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한국사회는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통계에 의하면 국제결혼이 전체 결혼 건수의 10%에 달하고 일부 농촌지역 초등학교는 다문화 가정 출신 어린이의 비율이 30%가 넘는다고 한다.
취업과 사업 등을 이유로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도 해마다 늘고 있으며 한류 열풍을 타고 관광이나 유학을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더욱이 지난 총선에서는 최초로 외국인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이자스민씨가 국회에 입성함으로써 정치 영역에서도 한국 사회가 명실공히 다문화 사회로 변모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 기사는 한국사회가 다문화를 적극 수용하는 데 현실적인 걸림돌이 존재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단일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출신 정치인을 아무런 편견 없이 받아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싫든 좋든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적 흐름이다.
◆고정불변의 민족 VS 집단적 상상의 산물
민족주의는 한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통합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민족주의가 일방적 배타성을 드러낼 때 사회적 차별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자스민 의원에 대한 비난과 외국인에 대한 혐오 역시 배타적 민족주의에서 배태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민족은 고정불변의 개념이 아니라 시대와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그 의미 또한 변화하기 마련이다. 지구촌 시대의 민족의 의미는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한국인에게 민족이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은근과 끈기로 5000년을 이어온 장구한 역사 그리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민족적 차별을 겪은 우리들에게 민족은 개인의 존재 의미를 넘어서는 공동체 전체의 정체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역사 왜곡과 독도문제, 중국의 동북공정 등에 우리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한국인에게는 남달리 강한 민족의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을 하나의 공동체로 규정하는 요인은 혈연, 역사, 문화적 동질성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상상의 공동체’의 저자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에 대한 우리의 통념에 딴죽을 건다. 민족이란 개념은 집단적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한국인 중 혈연적으로 순수한 단군의 후손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만약 우리의 역사라고 믿고 있는 고구려, 부여, 발해의 조상들이 부활한다면 한반도 이남에 살고 있는 우리를 자신들의 역사를 이어온 후손이라고 생각할까? 우리의 말과 문화는 5000년 전의 그것과 얼마나 동질성을 유지하고 있을까?
아마도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민족의 정체성을 이루는 혈연, 역사, 문화 세 가지 중 어느 것 하나 민족의 동질성을 확신하게 할 만한 요소는 없는지 모른다. 결국 우리 스스로 한민족이라고 생각하는 매우 주관적인 의미의 민족의식만이 남는 셈이다.
◆포용과 관용의 열린 민족주의 필요한 때
물론 앤더슨과 같은 학자들의 주장을 우리 민족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합집산을 거듭한 유럽의 민족과 오랜 역사를 이어온 우리 민족을 동일한 기준으로 규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유구한 역사 속에서 형성되어 왔고 위기 때마다 민족이 하나가 되어 국난을 극복하게 해준 원동력으로서의 민족주의를 포기하거나 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다문화 사회로 이행하는 지금 우리의 민족주의도 변해야 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민족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그리고 민족 구성원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변화를 거듭한다. 수천년 동안 주변 여러 민족의 유전자와 문화가 한데 섞여 지금의 한민족을 형성한 것처럼 앞으로 우리 민족의 모습 또한 빠르게 변해 갈 것이다. 그러한 변화를 부정하고 배타적 폐쇄적 민족주의를 고집한다면 그 결과는 고립과 쇠퇴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일제강점기와 같은 민족의 위기 상황에서 강하고 배타적인 민족주의가 필요했던 것은 우리 민족 구성원 대부분이 억압받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현실과 환경은 그때와 크게 다르다. 즉 지금의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민족주의는 억압에 저항하기 위한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포용과 관용의 가치를 추구하는 열린 민족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만일 일제에 맞서 민족주의를 표방했던 신채호, 김구 선생이 위의 기사를 읽는다면 어떤 논평을 할까? 외국인 혐오단체 관계자들은 호된 회초리 세례를 각오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비상에듀 논술강사 안덕훈
