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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육1번지 서울 강남구가 달라지고 있다. 자기주도학습전형과 입학사정관제 전형 등 대학입시제도가 바뀌면서 사교육 풍속도도 변화하고 있다. 주변 환경에 휩쓸리기 보단 내 아이에게 맞춘 주관적인 교육법을 선택한 강남엄마들은 아이의 진로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주입식 사교육에서 정성적 선택교육으로 변화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은 대학입시 전형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특히 입학사정관제의 도입 전?후로 사교육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그러한 변화는 역시나 강남구에서 가장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외동딸을 둔 박수현(서울 서초동)씨는 수시로 변하는 입시제도와 교육과정으로 아이의 진로나 교육방법 등, 늘 고민이 많다고 한다. 박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사교육에 대해 민감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사교육을 전적으로 의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영?수 위주의 주입식 교육방법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갖춘 학습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 블로그 ‘대치동 시크릿’을 운영 중인 이경희(서울 대치동)씨는 “현재 대치동
학원가에서도 주입식 선행학습보다는 토론식 개념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는 아이의 소질과 적성 탐색이 관건
초등학교 때부터 당장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과정은 상대적으로 내신성적과 입시에서 자유롭다. 따라서 아이의 소질과 능력을 다양하게 탐색하고 결정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나 학습습관이 일찍 형성된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또한 대학입시에서 수시선발의 비율이 높아지고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들이 늘어나면서 아이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전형을 준비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 돼버렸다.
올해 고3과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두 딸의 엄마인 유양이(서울 서초동)씨는 첫째 아이를 거울삼아 둘째 아이는 일찍 소질과 적성을 개발하는 쪽으로 진로를 수정했다고 한다. 유씨는 “큰 아이 때는 소질이나 적성보다는 성적 위주로 진로를 결정하는 편이었다. 둘째는 공부보다는 예체능과 요리에 관심이 많아 일찍부터 요리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등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를 탐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습동기부여가 완성되면 자기주도학습 저절로 이뤄져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부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공부를 잘 하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는 무엇이 다른 걸까?
유씨는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를 손꼽는다. 그녀는 “고3이 되는 큰 아이의 경우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대학에 진학하기를 꺼려할 정도였다. 그러나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지인을 통해 목표대학과 학과가 생기면서 아이 스스로 학습에 열의를 갖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확실한 아이일수록 공부의 목적과 방향이 뚜렷하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를 하게 된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을 둔 정혜은(서울 서초동)씨는 자기주도학습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정씨는 “어릴 때부터 아이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교육했다. 방임형 부모가 아니냐는 주변의 비난도 있었지만 아이가 원해서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라는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 자기주도학습은 생활습관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년별 진로계획으로 로드맵 완성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유혜진(서울 서초동)씨도 아이의 진로에 대해 걱정이 많다. 유씨는 “아이의 진로나 적성에 대한 관심은 많은데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안되고 있다. 주변 아이들과 비교하다 보면 자꾸 뒤처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에게 대학입시는 조금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입시제도와 교육과정 등 공교육의 흐름이 자기주도학습으로 바뀌면서 대학입시에 대한 중장기적인 안목과 계획이 필요하다.
대오교육컨설팅의 오기연 대표원장은 “학년별 동기부여를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초등 저학년은 아이들에게 무한한 호기심을 고취시키고 초등 고학년은 비교가 될만한 또래집단을 형성시켜주며, 중학교 때는 롤모델을 제시함으로써 고등학교 이전에 자기주도적 학습이 완성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중학교 때 국?영?수 세 과목에 대한 선행과 심화학습을 미리 준비하면 고등학교 진학 후 60% 이상을 차지하는 수시전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오 원장은 특히 “저학년 일수록 실험 실습의 기회를 확대하고 과학적 사고와 논리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 5~6학년 때 과학의 기초가 되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공통과학의 기초를 익히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지나친 선행학습은 학습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려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며 아이들이 기본에 충실할 수 있게 교육하는 것이 지혜로운 부모의 자세입니다.”
글=안아름 맛있는교육 기자 sebin1215@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