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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체험학습

대입용 스펙 쌓기는 'NO' 미래의 내 꿈에 투자를

대입용 스펙 쌓기는 'NO' 미래의 내 꿈에 투자를
[조선일보] 2011년 10월 10일(월) 오전 03:03   가| 이메일| 프린트
학생의 학업 능력과 함께 다양한 역량, 재능 계발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비교과활동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비슷한 교내·외 활동 내역, 스펙만을 위한 비교과 활동으로는 남들과 차별화를 기대할 수 없는 요즘,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과 진정성, 노하우로 '이유 있는' 비교과 활동 경력을 쌓아온 중·고교생을 만났다. "입시와 관계없이 내가 정말 좋아서 활동했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점이었다.

◆"중학교 시절은 미래의 진로 닦는 시기"



'어린이 기자'부터 '과학 영재'까지 문·이과적 특성을 고루 갖춘 박현주(혜원여중 3) 양은 중학생 시절을 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하는 시기"라고 정의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들인 독서 습관을 기반으로 동화구연대회, 영 타임스 기자, 서울시 어린이 기자 활동을 거친 박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 동부교육청 과학영재반에 입학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어린이 역사문화학교에서 주최하는 '우리 사직 지킴이'에 가입해 현재까지 국내 문화재 보존과 소중함을 알리며 정기적으로 독도 수호를 위한 후원금도 낸다. 현재 외국 관광객을 위한 통역 봉사 교육에도 참가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사)선플달기운동본부와 지역 도서관 봉사에도 참여해 온라인상의 악성 댓글 방지와 도서관을 찾는 어린이들에게 책 읽어주기 봉사활동도 진행한다.



이 같은 박양의 폭넓은 비교과 활동 이유는 다양한 관심사 때문이다. 박양은 매일 신문을 읽으며 관심 가는 활동을 탐색했다. 대신 개별 활동의 '연계성'에 신경을 썼다. 영어 교사가 꿈인 박 양은 "중학교 시절 다양한 비교과 활동은 고교 진학 후 구체적인 진로 설정을 위한 토대가 된다.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면 영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학생 통솔 능력과 지도 능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통역 봉사 교육을 받으며 영어 실력도 늘리고, 도서관 봉사를 통해 아이들과 만나며 리더십도 키우고 있다. 중학교 때 다양한 경험을 해두면 꿈을 이뤘을 때나 그 과정에서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의 집 거실 한쪽 벽은 그간 참가했던 각종 활동 내역서, 봉사활동 증명서, 사진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어머니 김정진(52)씨가 현주가 이제껏 해온 활동 결과를 염두에 두고 성취감을 느끼도록 유도한 것이다. 활동 이후에는 컴퓨터에 분야별로 폴더를 만들어 사진과 소감, 자료 등을 밀리지 않게 정리했다. 김씨는 "중학생 시기는 비교과 활동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것보다, 시간 관리를 습관화해 다방면의 체험 기회를 늘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시간 투자할 각오와 직업 정신으로 무장"




"대입이나 스펙을 위해서 비교과 활동을 쌓으면 수상 실적이 없거나 시간이 갈수록 지치기 마련입니다. 재미도 없고요. 교내·외 활동을 할 때 '3년'을 할 자신이 있는지 점검해보세요."

향후 UN 본부에서 일하는 것이 꿈인 최윤석(한국외국어대부속 용인외고 3)군은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5개의 동아리에 가입했다. 영어 토론 동아리, 모의 UN, 라크로스(Lacrosse, 농구·축구·하키가 결합한 구기 종목), 교내 봉사, 브레이크 댄스 동아리였다. 가입 이후 중간 탈퇴 없이 3년간 활동을 지속했다. 매일 80분의 점심시간을 활용해 라크로스, B-boy 활동을 했고, 야간자율학습 후 영어 토론, 모의 UN 대회 준비에 힘썼다. 최군은 "평소 영어로 말하기를 즐겼고, 운동을 좋아했기 때문에 교내에 활성화된 동아리를 적극 활용했다"고 했다. 팀 프로젝트가 많은 대외활동의 경우 팀원 모집도 수월하고 선배들의 조언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3년간 모의 UN, 토론대회 수상 경력만 20여 차례다. 지난해 고려대 주최 모의 유엔대회에서는 'Best Delegate(최고의 대사)'로 선정돼 외교부통상부 장관상을 받고, 2010 G20 국제회의 옵서버(Observer)로 참가하는 영광을 누렸다. 라크로스는 한국 고교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대회도 참가했다. 춤 실력도 친구들과 직접 안무를 짜 각종 경연과 무대에 초청받을 정도로 늘었다.

이 같은 실적에 관해 최군은 "'직업정신'을 갖고 자기주도적으로 모든 활동에 임했던 것이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주제로 한 모의 UN 대회 준비시 직접 평창동계올림픽준비위원회에 전화를 걸 만큼 실전적 자세로 임했다. 20~30년 후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자신을 떠올리는 '이미지 트레이닝'도 도움이 됐다. 행사 참가에 그치지 않고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직접 영어토론대회(HAFS Debate Championship)의 총책임자(Convener)를 맡아 대회를 주관한 경험도 있다. '초·중학교 때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접하기 어려운 잠재력 있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고교 진학 이후에도 꿈이나 진로 찾기가 쉽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학업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꿈을 찾기가 쉽지 않을까요?"

 



[김정욱 맛있는공부 기자 uga@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