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수능 연계’ 사교육 억제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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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시행 첫해 제외 별 효과 없어… 방과후학교도 제한적 영향뿐
정부가 사교육 경감 대책으로 2010년부터 EBS 교재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연계해 출제하도록 했지만 시행 첫해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박인우 고려대 교수와 김명랑 성신여대 교수는 26일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이 연 ‘서울교육종단연구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사교육비 지출실태와 교육매체 활용에 따른 사교육비 경감효과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울교육종단연구는 서울의 초·중·고교 학생들을 2010년부터 2018년까지 9년간 추적조사해 정책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시작됐다. 박 교수와 김 교수는 2010~2012년 서울지역 초·중·고생 1만3000여명을 상대로 EBS 시청과 사교육비 간 연계성을 분석했다.
두 사람이 연도별 사교육비 지출에 EBS가 어떤 영향을 줬는지 분석한 결과 초·중·고 모두 2010년에는 EBS를 시청하는 학생의 사교육비 지출이 감소했지만 2011년과 2012년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3년간 사교육 참여율은 83.1%, 87%, 85%로 EBS의 시청여부와 관계없이 높았다. EBS를 시청한 중학생은 2010년 조사대상자의 29%에서 2011년 32%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 기간 사교육 참여율은 76.9%에서 78.7%로 오히려 높아졌다. 고등학생도 마찬가지였다. 3년간 고등학생의 EBS 시청률은 37%, 41%, 59%로 늘어났지만, 사교육 참여율은 이 기간 69.3%, 77.9%, 73.4%로 큰 변화가 없었다. 박 교수는 “고등학생의 경우 고학년으로 갈수록 EBS를 시청하는 학생이 시청하지 않는 학생보다 사교육 참여율이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EBS를 시청하면서 사교육도 받는 고등학생은 2010년 조사대상 4941명 중 1266명(25.6%)이었으나 2012년엔 조사에 응한 4670명 중 2100명(45.0%)으로 비율이 높아졌다.
고등학생의 EBS 교재구입 비용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EBS 참여를 위한 별도의 교재를 구입하는 등 초과 지출이 유발된다면 학생과 학부모는 여전히 비용의 부담을 느낄 것이며 이것도 사교육이라고 인식할 것”이라면서 “EBS로 인해 증가하는 교재비를 공교육에 참여하는 비용으로 볼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EBS 프로그램은 교과연계성이 부족하고 학생 수준을 고려하지 않는 내용이나 지루한 형식, 진행방식 등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돼 EBS가 수능과 연계된다는 정책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공교육 차원에서 EBS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교육비 지출은 월가계소득과 부모의 학력이 높을수록, 특목중이나 자사고·특목고, 대학 진학 계획이 있는 경우 더 많았다.
또 다른 사교육 경감 대책의 하나인 방과후학교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초·중학교는 방과후학교 참여율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적었지만, 고등학생은 지난 2년간 별다른 상관관계를 찾지 못했다. 중학생은 방과후학교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더 높았으나, 고등학생은 반대였다.
박 교수는 “방과후학교 정책을 통해 사교육비가 감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공교육의 질을 제고해서라기보다는 방과 후에 아이들을 학원에 가지 못하도록 학교에 붙잡아둔 것 때문”이라며 “방과후학교를 두고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온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모든 사람의 사교육비를 완화하려 하기보다는 서민층 등 주된 대상을 정하고 그들의 수요에 맞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