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연·고대 정시 ‘나’ 군으로… 주요대 연쇄 이동

choib 2013. 11. 15. 20:07

연·고대 정시 ‘나’ 군으로… 주요대 연쇄 이동

서울대 ‘2015 입시안’ 후폭풍
지난 14일 서울대가 2015학년도 입시전형안을 발표한 이후 나머지 주요 대학의 전형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연세대와 고려대가 서울대와 겹치지 않게 정시 모집군을 가군에서 나군으로 옮기고, 이화여대는 2015학년도부터 문과 학생이 의예과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에서 수시 논술전형 모집인원이 10∼28% 줄고, 정시 비중을 늘리는 곳이 많다.

 

 

주요 대학이 15일 발표한 2015학년도 각 대학의 입시전형안에 따르면 정시모집군의 변동이 눈에 띈다. 전날 서울대가 나군에서 가군으로 옮기기로 하면서 연세대와 고려대는 서울대와 겹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가군에서 나군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연세대 박승한 입학처장은 “수험생들이 다양한 지원 기회를 제한받지 않고, ‘눈치작전’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정시모집군을 나군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군과 나군에서 분할모집을 하는 성균관대와 경희대는 가군으로 단일화할 가능성이 크고, 마찬가지로 가·나군에서 학생을 뽑는 한양대는 분할모집은 유지하되 주력군을 가군에서 나군으로 바꾸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강대는 서울대와 같이 나군에서 가군으로 옮겨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학별로 보면 연세대는 수시 논술전형의 모집인원(일반전형)도 2014학년도 833명에서 2015학년도에 750명으로 10% 줄인다.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논술 비중을 줄이라’는 교육부의 지침을 따른 것이다. 수시는 물론 정시에서도 우선선발제도가 일제히 폐지된다.

고려대도 수시 논술전형의 모집인원을 1277명으로 6.5% 축소하고, 논술 반영비율을 70%에서 45%로 대폭 낮췄다. 논술전형 모집인원이 준 대신 ‘융합형인재전형’(280명 모집)이 신설돼 정시와 수시의 모집비율은 종전처럼 3대 7로 유지된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문과생의 의·치대 지원은 모두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논술전형은 다른 주요대학에서도 축소될 전망이다. 성균관대는 10∼15%, 한양대는 10∼20%, 이화여대는 10%, 서강대는 28%를 각각 줄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대가 문과생에게도 의대 문호를 열기로 하면서 예상됐던 ‘교차지원 전폭 확대’는 일어나지 않았다. 연세대와 고려대, 성균관대 등은 모두 “이과생이 인문계로 진학할 수는 있다”면서도 “이는 전부터 해왔던 것이며, 문과생이 자연계열로 지원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들 대학은 서울대가 전날 발표한 새 전형안은 고교 교육과정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현재 고등학교에서 문·이과를 나눠 가르치는데, 이것을 무시한 채 통합해 뽑게 되면 고교 교육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며 “교육이 입시를 선도해야지, 입시가 교육을 선도하면 안 된다”고 비난했다. 배영찬 한양대 입학처장도 “문이과를 통합하기로 한 2021학년도부터라면 모를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2005학년도에 폐과됐다 2015학년도부터 부활하는 이화여대 의예과는 정시에서 문과생도 받기로 했다.

각 대학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자마자 다음해 입시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날 발표된 입시안은 서울대가 ‘정시 모집군 나→가군 이동’, ‘문과생, 의대 진학 가능’ 같은 파격적인 전형안을 내놓은 데 대한 방어적 성격이 짙은 것으로 분석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서울대 새 입시안이 발표되자 발칵 뒤집혔다. 한 일반계고 2학년 이과반 학생은 “의대 가려고 몇 배 이상 공부하기 어려운 이과로 왔는데, 후회된다”며 “아예 외고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라고 강한 불만을 나타났다. 인문계 학생들은 “내년부터 수능 인문계 수학(수학A)도 엄청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