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이야기/공부는 어떻게?

언·수·외 만점자 “이렇게 다 맞혔다”

언·수·외 만점자 “이렇게 다 맞혔다”
[동아일보] 2010년 12월 28일(화) 오전 03:00   가| 이메일| 프린트


[동아일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최상위권 학생이 영역별 만점을 받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단 한 문제, 그것은 △언어 ‘어휘·어법 복합형 문제’ △수리 ‘후반부 최고난도 문제’ △외국어 ‘빈칸추론문제’다. 2011학년도 수능의 영역별 만점자인 김동산(언어·서울 강서고), 김명수(수리 ‘가’형·서울 양정고), 김동준 군(외국어·서울 휘문고)의 만점 공부비법을 살펴보자.》

문제 속 어휘를 암기하라!

‘매일 언어영역 문제를 풀면서 문제풀이의 감을 잃지 말자.’ 기본실력을 이미 갖춘 언어영역 최상위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김동산 군도 고2 때까지는 이런 생각이었다. 기출문제, 문제집 등을 반복해 풀며 1등급을 유지해왔다. 오답개수는 한두 개였다. 김 군은 유독 반복해 틀리는 문제를 살펴봤다. 어휘·어법문제였다. 그는 2학년 말 ‘서울대 경영학과’로 목표를 정하면서부터 ‘언어 만점’을 달성하는 쪽으로 공부법을 바꿨다. 곧바로 어휘·어법 ‘암기’를 시작했다. 기출문제, 모의고사 문제에 나온 문제 중 어휘·어법문제에 집중했다.

“고3이 되면서 하루 언어영역 모의고사를 2, 3회 풀었어요. 이때 어휘문제는 꼭 표시해 뒀다가 A4용지에 별도로 적어뒀어요. 문맥상으로 언뜻 이해하고 넘어간 어휘라도 정확한 뜻을 모르는 어휘는 해설지나 사전을 샅샅이 뒤져가며 그 뜻을 기억했어요. A4용지에 10∼20개의 단어를 적어 틈틈이 외운 뒤 또 다른 종이에다 새로운 단어를 적어 외웠죠.”

하루에 꼭 한 개씩은 비문학 지문을 풀었다. 비문학 지문에는 어휘나 어법과 관련한 어려운 표현이 다수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비문학 지문을 익숙하게 접하다 보니 어휘·어법 지식이 절로 쌓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 김 군은 “시간 날 때마다 신문을 읽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사용어를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문제풀이방법을 친구와 공유하라!

수리 ‘가’형 만점을 받은 김명수 군은 ‘수리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수능 수학은 결국 유형화할 수 있어요. 문제풀이 경험이 쌓이다 보면 어려운 문제도 단순화하고 풀이과정을 쉽게 만들 수 있죠.”

이른바 ‘문제풀이 최적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 문제풀이 최적화는 하나의 수학문제를 풀이할 여러 가지 접근법을 폭넓게 경험한 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풀이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최상위권들은 혼자 공부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무리 많은 문제를 풀어도 자신이 주로 쓰는 접근법 한두 개만 ‘단골’로 사용하기 때문에 최고난도 문제를 단순화하고 최적화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아요.”

그는 학교친구와 문제풀이법을 공유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스터디그룹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주로 함께 문제를 푸는 친구 6, 7명이 있었다. 혼자 풀었던 수학문제 중 어려웠거나 좋은 문제라는 생각이 들면 친구들에게 “문제를 풀어보라”고 권했다. 이후 친구의 풀이법을 자신의 것과 비교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한 문제에 대해 서너 개의 풀이법을 비교할 수 있었다. 자신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신선한 문제 접근법도 배웠다.

다음은 마지막 ‘최적화’ 단계. 한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풀이법 중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풀이법을 골랐다. 그리곤 포스트잇이나 오답노트에 기록했다. 이렇게 최적화한 풀이법이 하루에 3, 4문제. 고3 초부터 시작한 이 공부법으로 수능 전까지 김 군은 500개가 넘는 문제의 최적화된 풀이법을 보유할 수 있었다. 김 군은 “한두 문제를 틀리는 최상위권은 문제 자체를 몰라서 풀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 “시험 때 못 푼 문제도 나중에 보면 다 풀 수 있다. 결국 나한테 맞는 최적화된 풀이법을 가지고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만점 비법을 설명했다.

전문적 지문내용을 읽으면서 외워라!

김동준 군은 고1, 2 내내 외국어영역을 걱정한 적이 없다. 만점을 받거나 실수로 한 문제를 틀리는 수준. 일주일에 1, 2회 모의고사문제를 풀며 외국어영역의 감을 잃지 않는 정도로 공부해왔다.

