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학교가 일궈낸 '학교 폭력 제로'의 비결은?
[전남CBS 이상환 기자]
[IMG0]속칭 '문제아 학교'로 낙인 찍혔던 순천 승평중학교에서 지난해 단 한 건의 학교 폭력도 발생하지 않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순천시 해룡면 농촌 마을에 위치한 승평중학교는 교사 9명, 전교생이 40여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다. 몇년 전만 해도 승평중의 가장 큰 고민은 잦은 학교 폭력이었다.
학생 60% 이상이 결손 가정인데다 학교 폭력과 범죄로 말썽을 부린 학생들의 잦은 전입으로 일주일이 멀다하고 학생간 싸움이 벌어지고 따돌림과 금품 갈취도 잇따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승평중이 변하기 시작했다.승평중의 지난해 학교 폭력 발생 건수는 '제로'. 무엇이 말보다 주먹이 앞섰던 학생들을 변화시켰을까.
비결은 독창적인 프로그램과 학생을 바라보는 교사들의 진정성에 있다.
승평중은 지난해부터 학교 생활에 대한 학생들의 각오를 땅에 묻고 연말에 다시 꺼내보는 '타임캡슐제'를 운영했다. 교사들이 강압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채찍질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계획을 세워 이를 실천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또 학생 수가 적다는 특성을 살려 교사 1명이 5명의 학생을 맡아 격주 토요일마다 고민을 털어놓는 멘토링제를 실시했다.
학생들은 멘토링제를 통해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는 교사들의 진정성을 느끼고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IMG1] 승평중 3학년 최락연(16) 학생은 "멘토링제 상담을 받으며 누군가 나를 믿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뭔가 잘못한 일을 말했을 때 죄송한 마음이 들었고 나를 믿어주는 선생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상담과 함께 학생들이 교사와 동등한 입장에서 동행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우리는 일촌이다'는 모토로 학생과 교사가 학교를 벗어나 친구처럼 지내는 각종 체험 학습이 지난해 다섯 차례나 실시됐다.
학생들은 체험 학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스스로 만들어갔다.
[IMG2]채수민(16) 학생은 "1박 2일로 체험학습을 가게 돼 싸웠던 친구들도 서로 같은 방에서 자게 됐다"며 "밤에 서로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싸우기 보다는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마음을 아프게 했던 친구에게 사과하는 애플데이, 학생뿐 아니라 교사까지 참여한 고은말 쓰기 결의대회를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말과 행동에 책임지는 법을 배웠다.
아울러 승평중은 학교 폭력이 사라지면서 학업 성취도도 상승됐다. 2010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25%의 학생이 '기초 미달' 판정을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단 한 명의 학생만이 기초 미달 판정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변화에 스스로 놀라면서도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행복하고 즐거운 학교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승평중 이계준 학생지도 교사는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반 강제적 프로그램은 되레 학생들의 반감을 사게 된다"며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해 행복하고 편안하다는 느낌을 주게 되면 학생 스스로가 폭력에서 멀어진다"고 조언했다.
win@cbs.co.kr
[IMG0]속칭 '문제아 학교'로 낙인 찍혔던 순천 승평중학교에서 지난해 단 한 건의 학교 폭력도 발생하지 않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순천시 해룡면 농촌 마을에 위치한 승평중학교는 교사 9명, 전교생이 40여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다. 몇년 전만 해도 승평중의 가장 큰 고민은 잦은 학교 폭력이었다.
학생 60% 이상이 결손 가정인데다 학교 폭력과 범죄로 말썽을 부린 학생들의 잦은 전입으로 일주일이 멀다하고 학생간 싸움이 벌어지고 따돌림과 금품 갈취도 잇따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승평중이 변하기 시작했다.승평중의 지난해 학교 폭력 발생 건수는 '제로'. 무엇이 말보다 주먹이 앞섰던 학생들을 변화시켰을까.
비결은 독창적인 프로그램과 학생을 바라보는 교사들의 진정성에 있다.
승평중은 지난해부터 학교 생활에 대한 학생들의 각오를 땅에 묻고 연말에 다시 꺼내보는 '타임캡슐제'를 운영했다. 교사들이 강압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채찍질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계획을 세워 이를 실천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또 학생 수가 적다는 특성을 살려 교사 1명이 5명의 학생을 맡아 격주 토요일마다 고민을 털어놓는 멘토링제를 실시했다.
학생들은 멘토링제를 통해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는 교사들의 진정성을 느끼고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IMG1] 승평중 3학년 최락연(16) 학생은 "멘토링제 상담을 받으며 누군가 나를 믿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뭔가 잘못한 일을 말했을 때 죄송한 마음이 들었고 나를 믿어주는 선생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상담과 함께 학생들이 교사와 동등한 입장에서 동행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우리는 일촌이다'는 모토로 학생과 교사가 학교를 벗어나 친구처럼 지내는 각종 체험 학습이 지난해 다섯 차례나 실시됐다.
학생들은 체험 학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스스로 만들어갔다.
