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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MIT와 하버드경영대학원 출신으로 잘 나가던 금융 전문가였던 살만 칸은 2006년 수학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사촌 동생들을 위해 과외를 해줬다. 일일이 시간을 맞추기 어렵게 되자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동영상은 곧바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수학 원리의 핵심을 창의적이고 간결하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에서 감사의 이메일이 쏟아졌다. 종교적인 이유로 배우지 못한 젊은 여성부터 인종차별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흑인 학생, 배움의 길을 포기했던 어르신 등 사연이 다양했다.
칸은 교육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 '모든 곳의 모든 이들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무상교육'을 실현하고자 비영리 교육재단 '칸 아카데미'를 설립한다.
칸 아카데미의 교육 콘텐츠는 뜨거운 호응을 발판삼아 영역을 넓혀갔다. 4천여 개의 무료 수업 동영상 서비스가 이뤄졌고, 동영상 누적 재생 수는 2억4천200만건을 돌파했다.
동영상은 하나당 15분가량으로 핵심만 간추려 지루하지 않게 제작했다. 칸 아카데미는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끔 연습문제와 그래픽차트 등도 제공한다.
매월 수백만 명의 학생, 학부모, 교사, 직장인 등이 경제학, 경영학, 예술, 역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무료 동영상과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있다. 빌 게이츠 등 교육 영상에 감동 받은 이들의 거액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신간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원제: The One World Schoolhouse)는 살만 칸의 교육 철학과 함께 칸 아카데미가 성장한 과정을 흥미롭게 추적한다. 그러면서 '배움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칸은 전통적 교육이 고수하는 하향식 교육을 맹렬하게 비판한다. 숙제, 시험, 학년 구분, 학습 속도, 수업 길이 등 기존 전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교육을 그린다.
그는 결론적으로 '한세상학교'(One World Schoolhouse)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한세상학교에서는 통합적이면서 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인간적인 교육을 강조한다.
"어디서 천재가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아프리카 어느 마을에 사는 소녀에게 암 치료제를 발견할 잠재력이 있을 수도 있다. (중략) 왜 그들의 재능이 낭비되도록 내버려둬야 하나? 우리가 그런 아이들에게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제공할 기술과 자원을 갖고 있는 데도 제공하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14쪽)
김희경·김현경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312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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