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인물·이야기로 시작… 상상력 끌어낼 '조력자'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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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영 기자, 장은주 객원기자 |
프로 스토리텔러 2인이 말하는 '엄마표 스토리텔링 교육' 비결
가정에서 스토리텔링 교육을 시도하고자 한다면 엄마는 기꺼이 이야기꾼이 돼야 한다. 하지만 교육적 주제를 놓고 그럴싸한 얘길 만들어내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다. 맛있는공부는 '프로 스토리텔러' 심성훈(33·사진 왼쪽) 엔도어즈 티엘스튜디오 기획팀 대리와 이병욱(39) 와이쥬크리에이티브 기획팀장을 만나 '엄마표 스토리텔링 교육법'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심 대리는 온라인·모바일 게임 '삼국지를 품다' 시나리오 작가로, 이 팀장은 곡성군청(전남)·남양주시청(경기) 등 지방자치단체와 익산지방국토관리청(국토해양부) 등 국가부처가 위탁하는 역사·문화 소재 스토리텔링 콘텐츠 개발자로 각각 활동 중이다.
◇전달자·수용자 함께 완성해가는 '과정'이 핵심
심성훈 대리는 스토리텔링의 양대 축으로 '감정'과 '재미'를 꼽았다. "스토리텔링 교육의 원리는 '연상 작용'입니다. 수용자에게서 해당 주제에 대한 감정 변화와 흥미를 이끌어내 추후에도 해당 주제를 쉬이 떠올릴 수 있도록 돕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삼국지는 예부터 훌륭한 스토리텔링 교재로 활용돼 왔어요. 서당 훈장들도 충(忠)·효(孝) 등의 유교적 가치관을 쉽고 재밌게 설명할 의도로 삼국지 속 에피소드를 인용하곤 했습니다."
이병욱 팀장에 따르면 스토리텔링의 필수 요소는 '상호 작용'이다. "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예로 들어 설명해볼까요? 엄마는 'A'란 정보를 'A''로 변주해 설명합니다. 아이는 엄마의 얘길 듣고 'A''를 다시 'A"'로 받아들이죠. 이처럼 전달자와 수용자가 하나의 주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게 스토리텔링 교육의 핵심입니다. 기존 주입식 교육과 차별화되는 지점도 바로 여기 있고요."
◇좋은 결과물 얻으려면 '철저한 사전조사' 필수
스토리텔링 작업의 첫째 단계는 '(특정 주제에 대한) 사전조사'다. 심 대리의 경우 '삼국지를…'의 시나리오를 구상하기 위해 시중에 출간된 삼국지 10여 종을 독파했다. 이를 교육에 적용할 땐 수집하는 정보의 정확성 여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인터넷 검색으로 얻는 정보의 과반은 출처가 불분명합니다. 모든 정보는 반드시 현장 답사나 전화 조사 등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크로스체크'해보는 게 좋아요. 이미 자녀에게 전달된 정보 중 틀린 게 있다는 걸 발견한다면 엄마는 그 사실을 아이에게 정직하게 고지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학부모가 아이에게만큼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거든요."(이병욱)
다음 단계는 '이야기 콘셉트와 등장인물 성격 확정'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하는 이야기는 등장인물이 사건을 이끄는 일명 '캐릭터쇼(character show)' 형식을 띱니다. 따라서 핵심 인물의 성격만 구체적으로 잡아놓으면 이야기는 저절로 흘러가게 돼 있어요. 같은 원리를 스토리텔링 방식에 적용, 역사적 사건을 가르치고 싶다면 특정 인물을 활용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예컨대 3·1절이 주제라면 유관순(1902~1920) 열사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나 연극을 만들어보는 식이죠."(심성훈)
◇시작 어려울 땐 '기존 얘기 변형' 훈련 효과적
두 사람은 스토리텔링 교육을 어려워하는 학부모에게 "기존 이야기 변형 훈련으로 시작해보라"고 입을 모았다. 이병욱 팀장에 따르면 스토리텔링 중에서도 최고 난이도는 '없는 이야기 지어내기'다. "수학적 개념이나 영단어와 관련된 상황을 지어내는 경우가 대표적이죠. 반면, 해당 주제와 관련된 실제 인물이나 사실이 존재하는 과목(단원)은 스토리텔링 교육 방식을 적용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과학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예로 들면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1642~1727)이 경험했다는 '떨어지는 사과' 관련 일화가 흥미 유발에 딱 좋은 소재입니다."
학부모가 취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교육의 마지막 단계는 수용자, 즉 자녀에게 '(글을 통한) 이야기 구성권'을 주는 것이다. 단, 그러려면 자녀가 글쓰기에 흥미를 느끼도록 유도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심 대리의 경우, 꾸준한 일기 쓰기로 스토리텔링 능력을 계발해 왔다. "일기장에 기분 내키는 대로 아무 글이나 적었어요. 글이 안 써질 땐 유행가 가사나 마음에 드는 글귀, 만화를 끼적였죠. '나'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써본 기억도 나네요."
이 팀장은 "스토리텔링 교육에서 엄마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조력자"라고 강조했다. "엄마는 모범 답안을 대신 써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녀가 답안을 쓸 수 있도록 도화지를 제공하는 사람입니다. 아이가 마음에 안 드는 답을 꺼내놓았을 때 이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준비도 돼 있어야 해요. 물론 'A'란 이야기를 'A''가 아닌 'B'로 변주했을 경우, 이를 바로잡을 정도의 가이드라인은 제시할 수 있어야 하겠죠."
[최민지 맛있는공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