고 사는 학생들에게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모바일 기기로 공부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매력적인 레이아웃, 인터렉티브 이미지, 3D 그래픽, 동영상 등 학생들이 좋아하는 방식의 비주얼이야말로 아이들을 책상머리로 끌어오는 가장 강력한 힘이 아닐까?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면 익숙해지는 과정 필요 부산교육청의 발 빠른 실험이 성공을 거두자 자기주도학습 실현을 위한 스마트 교육 열풍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교사들은 학교의 방침과 상관없이 미러링(장비가 고장 나는 사태를 우려해 데이터를 하나 이상의 장치에 중복 저장하는 것) 등 태블릿 PC를 이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이미 진행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교육 콘텐츠의 활용에 대한 스마트 교육을 본격 추진할 것을 선언했다. 내용의 핵심은 ‘디지털 교과서’와 ‘온라인 평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4년부터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중·고등학교 전 교육과정에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고 시험도 온라인으로 치른다는 것.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실시되기 전에 학생, 학부모 개개인이 준비해야 할 것도 있다.

‘습관’이다. 종이 교과서로 배우던 아이에게 갑자기 아이패드 등 태블릿 PC가 제공되고 그걸로 공부를 시작하라고 했을 때, 그 기기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기기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해둘 필요가 있다. 이것은 부정적 의미의 선행학습과는 다르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모바일 기기의 쓰임새를 ‘학습에 연결’시키려는 긍정적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그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태블릿 PC에 학년별 교육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그것을 구현해보는 것이다. 경남교육청에서 제시한 초·중·고생을 위한 교육 앱들을 참고할 만하다. 일단 무료 앱을 사용해보고 꼭 필요한 앱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초등학생을 위한 교육 앱의 경우 1, 2학년은 국어, 수학, 바른생활, 슬기로운생활, 즐거운생활과 관련된 앱이 3, 4학년은 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체육, 음악, 미술, 영어 등이 5, 6학년의 경우 3, 4학년 과목에 실과가 추가되는 등 전 과목에 걸쳐 관련 앱이 개발돼 있다. 또 ‘창의적 체험 활동’ 앱도 눈에 띄는데, 동아리 활동과 관련된 이야기, 사자성어, 즐거운 속담, 너도나도 한자 공부, 발명 카페, 올댓과학실험, 사물놀이 친구들, 만화 동물을 그리는 방법 등을 주목할 만하다.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는 ‘진로 활동’의 경우 어린이 직업 적성 검사, 드림트리, 진로아이두, 안녕! 네 꿈은 뭐니 등 아이들에게 유익한 오늘과 미래의 직업 이야기를 담은 앱이 나와 있다. 중학생을 위한 교육 앱은 수학, 영어, 과학, 사회, 역사 과목 등이 출시돼 있다. 수학은 다시 수와 연산, 문자와 식, 기하, 함수, 확률과 통계, 참고 자료 편으로 영어는 말하기, 읽기, 듣기, 쓰기, 어휘, 문법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과학은 물리, 화학, 생물, 지학, 융합으로 사회는 1학년 과정과 3학년 과정으로 나뉘어 나와 있고, 역사는 2학년과 3학년으로 구분, 교과목과 일치한다.

어른들을 위한 스마트 학습법 애플의 앱스토어의 경우 현재 2만개 이상의 교육 앱이 올라와 있다. 유아용부터 성인용까지 언어, 수학, 과학, 역사 등 다양한 종류의 교육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배움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교육 전문 웹 스토어인 아이튠즈 유(iTUNES U)에는 수천 가지 주제와 관련된 50만 가지 이상의 무료 강의, 동영상, 책의 다양한 자료가 있다. 언어만 해결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커리큘럼에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스탠퍼드 대학, 예일 대학, MIT, 옥스퍼드 대학, UC버클리 대학과 같은 수백 개의 대학교와 초등학교, 고등학교뿐 아니라 뉴욕현대미술관(MOMA), 뉴욕공립도서관 등 유수의 기관도 아이튠즈 유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실천만 할 수 있다면 태블릿 PC로 배우지 못할 그 어떤 분야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강좌 공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고려대, 이화여대, 울산대 등이 아이튠즈 유에 강좌를 개설했다.

<■글 / 이누리(프리랜서)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