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과용하다 시험 망친다<세계일보>
- 입력 2011.11.02 (수) 18:17, 수정 2011.11.03 (목) 00:13
잠깨려 무분별한 섭취 늘어…수능 앞두고 판매 50% 급증
“정신이 몽롱” 부작용 호소…중독성 높아 규제조치 절실
“정신이 몽롱” 부작용 호소…중독성 높아 규제조치 절실
20111102004757
“하루에 한 캔씩은 꼭 마시는 것 같아요.”
고3 수험생인 최모(18)양은 매일 독서실에 가기 전 편의점에 들러 에너지 드링크를 사먹는다. 잠을 깨기 위해 가끔 마시던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됐다. 최양은 “피곤한 날에는 하루에 두 캔을 마실 때도 있는데, 이제는 안 마시면 집중이 안 되는 것 같다”면서 “먹고 난 뒤에는 숙면을 취하기 어렵고, 가끔 머리도 아프고 속도 울렁거리지만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 등 청소년들 사이에서 레드불, 핫식스, 박카스 등 카페인이 함유된 에너지 드링크가 인기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능이 가까워진 10월 이들 음료의 월 판매량은 전월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피로 해소를 돕는 에너지 드링크는 편의점 등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카페인 함유량이 높아 청소년이 과다하게 섭취하면 부작용이 우려돼 주의가 요구된다.
핫식스 제조사인 롯데칠성 관계자는 “한 달에 150만캔 이상이 팔리는데, 수능이 가까워지면서 매출량이 늘고 있다”면서 “수능 당일 매출이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60여개 국가에서 팔리고 있는 레드불은 지난 8월 국내 출시 이후 하루 평균 6000캔 이상이 팔려나가고 있다. 10월 매출은 전월에 비해 58% 증가했다. 서울 중구 중림동 한 편의점 직원 전모(44·여)씨는 “요즘 탄산음료보다도 에너지 드링크가 더 많이 나간다. 청소년들도 많이 사간다”며 “5∼6개를 한 번에 사는 학생들에게는 위험하다고 말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3 수험생 한모(18)군은 “부모님이 커피는 마시지 말라고 해서 못 마시고 대신 에너지 드링크를 자주 마시는데, 부작용이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에너지 드링크에는 카페인 함유량이 정확히 쓰여 있지 않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박카스는 1병(100㎖)당 30mg의 무수카페인이 들어 있고, 핫식스와 레드불에는 각각 1캔당 80mg, 62.5mg의 카페인이 첨가돼 있다. 핫식스와 레드불 제조사는 “무수카페인이 아니고 식물인 과라나에서 추출되는 식물성 카페인이라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커뮤니티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에는 “에너지 드링크를 많이 마셨더니 그 다음날 정신이 몽롱해서 힘들었다” “손이 덜덜 떨리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는 댓글이 올라 있다.
미국 켄터키 주는 미성년자에게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고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이승환 교수는 “일반적으로 하루에 카페인 250mg 이상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에너지 드링크는 한 번에 많은 양을 섭취하게 된다”며 “청소년기에는 카페인을 과하게 섭취하면 소화불량, 불면증, 부정맥 등 부작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약사회 김동근 홍보이사는 “카페인 함량을 정확히 표시하고 정부에서 카페인 규제를 다시 검토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유나·김준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