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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공부는 어떻게?

"고1부터 수험생 각오라면 절대 '재수'는 없겠죠?"

"고1부터 수험생 각오라면 절대 '재수'는 없겠죠?"
[조선일보] 2011년 04월 28일(목) 오전 03:04   가| 이메일| 프린트
"재수를 하면서 '고 1때 미리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걸'이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제가 후회한 많은 부분에 대해 제 동생을 비롯해 많은 후배가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제 조언이 많은 후배분께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면 좋겠네요."

지난 수능에서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해 다시 한번 대입에 도전하는 이우진(인천외고 졸·19)군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진심이 묻어났다. 하루 10시간 이상 재수학원에서 공부하며 보내면서 고교시절 교만했던 자신을 돌아본다고 했다. 그는 최근 후배들은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본인의 실패기를 담은 '고3이 고1에게'라는 책을 펴냈다.




◆초·중학교 시절은 잊어라

이우진군은 초등학교 전교 부회장, 중학교 전교 학생회장 등을 하며 탄탄대로의 학창시절을 보냈다. 친구관계가 원만하고 성적이 뛰어나 늘 주목받는 학생이었다. 시험기간이 돼서 벼락치기를 해도 성적이 곧잘 나왔기 때문에 언제든 '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성적이 나올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어느새 싹텄다. 그러나 외고에 입학하면서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강한 자신감은 있었지만, 공부는 절대 만만치 않았고, 벼락치기 공부습관은 통하지 않았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워낙 많아 열등감도 느꼈다. 결국 지난해 수능시험에서 기대 이하의 점수를 받아 재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저는 공부습관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어요.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만 공부해도 중학교 때는 늘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죠. 공부방법은 물론이고 공부에 대한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어요. 더 암담한 것은 저를 비롯해 대부분의 친구 역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입니다."

그가 공부의 감을 잡기 시작한 것은 2학년을 마칠 무렵,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 형으로부터 공부와 인생에 관한 조언을 듣게 되면서부터다.

"형이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제게 왜 공부를 하느냐고 물었는데 순간 멈짓 하며 대답을 못했어요. 남들이 가니깐 나도 가야겠다라고만 생각했던 거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몰랐기에 공부가 전혀 재미있지 않았던 거였어요. 그때부터 10년 후에 제 모습이 어떨지를 고민하고 어느 대학에 가서 공부할지를 생각하자 점점 공부할 의욕이 생기더군요. 그러나 공부할 이유를 너무 늦게 알아차렸던 거죠."

그는 수능일이 임박해 매일 공부와 씨름하면서 내내 아쉬워했다.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좀 이른 시기에 공부와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진작 알았다면 초·중 시절을 그렇게 안이하게 공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군은 후배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때 신나게 집중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라고 조언한다. 목표를 향한 진지한 고민이 선행될 때 꿈을 향해 매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면 어느 대학의 전공을 배우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가 생긴다. 꿈에 대한 성찰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본인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간 관리가 핵심

그는 고3 때 성적을 올리지 못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했다는 점을 꼽는다. 공부를 방해하는 유혹의 손길에 쉽사리 넘어가고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후배들에게는 시간관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재수를 하는 요즘은 1분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군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진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학습 성과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숨어 있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본인이 어떻게 시간을 활용하는지 점검할 때는 시간내역서를 작성해볼 것을 추천했다. 시간내역서란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기록해 고정시간, 가용시간, 자투리 시간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분류하는 것으로 본인의 시간 활용도를 점검할 수 있다. 학교수업, 취침, 식사시간 등 쉽사리 변동하기 어려운 것은 고정시간, 자율학습시간처럼 본격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가용시간, 이동시간 등 달라질 수 있는 시간을 자투리 시간으로 분류해 정리해본다. 특히 그는 등하교 시간, 7번의 수업 후 쉬는 시간 10분씩, 점심때 같은 자투리 시간을 아깝게 버려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시간관리를 잘하려면 우선 나쁜 습관을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공부를 방해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해봐야죠. 수업시간에 졸지는 않는지, 인터넷을 너무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는 않았는지 점검해보는 것이 좋아요."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