외국인 혐오 단체 소속 회원들이 11일 국회 행사를 방해하며 난동을 부리는 소동이 벌어졌다. 국내 첫 결혼이주여성 출신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 주최로 열린 다문화정책 토론회에서다. 이날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는 토론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한 40대 남성이 단상 앞으로 나와 꼬투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는 “정책 토론회인데 반대 토론자가 없다. 피고 없이 원고만으로 재판을 할 수 있느냐”면서 “다문화 정책은 민족말살 정책”이라고 고성을 질렀다. 행사 관계자들의 제지에도 그는 “너희 같은 반역자들 때문에 이 나라가 어렵다”, “김정일 같은 반역자들” 등의 독설을 퍼부으며 10여 분간 몸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국회 경위들에 의해 쫓겨났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15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이 의원은 4·11 총선 직후에도 트위터와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외국인 혐오증’(제노포비아) 공격을 받으며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세계일보 7월12일자〉
〈세계일보 7월12일자〉
![]() |
국내 첫 결혼이주여성 출신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18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가정폭력 사망 이주여성 추모제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결혼이주여성의 체류권 제도개선과 가해 남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취업과 사업 등을 이유로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도 해마다 늘고 있으며 한류 열풍을 타고 관광이나 유학을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더욱이 지난 총선에서는 최초로 외국인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이자스민씨가 국회에 입성함으로써 정치 영역에서도 한국 사회가 명실공히 다문화 사회로 변모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 기사는 한국사회가 다문화를 적극 수용하는 데 현실적인 걸림돌이 존재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단일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출신 정치인을 아무런 편견 없이 받아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싫든 좋든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적 흐름이다.
◆고정불변의 민족 VS 집단적 상상의 산물
민족주의는 한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통합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민족주의가 일방적 배타성을 드러낼 때 사회적 차별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자스민 의원에 대한 비난과 외국인에 대한 혐오 역시 배타적 민족주의에서 배태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민족은 고정불변의 개념이 아니라 시대와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그 의미 또한 변화하기 마련이다. 지구촌 시대의 민족의 의미는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한국인에게 민족이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은근과 끈기로 5000년을 이어온 장구한 역사 그리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민족적 차별을 겪은 우리들에게 민족은 개인의 존재 의미를 넘어서는 공동체 전체의 정체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역사 왜곡과 독도문제, 중국의 동북공정 등에 우리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한국인에게는 남달리 강한 민족의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을 하나의 공동체로 규정하는 요인은 혈연, 역사, 문화적 동질성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상상의 공동체’의 저자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에 대한 우리의 통념에 딴죽을 건다. 민족이란 개념은 집단적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한국인 중 혈연적으로 순수한 단군의 후손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만약 우리의 역사라고 믿고 있는 고구려, 부여, 발해의 조상들이 부활한다면 한반도 이남에 살고 있는 우리를 자신들의 역사를 이어온 후손이라고 생각할까? 우리의 말과 문화는 5000년 전의 그것과 얼마나 동질성을 유지하고 있을까?
아마도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민족의 정체성을 이루는 혈연, 역사, 문화 세 가지 중 어느 것 하나 민족의 동질성을 확신하게 할 만한 요소는 없는지 모른다. 결국 우리 스스로 한민족이라고 생각하는 매우 주관적인 의미의 민족의식만이 남는 셈이다.
