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방학은 짧다” 국제학교 학생의 글로벌 체험
“세상은 넓고 방학은 짧다” 국제학교 학생의 글로벌 체험

by 장효선·이승훈·이민주
중고교생에게 여름방학의 의미는 여러가지다. 누군가에게는 학원 스케줄에 치인 바쁜 방학인 반면, 또 어떤 누군가에게는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일 것이다. 국제학교의 여름방학은 길어서 더 특별하다. 국제학교에 다니는 TONG청소년기자단 구억리지부 3명의 기자들이 자신들의 알찬 여름방학 생활 후기를 공개한다.
국제 NGO에서 인턴하기
3학년 여름방학을 맞아 부담되는 마음이 앞섰다. 학교 기숙사에서 나와 두 달여 방학동안 가족과 함께 집에서 지낼 수 있다는 안도감보다도 대학 입시를 코앞에 뒀다는 두려움과 긴장감이 더욱 컸다. 하지만 동시에 십대의 마지막 여름방학을 유익하고 의미있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인턴이라는 생소한 경험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어떻게 NGO에서 인턴을 하기로 마음 먹었나요.
"3년 전 우연히 알게 된 NEI(Nutirition & Education International)라는 국제 NGO를 꾸준히 후원해 왔습니다. NEI는 관습적으로 직업을 갖지 못해 가난에 시달리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경제적 자립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하고 생계수단을 제공하는 사업을 합니다. 평소에 여성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NEI가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단체가 아니란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옷을 기부받아 세탁하고 리폼하고 다림질을 해서 판매하는 자선 바자회를 정기적으로 열어 기부할 수익금을 직접 모으거든요.
인턴이라는 개념 자체가 국내 학생들에게는 생소하고 낯설지만 해외 대학에 지원할 때 이러한 경력은 높이 평가됩니다. 따라서 인턴 활동이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시간과 돈을 투자해 온 단체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실무를 통해 그려 보고자 하는 마음도 컸습니다."
-어떻게 인턴으로 채용됐나요.
"사실 어디든 인맥이 아니고서야 고등학생 인턴을 뽑는 일은 아주 드뭅니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물론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제출하는 등의 정식 절차는 거쳤지만 제 경우에는 NEI 한국지부 총장께서 제가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단체와 맺어온 인연 등을 고려해 특별히 일주일 동안의 인턴 기회를 주셨습니다. 또한 채용 과정에서 꾸준히 이메일로 담당 팀장님께 저의 강한 의지와 각오를 보여드렸고요."

"NEI에서도 고등학생 인턴은 처음이라 어떤 일을 시켜야 할지 난감해 하셨습니다. 일주일은 실질적으로 국제 NGO가 어떻게 사업을 구상하고 일을 하는지 완전히 이해하고 경험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많은 경험을 해 봤습니다. 먼저 단체의 사업의 홍보하는 업무를 도왔습니다. NEI의 웹페이지와 홍보 책자를 읽고 정리하는 일도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제가 네이버 해피빈에 쓴 단체의 사업 내용이 네이버 메인페이지에 올라가 한 달만에 목표 금액의 절반이 넘는 기부금을 모으는 성과를 내기도 했어요."
-인턴 과정에서 배운 점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NGO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국제 개발이란 분야가 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정부의 부정부패가 심각한 중동 국가들에서 밑바닥까지 도움의 손길이 전해지는 데에 NGO가 크게 기여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하나의 도움의 손길을 전하기 위해서도 신중한 계획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보면서 내가 해 오던 소규모의 봉사들과는 또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고교 졸업을 앞두고 사회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요."
-어떤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가요.
"국제관계학이나 국제 개발에 관심이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합니다. 비록 일주일이었지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활동이었어요. 진정으로 관심 있는 사람만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방콕에서 국제학술대회 참가하기
지난 1월 우리 학교에서 '국제학술대회(World Scholar’s Cup)'의 예선이 열렸습니다. 좋은 기회라는 친구들의 제안으로 3인 1조가 돼 예선을 치렀어요. 처음 참가하는 대회라 기대가 크지는 않았는데 운이 좋았는지 방콕에서 열리는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게 되었죠.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1일까지 6박7일 동안 방콕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돌아왔어요.

