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열쇠는 간판 아닌 '실력'… 뚜렷한 가치관 세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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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참가자(가나다 순) 김성민(31·카이스트 졸, 르노자동차 프랑스 본사 원가분석팀) 김영서(18·서울 개포고 2년) 민유주(32·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 로펌 애셔스트 도쿄지사) 윤지영(18·서울 반포고 2년) 이지연(30·고려대 경영대학 졸, 삼일회계법인 글로벌본부) 정유현(18·서울 현대고 2년). (왼쪽부터)김성민·민유주씨,김영서양, 이지연씨, 윤지영·정유현양. 최근 '왜 그녀들은 해외취업을 선택했을까?'(서울문화사)를 펴내기도 한 김성민·민유주·이지연씨는 세 여고생에게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고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라"고 강조했다. /염동우 기자 |
세계 누비는 '파워 우먼', 알파걸을 만나다
요즘 학교의 주역은 단연 여학생, 일명 '알파걸'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파워 우먼(power woman)'을 꿈꾼다. 하지만 학교 성적 좀 좋다고 모두가 파워 우먼 자릴 꿰차는 건 아니다. 갈수록 좁아지는 대학 입시와 취업난의 양대 벽에 부딪혀 꿈은 오히려 좌절되기 십상이다. 이들이 진정한 파워 우먼으로 성장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맛있는공부는 지난달 24일 국내 대학 졸업 후 글로벌 기업에 입사해 승승장구하는 파워 우먼 3인과 고교 2년생 '알파걸' 3인의 만남을 주선했다.
◇교환학생·영어 강좌 등 적극 활용해 정면 돌파
알파걸 3인은 '국내 대학 졸업 여성이 글로벌 기업에 입성한 비결'을 가장 궁금해했다. 이들에게 글로벌 기업 입사의 발판이 된 건 '교환학생 제도'였다. 이지연씨는 "대학 입학 당시부터 교환학생 선발을 염두에 두고 학점·토익 성적을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대학 2학년 2학기 때 캐나다 요크대 슐릭비즈니스스쿨에서 수학할 수 있었다. "교환학생을 떠나기 전 1년간 영어를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하지만 막상 현지 학교 첫 수업 땐 한마디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죠. 충격이 컸습니다. 이후 듣기 기본부터 시작, 부단한 노력으로 10개월 만에 경영학 수업을 이해하고 팀 프로젝트를 무리 없이 해낼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췄어요. 그때 얻은 자신감과 성취감은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죠."
민유주씨는 "글로벌 기업 입사를 좌우하는 건 국내 명문대 졸업장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전 대학 때 평균 학점이 4.0이었고 장학금까지 받았어요. 하지만 미국 로펌에 이력서를 냈을 때 면접관은 제 모교를 그리 대단하게 보지 않았죠. 한국 대학에 대해 알지 못했거든요. 해외 기업으로 눈을 돌리면 서울 명문대나 지방대나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에요. 어느 대학이든 교환학생 제도도, 영어 강좌도 있죠. 그걸 최대한 활용해 실력을 쌓는다면 누구든 글로벌 기업 입사 관문을 뚫을 수 있습니다."
김성민씨는 과학고 조기 졸업 후 카이스트에 진학할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지만 정작 대학에 들어간 후 진로를 정하지 못해 한 차례 휴학까지 하며 갈팡질팡했다. 그는 "고교 시절 '공부는 왜 해야 하는 건지'에 대한 고민 한 번 없이 공부만 했던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진로 결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그는 4학년 2학기가 돼서야 프랑스 그랑제콜로 교환학생을 떠날 수 있었다. "지금 고교생인 후배들은 학교 공부나 입시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고교생 신분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꽤 많아요. 여러 가지를 경험하면서 본인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 보완해야 할 것 등을 찾고 노력한다면 미래는 달라질 거예요."
◇충실히 공부하면 '꿈' 선택의 폭 넓어져
파워 우먼 3인은 '삶의 방향과 가치관만 뚜렷하면 고교 시절 꿈은 다소 두루뭉술해도 상관없다'고 여긴다. 민유주씨는 "자신이 꿈꾸는 삶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로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생각이에요. 누가 시켜서 갖게 된 꿈은 사소한 역경에도 스러지기 쉽거든요. 고교 시절 전 주말마다 서점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온갖 책을 읽으며 제게 맞는 분야를 찾았어요. 동시통역사·외교관·국제변호사처럼 '국제적 업무를 해내는 전문가'가 되고 싶었죠. 국제변호사란 구체적 목표를 가진 건 대학 진학 이후였고요."
이지연씨의 생각도 민씨와 비슷하다. "꿈은 대학 진학 이후에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어요. 고교생인 지금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 있죠. 공부를 충실히 해두면 훗날 새로운 꿈을 갖게 될 때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지고 실현 가능성도 커지니까요."
◇영어? 발음보다 고급 어휘 구사력이 중요
이날 후배들은 외국어, 특히 영어 학습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하지만 세 명의 선배는 "영어에서 정말 중요한 건 발음이 아니라 고급 어휘 구사력이며 대학에서도 얼마든지 계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학교 3년을 미국에서 보냈지만 당시 배운 영어는 생활 회화 수준에 불과했어요. 그래서 대학 입학 후엔 영어 강의를 일부러 찾아 듣고, 한국어 강의도 영어 원서 교재로 공부했죠. 시험 답안도 교수님에게 양해를 구한 후 영어로 작성했고요. 교내 소규모 영어 토론 모임을 결성, 활동하기도 했습니다."(민유주) "고 3 때 '해외 기업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가진 이후 줄곧 미국 드라마로 영어 회화를 익혔어요. 알아듣지 못해도 네댓 번 이상 돌려 보며 듣기 능력부터 키웠죠. 좋아하는 미국 배우의 억양과 말투를 똑같이 따라 말하는 훈련도 계속했습니다."(이지연)
인터뷰 말미, 세 사람은 후배들에게 "글로벌 기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영어 실력(혹은 전문 지식) 부족'이 아니라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오해'"란 설명과 함께 '열린 마음'을 주문했다. 특히 김성민씨는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려면 폭넓은 세계관 아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유동적 사고를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