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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울산과학기술대 1년 주혁준(서울 문일고 졸)군

울산과학기술대 1년 주혁준(서울 문일고 졸)군


이경민 기자

"고 3 때 확 바뀐 꿈… 솔직하게 계기·과정 보여줬죠"

고교 전학 이후 슬럼프… 공부법 새로 익혀

복습 중심으로 공부하고 오답 철저히 분석

비교과활동, 고 2 때부터 늘려가는 게 좋아


"슬럼프 극복 비결요? 의욕이 없을 땐 공부량을 줄이고 친구들과 축구하며 신나게 놀았죠. 평소에도 무리한 학습계획을 세우기보다 제 능력의 80% 정도만 반영, 여유 있게 공부했습니다." 어제(27일) 입학식을 치르고 울산과학기술대(Ulsan National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이하 '유니스트') 신입생이 된 주혁준(서울 문일고 졸)군은 고 1 초반만 해도 성적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당시 서울의 한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에 진학했던 그는 입학 한 달 만에 일반계 고교(이하 '일반고')로의 전학을 감행했다. 내신 경쟁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는 "자사고의 좋은 학습 환경을 포기하는 게 내심 아까웠지만 '일반고에서 그만큼 더 열심히 하자'며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성적 향상 비결? 오답문제, 재풀이 과정 반드시 거쳐

주군은 전학을 결심한 후 집 주변 일반고를 꼼꼼히 살펴 (심화학습과 동아리 지원 프로그램이 활성화된) 문일고를 택했다. 하지만 '일반고 내신은 만만하겠지'란 그의 기대는 처음부터 빗나갔다. 전학 후 치른 고 1 1학기 중간고사에서 전교 30등에 머문 것.

충격이 컸던 그는 학습 계획표를 꼼꼼히 짜며 공부법 수정에 나섰다. "과목과 분량을 정확히 정해 '1개월→ 1주→ 1일' 단위로 계획을 세워 공부했습니다. 월 1회 문제집 등을 활용, 혼자 모의시험을 치른 후 목표 점수를 설정했죠. 그런 다음, 1주일간 무슨 과목의 어떤 문제집을 몇 번 반복해 풀지 정했죠. 하루 계획은 주간 계획에 따라 세우되, 국어·영어·수학·과학 등 주요 과목을 고루 공부할 수 있도록 짰습니다." 바뀐 공부법 덕인지 1학기 기말고사 직후 그의 성적은 전교 5등으로 껑충 뛰었다. 2학년 2학기부터는 전교 3위 이내 성적을 유지, 3년 평균 내신 성적 1.3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주군은 "고 1 땐 학습법을 익히며 내신·모의고사 성적 관리에 신경 쓰고, 비교과활동은 (진로가 뚜렷해지는) 고 2 때 이후 교내 행사를 중심으로 늘려나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공부할 땐 복습에 초점을 맞췄다. 학교 수업 내용은 그날 바로 복습했고 틀린 문제는 '1주일 후'와 '1개월 후' 다시 풀어 완벽하게 점검했다. 세 차례 모두 틀린 문제는 오답노트에 수록, 휴대하며 반복해 익혔다. 그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모의고사 수리영역도 같은 방식으로 공부해 효과를 봤다. 실제로 이 공부법 덕에 1학년 때 5등급에 그쳤던 수리영역 성적은 2학년 때 2등급(백분위 95%)까지 올랐다. 주군은 "문제는 적게 풀더라도 오답을 철저히 분석하며 반복 학습하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 말했다.

◇계기 뚜렷하다면 목표 달라져도 '오케이'

주군은 고 3 때 장래희망과 목표 대학·학과가 모두 바뀌었다. 당초 화학이나 신소재공학 관련 학과 진학을 꿈꿨지만 위암 투병으로 임종하신 할아버지를 보며 '인공장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그에 따라 희망 전공도 의생명공학(혹은 나노학) 분야로 옮겨갔고 유니스트 진학을 결심하게 됐다. 입시 준비법도 대폭 달라졌다. 그는 "이전까진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우수자 전형에 지원할 생각이었지만 유니스트가 100% 입학사정관 전형 선발제를 고수하고 있어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당장 그는 고 3 4월부터 자기소개서를 쓰기 시작했다. 국어 담당인 담임 교사에게 수 차례 퇴짜를 맞으며 고쳐 쓰기를 반복했다. "처음엔 '친구들과 환경 미화 활동을 펼쳤는데 아주 즐거웠다' 수준으로 썼어요. 제 글을 읽은 선생님이 '자기소개서엔 널 드러내는 스토리가 담겨야 한다'는 조언을 주셨죠. 수정을 거듭한 결과, 실제 대학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엔 (환경 미화 활동에 참여하며) △친구들과 어떻게 일을 분담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얘길 나눴으며 △그 덕분에 학년 초 서먹하던 친구와의 사이가 어떻게 가까워졌는지 등의 구체적 내용이 담길 수 있었습니다." 비교과활동 측면에선 △발명 동아리 활동 △수학·과학 심화수업 참가 △화학 경시대회 최우수상 3회 연속 수상 등 교내 활동 실적을 강조했다.

유니스트 면접은 과학(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중 택일) 면접, 수학 면접, 인성 면접 순으로 각 20분씩 총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과학·수학 면접은 10분간 미리 주어진 문제를 풀고 남은 10분간 면접관에게 자신의 풀이를 말로 설명하는 형태였다. 지원 대학 중 유니스트가 첫 면접이었던 주군은 심하게 긴장한 나머지 처음엔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면접관인 교수가 "고교에서 화학을 배우긴 했느냐"고 지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쉬이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수학 면접장으로 이동할 때 맘을 다잡았어요. '이대로 포기하는 건 (그간 목표로 해 온) 대학과 (열심히 공부한)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죠. 가장 가고 싶던 대학이었기 때문에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인성 면접에선 유니스트가 무전공 입학제를 운영하는 만큼 '희망 전공'에 관한 질문이 나왔어요. 학생부 '장래 희망' 란을 보고 '왜 꿈이 바뀌었느냐'는 질문도 덧붙여졌죠. 보통 입학사정관 전형은 '일관된 꿈'이 중요하다고들 하잖아요. 하지만 청소년기 꿈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 계기와 과정을 입학사정관에게 잘 보여줄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