-국제학술대회(World Scholar’s Cup)는 어떤 대회이며,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World Scholar’s Cup'은 전 세계 60개국이 넘는 국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토론, 퀴즈, 글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생들이 실력을 겨룹니다. 각 지역에서 1차 예선을 치르고 난 후 2차는 세계 본선, 그리고 예일대학교에서 결승을 치르는 형식입니다. 주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열리는 본선에는 매년 3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가합니다. 대회를 준비하며 학습적인 부분도 물론 도움이 됐지만 더 값지다고 느꼈던 건 학생들과의 문화적 교류와 협력입니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어떤 문화적 교류를 나누었나요.
"6박7일의 일정 중 대회는 단 하루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6일간에는 대회를 넘어 각국의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고 문화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문화 페어, 미션 수행하기, 클럽 나이트 등 여러가지 활동이 진행됐습니다. 미션 수행 과정에서 여러 나라 학생들과 새로운 연을 맺을 수 있었고, 문화 페어를 통해 각 나라들의 문화와 전통에 대해 배우게 됐습니다. 또한, 문화의 다양성과 문화별 차이점에 대해 자각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4박5일 제네바에서 물리 탐구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제주 브랭섬홀아시아 학생 7명은 선생님 두 분과 함께 스위스 제네바에 방문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물리 탐구 활동을 했습니다. 그중 이민주 학생에게 체험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어떤 계기로 CERN에 가게 됐나요.
"여름방학이 다가올 즈음 고등학교 2학년 물리반 학생들은 원자의 구조와 핵물리학의 이론을 배우고 있었어요. 원자의 구조를 더 파헤치려는 과정에서 전 세계 30개국이 지원하는 CERN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힉스 입자를 발견한 것으로 화제가 된 기관이기도 합니다. 물리에 열정이 있는 저와 친구 두 명이 선생님께 연구소를 방문하고 싶다는 소망을 말했고, 마침내 제네바 여행이 실행됐죠."


-제네바에서 물리에 관한 어떤 활동을 했나요.
"CERN에서 어떤 실험이 진행되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었어요. 로잔 대학(University of Lausanne)을 방문해 Tokamak(토카막, 핵융합 반응장치)의 융합 원리를 이용한 연구 방법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원자 핵 내의 양성자를 원자로부터 분리, 가속시켜 원자 핵, 핵 안의 양성자, 양성자 안의 쿼크, 그리고 그 이상 무엇이 원자 안에 있는지 파헤치는 게 CERN의 주요 연구 과제입니다. 양성자를 충돌시키기기 위한 자기장을 형성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실험 중인 마틴 박사를 만나 Tokamak의 융합 원리와 이 실험으로 어떤 과학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 자세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융합을 시키기 위한 에너지보다 생산하는 에너지가 커지는 순간 핵분열을 이용한 원자력 발전소들보다 100배는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네바에서 지내며 느끼거나 배운 점은.
"곳곳에 동상과 분수, 아스팔트가 아닌 돌로 포장된 도로와 도시의 모든 건축물들이 기독교의 영향을 받았단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불어를 쓰는 제네바 시민들과 대화하기 위해 밤마다 불어 공부를 하고 배운 걸 실전에서 쓰는 것도 설렜어요. 유럽에 방문할 기회가 또 생긴다면 더 오랜 시간 한 도시에 머물면서 그 곳의 문화와 언어를 더 깊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싶습니다. 물리 공부가 목적인 여행이었지만 많은 문화를 접한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글·사진=장효선(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제주 13)·이민주(제주 브랭섬홀아시아 12)·이승훈(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제주 10) TONG청소년기자 구억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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