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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공부는 어떻게?

내 아이 맞춤 수업, 적임자는 나" 엄마가 팔 걷었다

내 아이 맞춤 수업, 적임자는 나" 엄마가 팔 걷었다


 

박자영씨가 다양한 교구를 활용해 딸 김서희양, 아들 김영찬(5)군과 과학 공부를 하고 있다. /이경민 기자

"세 아이와 함께 공부할 영어 교재를 살피러 나왔어요. 요즘은 '엄마용 가이드북'이 딸린 교재나 교육법을 배울 수 있는 웹사이트가 많아져 직접 가르쳐볼까 하고요."

지난달 15일, 제27회 서울국제유아교육전 현장(서울 코엑스)에서 만난 최정화(40)씨가 말했다. 이날 현장엔 최씨처럼 '엄마표 교육용 교재'를 고르려는 학부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교사 못지않게 학습 내용을 파악하는 건 물론, 교구까지 손수 만들어 가르치는 일명 ‘스마트 맘(smart mom)’이 급증하고 있다. 이은정 한국헤르만헤세 편집팀장은 “올해 (엄마용) 가이드북이 포함된 유아 서적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약 40% 증가했다”며 “유아기는 엄마와의 교감이 중요한 시기여서 (방법만 옳다면) 엄마표 교육이 학원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전문가도 아닌 엄마가 아이를 가르친다’는 데 의문이 제기되는 게 사실이다. 맛있는공부는 스마트 맘 3인을 만나 그들의 경험담과 교육 노하우를 취합했다. 스마트 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전문가 조언도 곁들였다.

사례 1|조윤하씨

네 살 난 딸을 둔 조윤하(32·경기 성남)씨는 얼마 전 아이에게 영어를 직접 가르치기 위해 학원에서 영어독서지도사 과정을 수료했다. 요즘은 파닉스전문가 과정까지 수강 중이다. 육아휴직 도중 ‘엄마표 교육’에 관심을 가진 그는 우선 인터넷 커뮤니티와 블로그에서 정보를 수집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 아이에게 맞을지, 이론적으로 검증된 방법인지 몰라 한참을 헤맸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등록한 학원에서 그는 영어교육 이론과 기술, 교구 활용법 등을 익혔다. “학원에서 제대로 배우고 나니 아이를 보는 ‘눈’이 생겼어요. 인터넷에 의존할 땐 아이의 학습 속도가 조금이라도 더디면 ‘왜 효과가 없지?’라며 금세 실망하곤 했거든요. 인터넷에서 보고 무작정 따라 하던 방법의 이론적 기초와 효과를 알고 나니 한결 덜 불안하더라고요. 올바른 교육법을 실천한 덕분인지 요즘은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는 시간도 늘고 영어에 대한 거부감도 줄었습니다.”

사례 2|박자영씨

올해로 6년째 두 자녀를 직접 가르치고 있는 박자영(35·서울 구로구)씨는 ‘아이의 성향과 흥미에 맞춰 수업할 수 있다’는 점을 엄마표 교육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하루는 우주에 대해 가르치면서 태양계 관련 수업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태양계보다 별자리에 더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곧장 수업 주제를 ‘별자리’로 바꿨죠. 이런 ‘맞춤형 수업’은 엄마표 교육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씨는 큰딸 김서희(8)양이 세 살 때부터 이웃 엄마들과 ‘품앗이’ 교육을 시작했다. “혼자 가르치다 보니 제 교육법이 바른지, 아이들 학습 수준은 어떤지 확신이 안 섰어요. 교육 기준을 세우고 아이들에게 또래와 어울릴 기회도 줄 겸 품앗이 교육을 시작했죠.”

박씨는 게임 등을 활용, 아이들의 수업 참여도를 높인다. 예컨대 ‘교과서 연계 독서’를 할 땐 ‘책 찾기 놀이’를 하는 식이다. 그는 한 가지 주제를 제시하고 집안에서 관련 책을 모두 찾아오게 한 다음, 표지 그림을 소재로 대화하거나 그림을 그려보는 방식으로 지도한다. 박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초등 6학년 교과서까지 구비했다”며 “학교 교육이 통합교과형으로 바뀌는 추세여서 엄마가 흐름을 잡지 못하면 자칫 단편적 지식만 가르치게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례 3|최미향씨

최미향(32·경북 포항)씨는 다섯 살 아들에게 한글·한자·영어 등을 직접 가르친다. 아들이 첫돌을 갓 지났을 무렵, 창의력 교구 관련 방문학습 상품에 가입했지만 효과가 신통찮았기 때문. 그는 “강사 방문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아이 컨디션에 관계없이 수업이 진행돼 효과가 반감되더라”고 말했다. 최씨의 자녀 교육 비결은 다양한 교구 활용이다. 무엇보다 아이가 재미를 느낄 방법 찾기에 주력한다. “제 경우 게임을 주로 활용했어요. 한글을 가르칠 땐 단어 카드를 바닥에 뿌려놓고 문제를 낸 후 아이가 정답 카드를 들고 오면 스티커를 주곤 했죠.”

최씨는 “책이나 인터넷에 제시된 ‘모범 사례’에 자기 아이를 끼워 맞춰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아이 성향에 안 맞는 교육법을 강요하면 되레 역효과만 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대신 엄마가 직접 가르치는 가장 큰 이유는 ‘즐겁게’ 공부시키기 위해서예요. 결과에 지나치게 연연하면 오히려 아이와 멀어질 수도 있다는 점, 명심하세요.”

 

'스마트 맘 교육' 전문가 조언

욕심 내려놓고 아이 스스로 답 찾게 안내해야

교육 기업 교습 정보·지도법 포함된 교재 활용

전문가에게 실력·교육 방식 점검받는 것도 도움

스마트 맘의 숫자가 늘면서 교육계엔 이들을 겨냥한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이은정 팀장은 “최근 학습 교재 시장만 봐도 통합교과형 교육이 가능하도록 상세한 지도법이 포함된 교재가 다양하게 출간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시계’를 다룬 책이라면 시간 판독법부터 기기 구성, 시간의 개념까지 가르칠 수 있게 구성돼 있습니다. 교재 홈페이지엔 엄마들이 시계 모형을 따라 만들 수 있는 도안까지 올라올 정도죠.”

교원·기탄교육 등 교육 기업들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교육 정보를 공개하며 스마트 맘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황수진 교원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최신 교육 정책이나 학사 일정별 공부법 등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 엄마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녀를 가르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엄마들에게 전문 교육 이론이나 방법을 지도하는 학원 강의도 생겼다. 최근 엄마 대상 영어독서지도사 과정을 개설한 YBM ETA가 대표적 사례. 은수정 YBM ETA 매니지먼트팀 부장은 “아이가 학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지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 공부에 뛰어드는 엄마가 부쩍 늘었다”며 “특히 자녀가 아직 어린 젊은 엄마들은 영어 교육을 많이 받은 세대여서 교육법만 잘 익히면 학원 강사 못지않게 잘 가르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엄마표 교육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건 ‘엄마의 욕심’. 경기도교육청 편찬 창의 수학 교과서 집필진 중 한 명인 김성근 경기 수원 수성고 교감은 “아이와 공부할 때 ‘이것도 모르냐’ 같은 말은 절대 금물”이라며 “‘어떤 걸 모르겠니?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의 문답형 대화를 통해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수정 부장은 “혼자 아이를 가르치다 보면 자신의 교수법이 옳은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엄마표 교육 이전 본인의 기본 실력과 지도 방식을 전문가에게 점검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syoh@chosun.com]

[남미영 맛있는공부 기자 willen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