그가 달라진 것은 수능 2개월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최한 9월 모의고사를 본 이후다. 이 시험에서 그는 총 4문제를 틀려 91점을 받았다. 충격이었다. 대부분의 최상위권은 자신들이 고난도 문제를 틀린 이유가 ‘어휘력’이 달려서라고 생각한다. 외국어는 어휘를 알면 풀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 그래서 최상위권들은 만점을 받기 위해 단어를 먼저 외운다. 하지만 김 군은 달랐다. 그는 9월 모의고사에서 낯선 지문이 부쩍 늘어났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단순히 어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철학, 인문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지문이 등장하면서 추상적인 답을 요구하는 지문이 늘어났죠. 무엇보다 배경지식이 중요하단 판단을 했어요.”

남은 2개월간 다양한 분야의 영어지문을 읽으며 배경지식을 넓히려고 노력했다. 우선 수능과 연계율이 높다는 교육방송(EBS) 문제집을 공략했다. 고난도 문제가 많이 수록된 300제와 파이널 모의고사가 대상이었다. 이때 문제를 맞히느냐 틀리느냐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등장하는 지문을 꼼꼼하고 깊게 정독하면서 지문에 담긴 전문적 배경지식을 습득하려고 했다.

틈틈이 영어소설과 시사이슈를 다루는 영문 잡지도 읽었다. 김 군은 “배경지식이 될 만한 전문용어가 나오면 한 문장씩 베껴 적어가면서 외웠다”면서 “배경지식도 쌓고 새로운 문장구조도 이해할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수능 ‘과목별 만점’ 깃발 꽂으려면…‘결정적 한 문제’를 넘어라

[동아일보] 2010년 12월 28일(화) 오전 03:00   가| 이메일| 프린트


[동아일보] 대학 최상위권 학과 합격의 관건… 만점자가 말하는 영역별 노하우

《최상위권일지라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과목별 만점을 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과목별 만점’이란 고지에 깃발을 꽂기 위해선 ‘단 한 문제’라는 마지막 능선을 넘어야 한다. 바로 수능 변별력 확보를 위해 출제진이 내는 최고난도의 문제 말이다. 이 문제를 푸느냐, 못 푸느냐에 따라 만점을 받는지, 1등급에 머무르는지가 결정된다. 특히 최상위권 대학의 최상위권 학과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과목별 만점이란 고지를 점령해야만 하는 것이다. 올해 수능 언어·수리·외국어영역에서 각각 만점을 받은 수험생들에게 물었다. 당신의 만점을 결정한 단 한 문제는 무엇인가. 그 한 문제를 넘어서기 위해선 어떤 ‘필살기’가 필요한가. 이 질문에 언어 만점자 서울 강서고 3학년 김동산 군(18), 수리 ‘가’형 만점자 서울 양정고 3학년 김명수 군(18), 외국어 만점자 서울 휘문고 3학년 김동준 군(18)이 속 시원하게 답해주었다.》

언어? 암기다!

수능 언어영역은 종합적 사고력을 평가한다. 이에 따라 독해력과 문제이해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묻는 문제가 다수 출제된다. 언어영역 최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이미 독해력과 문제이해력을 갖추고 있다. 독해력이 있어야 지문을 이해할 수 있고 문제이해력이 있어야 문제가 묻는 정확한 뜻을 간파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최상위권 학생들은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문제풀이형’ 공부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문을 이해한 뒤 문제를 풀어내는 ‘기술’을 반복적으로 연마하는 동안 어휘나 어법 같은 작은 부분을 눈여겨보고 암기하는 과정을 간과하기 일쑤라는 것. 어휘나 어법은 문제를 푸는 기술로는 정복할 수 없고 ‘무지막지’한 암기로만 공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언어영역 만점자 김동산 군은 “대부분의 어휘, 어법 관련 문제는 문맥을 잘 이해하면 풀 수 있지만 최고난도문제는 단어의 뜻을 확실히 알지 못하면 풀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1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38번 문제를 보자. 37번부터 39번까지 이어지는 비문학 지문으로는 서로 다른 단어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결합어’를 설명하는 글이 나왔다. 지문 자체가 어법과 관련한 지식과 어휘를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고난도인 38번이 문제였다. 지문내용을 이해한 뒤 이를 기반으로 해서 고어(古語)가 다수 등장하는 ‘보기’ 문장을 분석하는 문제. 하지만 지문에 나오는 ‘부사격 조사’ ‘관형격 조사’와 같은 어려운 용어의 뜻을 모르면, 문제를 풀 수조차 없는 것이다.

