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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절실” 서울대도 취업캠프

“그만큼 절실” 서울대도 취업캠프



ㆍ‘기업 맞춤형’ 실전 훈련 타 대학도 개설 잇달아

ㆍ참가 연령 점점 낮아져“품었던 꿈 제한 느낌도”

“남들은 좋은 대학 다니면서 왜 취업 걱정을 하느냐고 해요. 그렇지만 군 복무 때문에 다른 친구들에 비해 뒤처져 있어 불안한 생각이 듭니다.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아서 참석한 겁니다.”(서울대 경제학과 3학년 서모씨)

서울대는 26~27일 경기 광주 노동행정연수원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재학생을 대상으로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한 직무별 취업 캠프’를 열었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은 모두 36명이었다.

영어교육과 4학년 김정빈씨(25)는 “교생 실습 나가면 취업 강의도 못 들을 것 같아서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에 캠프에 참여하게 됐다. 대학의 취업 캠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중어중문학과 4학년 이준호씨(26)는 “예전에는 (고시준비 등) 다른 것을 하다 안되면 취업했는데, 지금은 취업이 쉽지 않으니까 불안해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취업 자체가 목적이 되어 대학에서 품었던 꿈 같은 걸 제한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안다”고 했다.

캠프는 화법, 역량면접, 집단토론 등 실용적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대기업의 인사담당 간부는 “대학생은 취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기업도 뽑고 싶은 사람이 많지 않다. 뚜렷한 목표를 가진 사람을 찾는다”고 조언했다.

면접 강사는 “면접관의 눈을 제대로 보고 들어와야 한다”며 “면접 도중 손가락을 움직이면 면접관의 시선이 분산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강사는 “~하죠, 라고 대답해서는 안됩니다. 면접할 때는 무조건 ~다, 로 끝내야죠”라는 등의 노하우를 일러줬다.

서울대뿐 아니라 다른 서울지역 대학들도 이번 겨울방학 동안 2박3일 정도의 취업 합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취업에 관심을 갖는 연령 자체도 낮아지고 있다. 연세대와 고려대도 4학년은 물론 1학년도 참가할 수 있는 취업 캠프를 운영한다.

고려대의 경우 참석자에게 수료증을 줘 취업 추천 시 우대권한을 준다. 숭실대의 경우 취업 캠프 외에도 매년 20~30개 취업 스터디 그룹에 100만원씩 취업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참가자 숫자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동국대의 경우 참여하는 학생 수가 2009년에 비해 50% 늘어났다.

강사층도 다양하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물론 이미지 컨설턴트, 화법 강사들이 프로그램에 나오고 프레젠테이션 방법 등 철저히 기업 수요에 초점을 맞춘다. 수강생들의 외모, 옷차림 등 이미지 연출법도 수업 내용에 포함돼 있다. ‘실전’을 강조하다 보니 수업 참석자들은 전원 정장 차림이다. 1박2일 이상의 합숙 기간을 가지는 것도 수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한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 진로지도의 필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학은 창의적·철학적·비판적 고민을 하는 곳이어야 하는데, 기업의 맞춤식 인재를 만들어내는 기구로 전락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목정민·이서화·정희완 기자 loveeac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