◆포용과 관용의 열린 민족주의 필요한 때
물론 앤더슨과 같은 학자들의 주장을 우리 민족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합집산을 거듭한 유럽의 민족과 오랜 역사를 이어온 우리 민족을 동일한 기준으로 규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유구한 역사 속에서 형성되어 왔고 위기 때마다 민족이 하나가 되어 국난을 극복하게 해준 원동력으로서의 민족주의를 포기하거나 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다문화 사회로 이행하는 지금 우리의 민족주의도 변해야 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민족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그리고 민족 구성원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변화를 거듭한다. 수천년 동안 주변 여러 민족의 유전자와 문화가 한데 섞여 지금의 한민족을 형성한 것처럼 앞으로 우리 민족의 모습 또한 빠르게 변해 갈 것이다. 그러한 변화를 부정하고 배타적 폐쇄적 민족주의를 고집한다면 그 결과는 고립과 쇠퇴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일제강점기와 같은 민족의 위기 상황에서 강하고 배타적인 민족주의가 필요했던 것은 우리 민족 구성원 대부분이 억압받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현실과 환경은 그때와 크게 다르다. 즉 지금의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민족주의는 억압에 저항하기 위한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포용과 관용의 가치를 추구하는 열린 민족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만일 일제에 맞서 민족주의를 표방했던 신채호, 김구 선생이 위의 기사를 읽는다면 어떤 논평을 할까? 외국인 혐오단체 관계자들은 호된 회초리 세례를 각오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비상에듀 논술강사 안덕훈
■ 기출문제 민족은 객관적으로 언어, 지역, 혈연, 문화를 공유하고, 주관적으로 민족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민족 통일을 추구하려는 정치적 이념 및 운동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현실의 민족은 민족을 구성하는 객관적 요소를 모두 갖기도 하고, 그중의 한두 가지 요소만을 갖기도 한다. 또한 주관적인 요소인,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는 민족 정체성도 추상적으로 동일하지만 그 내용은 다양하다. 따라서 민족에 따라 민족을 정의하는 방식과 민족의 성격은 아주 다양하다. 그러므로 민족주의는 민족이 무엇인지, 민족은 어떤 내용을 가져야 하는지를 구성하는 담론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렇게 이해할 때 민족은 민족주의에 의해 형성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다양한 민족에 관한 이론은 크게 두 조류로 구분될 수 있다. 민족의 과거로부터 이어진, 영원하며 불변적이라는 영속주의적 견해와, 민족은 현대의 산물이라는 현대주의적 견해로 나눌 수 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민족주의자들의 주장인 영속주의적 견해에 따르면 현대의 민족은 고대나 중세의 민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 민족이 단군 이래 5000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인식은 이러한 견해를 잘 보여 준다. 이에 비해 현대주의자들은 산업화와 합리화로 특징지어지는 현대화가 민족주의를 만들고 민족주의가 민족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현대주의는 ‘민족은 상상 공동체’라는 주장에 잘 표현되어 있다. 앤더슨(Anderson)에 따르면 민족은 특정한 객관적인 조건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민족주의에 의해 공동체로 상상된 것이다. 우리는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어도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마도에 사는 사람은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사람들은 만나지는 못했지만 특정한 지역 내에서 특정한 공통점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민족이라고 상상하는 것이다.
〈위 지문 등에 제시된 ‘민족’ 개념을 적용하여 우리나라의 ‘국제 결혼’에 대한 견해, 문제점 및 해결 방안을 논하시오-동국대 2007〉
다양한 민족에 관한 이론은 크게 두 조류로 구분될 수 있다. 민족의 과거로부터 이어진, 영원하며 불변적이라는 영속주의적 견해와, 민족은 현대의 산물이라는 현대주의적 견해로 나눌 수 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민족주의자들의 주장인 영속주의적 견해에 따르면 현대의 민족은 고대나 중세의 민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 민족이 단군 이래 5000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인식은 이러한 견해를 잘 보여 준다. 이에 비해 현대주의자들은 산업화와 합리화로 특징지어지는 현대화가 민족주의를 만들고 민족주의가 민족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현대주의는 ‘민족은 상상 공동체’라는 주장에 잘 표현되어 있다. 앤더슨(Anderson)에 따르면 민족은 특정한 객관적인 조건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민족주의에 의해 공동체로 상상된 것이다. 우리는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어도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마도에 사는 사람은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사람들은 만나지는 못했지만 특정한 지역 내에서 특정한 공통점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민족이라고 상상하는 것이다.
〈위 지문 등에 제시된 ‘민족’ 개념을 적용하여 우리나라의 ‘국제 결혼’에 대한 견해, 문제점 및 해결 방안을 논하시오-동국대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