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집중하고 학습자료 꼼꼼 정리… 습관이 실력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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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양의 다락방은 선수학습을 하며 읽은 책들로 가득 차 있다. |
김정우(인천 강화여중 3)
공부법은 어느 날 갑자기 체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릴 때부터 몸에 배인 일종의 ‘습관’ 같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올바른 공부법을 익히는 시기는 이를수록 좋다. 맛있는공부는 오늘부터 새 연재 ‘우수 중고생의 생생 공부법’을 선보인다. 서울대 드림컨설턴트 멘토 집필진이 꾸리는 인기 코너 ‘명문대생의 생생 공부법’의 중고생 버전인 셈이다. 단, ‘명문대생의…’와 달리 이 코너는 해당 중고생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편집자
"중학교 1학년 초 수학 시간이었어요. 처음 배우는 공식을 이해하려고 끙끙대는데 저만 빼고 다들 이미 문제를 풀기 시작하는 거예요. 억울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어요."
김정우(인천 강화여중 3년)양은 중학교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선행학습'의 개념조차 몰랐다. 하지만 중학교 졸업을 얼마 앞둔 지금은 전교 상위 2% 이내 성적을 자랑한다. 1학년 땐 인천시교육청 산하 영재교육원에서 영어영재로 선발되기도 했다. 열여섯 소녀의 '반전 드라마'는 어떻게 완성됐을까? 지난달 20일, 김양을 만나기 위해 강화도로 향했다.
◇수업 중 궁금증은 100% 수업서 해결
정우는 공부하려야 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 초등 2학년 때 원인 불명의 병을 얻었기 때문. 병원에선 그저 "뇌척수막염과 유사한 증상"이라고만 말했다. 책만 보면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결석을 밥 먹듯 했다. 날로 늘어가는 병원비로 가족의 수입은 늘 '마이너스'였다. 학원은 꿈도 못 꿀 환경이었다. 그래서 중학교 첫 수업 당시 받은 충격은 더더욱 컸다. "너무 놀랐고 한편으론 억울했어요. 그래도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자 싶었죠."
정우는 '수업 시간만큼은 절대 딴짓 않고 집중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특히 수업 중 교사가 강조하는 부분은 일일이 'T'자 표시를 해뒀다. '선생님(Tea-cher)이 시험(Test)에 나온다고 말씀하신 내용'이란 의미였다. 수업 도중 이해되지 않는 내용은 무조건 수업 시간에 교사에게 물어 해결했다. 질문거리가 너무 많아 수업이 길어질 땐 친구들의 눈초리가 사나워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결석하는 날이면 친구 두세 명에게서 교과서를 빌려 꼼꼼히 비교했다. 그런 다음, 예의 'T' 자를 적어넣었다.
◇드라마·만화… "모든 게 내겐 교과서"
출발선 자체가 다른 친구들과의 경쟁은 버거웠다. 선행학습 덕분에 친구들이 10분이면 이해할 내용도 정우는 그 두세 배의 시간을 들여야 정복할 수 있었다. '이대론 안 되겠다'고 결심한 그는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법 관련 책을 모조리 대출했다. 빌려 온 책들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한 결과는 '선수학습과 배경지식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TV 드라마, 만화책 등 일상 생활에서 수업 관련 내용을 찾아내려 애썼어요.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1835~1910)의 소설 '왕자와 거지'(1881)를 읽으며 영국 절대 왕정 시대 관련 자료를 찾고 드라마 '해를 품은 달'(MBC)을 본 날엔 조선시대 세도정치를 공부하는 식이었죠."
세상 모든 게 교과서였던 정우의 '호기심 학습'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위력을 발휘했다. "건강을 생각하면 독서량을 줄여야 하는데 전 엄마에게 들킬세라 책을 늘 방에 숨겨와 조심조심 읽었어요. '들키기 전 봐야 한다'는 절실함 때문이었는지 내용이 쏙쏙 이해되곤 했어요."
◇공부 환경 만들어주는 '3단계 정리법'
정우는 "공부에 집중하려면 일단 주변 정리가 잘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정리 대상은 교과서·공책·준비물뿐 아니라 일정·시간·환경까지 포함된다. 그는 일단 학습 자료를 정리하기 위해 일명 '3단계 정리법'을 만들었다. 우선 학교에서 받은 자료는 집에 갖고 와 그날 저녁 분류, 정리한다. 주말엔 그 주치 자료를, 시험 기간 직전엔 시험 범위 부분을 각각 정리했다. 하지만 말이 쉬웠지 실천하긴 생각보다 어려웠다. 궁리 끝에 그는 서류 정리 파일을 활용하기로 했다. A4 복사용지용 플라스틱 파일의 한쪽 면을 잘라 정리함을 만든 후 못질 해 벽에 고정했다. 각 통은 '이미 본 자료를 정리하는 용도'와 '아직 보지 않은 자료를 정리하는 용도'로 구분했다. 모아놓은 자료는 시험이 끝날 때, 분기가 바뀔 때마다 시기별로 정리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는 해당 부분을 복습할 때 훌륭한 참고 자료가 됐다.
그는 자칭 '공부의 프로페셔널'이다. 성적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매사 최선을 다해 공부하기 때문이다. "친구들의 환경이 저보다 유리하다는 이유로 포기할 순 없었어요. 질 게 뻔해 보여도 일단은 시작해야 승산이 생긴다고 생각했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자세 아닐까요? 학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강화=글·사진 김구용 맛있는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