김 군은 “특히 ‘보기’에는 15세기 고어인 ‘거우루엣’ ‘그르멜’이 등장해 최상위권 학생들이 더욱 어렵게 느꼈다”면서 “어법지식, 어휘력, 지문 독해력을 동시에 갖춰야 이 한 문제를 넘어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리? 최적화다!

수능 수리영역 공부는 최상위권이 상위권, 중위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공식을 떠올려 대입한 뒤 계산의 실수를 줄이는 것이다. ‘공식 대입→문제 풀이→검토’가 수리 공부의 ‘왕도’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수리영역 후반부에 나오는 한두 개의 최고난도 문제는 이런 익숙한 방식으론 넘어설 수 없다. 이 문제들은 공식을 제대로 떠올렸다손 치더라도 자칫하면 틀리기 쉽다. 이유는? 여러 가지 조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나오는 이들 문제는 조건이 제시될 때마다 해당 공식을 일일이 대입해 풀어갈 경우 계산이 ‘무지막지’하게 복잡하고 어려워지면서 시간을 잡아먹거나 계산실수를 유발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풀이에 들어가기에 앞서 문제 자체를 단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알고 있는 공식들을 ‘스마트’하게 종합해 적용함으로써 문제 풀이의 단계를 줄이고 실수의 여지를 좁혀나가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것.

수리 ‘가’형에서 미분과 적분 선택문제인 28번을 보자. 보기만 해도 복잡한 적분식 안에 함수가 또 포함되어 있는 ‘꼬이고 꼬인’ 문제유형. 최상위권이라도 복잡한 풀이과정을 거치기 일쑤다.

아니다. 이런 문제는 주어진 조건을 활용해 풀어야 하는 식을 더욱 단순화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복잡한 적분식이 ‘삼각함수’의 공식으로 접근하면 매우 단순해진다는 사실만 간파하면, 문제풀이 단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수리 ‘가’형 만점자 김명수 군은 “교과서에 나온 공식만을 사용해서는 최고난도 문제를 모두 해결하긴 어렵다”면서 “다양한 문제풀이법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최적화된 효율적인 풀이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어? 배경지식이다!


경기지역 한 외고에 다니는 고3 N 양(18). 최상위권인 그가 외국어영역에서 틀린 단 한 문제는 바로 26번이었다. N 양은 “마지막까지 이 문제를 붙잡고 여러 번 읽어봤지만 끝까지 한 문장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만점으로 가는 최상위권의 발목을 잡은 26번은 단어 자체가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경제이론을 설명한 지문을 제시한 뒤 빈칸추론 문제를 낸 것이다. 빈칸추론 문제는 지문을 전체적으로 이해한 뒤 빈칸의 앞뒤 문맥을 파악해 답을 찾는 문제. 지문의 중간부분이 빈칸으로 비어있어 단박에 지문을 독해하기가 어렵다. 지금까지 최상위권들은 빈칸추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두 가지 접근법을 사용했다. 첫 번째는 빈칸의 앞뒤 문장을 살펴 읽으면서 내용을 추론하는 방법, 두 번째는 ‘빈칸이 앞에 있으면 주로 주장을 담은 내용이 온다’ ‘빈칸이 접속사 다음에 있으면 접속사의 성격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등 빈칸의 위치로 짐작하는 방법이다. 두 방법 모두 빠른 시간 내에 정답을 골라내는 ‘기술’이다.

하지만 26번 같은 최고난도 문제는 이런 기술이 통하지 않는다. 지문내용과 관련된 배경지식을 지니고 있어야 빈칸의 내용을 가늠할 수 있는 ‘지독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최소비용과 최대효과’를 설명하고 있는 이 지문은 ‘최소비용’이나 ‘최대효과’와 같은 핵심단어를 직접적으로 쓰지 않은 채 예시문장을 통해 전개되는 바람에 여간해서는 글의 핵심을 알아차리기가 어려웠다. 경제이론을 이미 알고 있는 학생만이 빠르고 정확하게 풀이할 수 있는 문제였던 것.

외국어영역 만점자 김동준 군은 “외국어 최고난도 문제는 인문, 과학, 사회에 걸친 낯설고도 깊이 있는 지식을 담은 지문이 다수 등장한다”면서 “지문의 문장도 복잡해지고 있어 배경지식을 미리 풍부하게 갖춰놓아야만 당황하지 않고 풀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명진 기자 ymj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