[IMG2]채수민(16) 학생은 "1박 2일로 체험학습을 가게 돼 싸웠던 친구들도 서로 같은 방에서 자게 됐다"며 "밤에 서로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싸우기 보다는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마음을 아프게 했던 친구에게 사과하는 애플데이, 학생뿐 아니라 교사까지 참여한 고은말 쓰기 결의대회를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말과 행동에 책임지는 법을 배웠다.
아울러 승평중은 학교 폭력이 사라지면서 학업 성취도도 상승됐다. 2010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25%의 학생이 '기초 미달' 판정을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단 한 명의 학생만이 기초 미달 판정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변화에 스스로 놀라면서도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행복하고 즐거운 학교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승평중 이계준 학생지도 교사는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반 강제적 프로그램은 되레 학생들의 반감을 사게 된다"며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해 행복하고 편안하다는 느낌을 주게 되면 학생 스스로가 폭력에서 멀어진다"고 조언했다.
win@cbs.co.kr
“학교폭력 최후 보호막은 학부모”
SOS지원단, 상담사례 분석
잘못 대처하면 사태 더 악화…초기 대응·적절한 조치 필요
[세계일보]초등학생인 기호(12·가명)군은 교회에 가다가 고등학생 형에게 1만5000원을 빼앗겼다. 용기를 내 아빠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되레 “왜 돈을 그렇게 많이 가지고 나갔느냐”고 면박만 당했다. 중2 미영(15·가명)양은 같은 반 친구들의 돈을 빼앗다가 적발돼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회부됐다. 하지만 미영양의 엄마는 다짜고짜 교무실로 찾아가 “갖다 주니까 받은 거지 어떻게 뺏은 거냐”며 행패를 부렸다.
학교폭력 최후의 ‘보호막’인 학부모의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발생 전후 가·피해 학생들 부모의 잘못된 대처로 사태가 더욱 악화된다고 지적한다.

18일 학교폭력SOS지원단 상담사례에 따르면 기호군의 아빠처럼 피해학생을 오히려 나무라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 “맞지만 말고 너도 때려라”거나 “아빠 때도 그랬다. 다 그러면서 크는 거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학부모들이 상당수다. 이유미 SOS 지원단장은 “피해 학생들은 주눅이 들어 이후에는 부모에게 아무런 말도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에 관한 부모들의 잘못된 인식은 가해 학생 측이 더 심하다. 이들 부모는 자녀가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 드물다. 한국전문상담교사회 홍대우 회장은 “술을 마시고 교실에 찾아가 난동을 부리거나 공부만 잘하면 어떤 비행도 용서가 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부모도 있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이 같은 태도가 학교폭력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이 단장은 “가해학생들의 공통점은 죄책감이 없다는 점”이라며 “학부모의 자녀 감싸기가 오히려 자녀를 죄책감과 측은지심을 모르는 가해자로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이 학교폭력 초기 대처만 잘해도 사태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평소에는 자녀와 대화를 통해 충분한 교감을 나누고 학교폭력과 맞닥뜨렸을 때 자녀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정확한 사태 파악에 나서 담임교사와 경찰 등에 도움을 요청하라는 것. 이 단장은 “부모가 적극 대처해야 아이가 믿음을 갖고 문제를 드러낸다”며 “절대 사안을 외면하거나 기다리지 말고 자녀에게 먼저 다가가 소통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잘못 대처하면 사태 더 악화…초기 대응·적절한 조치 필요
[세계일보]초등학생인 기호(12·가명)군은 교회에 가다가 고등학생 형에게 1만5000원을 빼앗겼다. 용기를 내 아빠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되레 “왜 돈을 그렇게 많이 가지고 나갔느냐”고 면박만 당했다. 중2 미영(15·가명)양은 같은 반 친구들의 돈을 빼앗다가 적발돼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회부됐다. 하지만 미영양의 엄마는 다짜고짜 교무실로 찾아가 “갖다 주니까 받은 거지 어떻게 뺏은 거냐”며 행패를 부렸다.
학교폭력 최후의 ‘보호막’인 학부모의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발생 전후 가·피해 학생들 부모의 잘못된 대처로 사태가 더욱 악화된다고 지적한다.

학교폭력에 관한 부모들의 잘못된 인식은 가해 학생 측이 더 심하다. 이들 부모는 자녀가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 드물다. 한국전문상담교사회 홍대우 회장은 “술을 마시고 교실에 찾아가 난동을 부리거나 공부만 잘하면 어떤 비행도 용서가 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부모도 있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이 같은 태도가 학교폭력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이 단장은 “가해학생들의 공통점은 죄책감이 없다는 점”이라며 “학부모의 자녀 감싸기가 오히려 자녀를 죄책감과 측은지심을 모르는 가해자로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이 학교폭력 초기 대처만 잘해도 사태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평소에는 자녀와 대화를 통해 충분한 교감을 나누고 학교폭력과 맞닥뜨렸을 때 자녀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정확한 사태 파악에 나서 담임교사와 경찰 등에 도움을 요청하라는 것. 이 단장은 “부모가 적극 대처해야 아이가 믿음을 갖고 문제를 드러낸다”며 “절대 사안을 외면하거나 기다리지 말고 자녀에게 먼저 다가가 소통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