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유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위 문경

choib 2013. 10. 14. 16:05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위 문경

떠나기 좋은 계절, 가을을 맞아 경상북도 문경은 요즘 한바탕 잔치 분위기다. 지난 8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에서 문경새재가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문경에서 1박 2일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실속 정보를 모두 모았다.

복원된 고모산성.
황톳길이 좋다, 문경새재 옛길이 좋다경북 문경에 소재한 문경새재는 영주 죽령, 영동 추풍령과 함께 조선시대 3대 고갯길로 꼽힌다. 5백여 년간 문경새재를 넘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그중에는 입신양명을 꿈꾸는 청춘도 있고, 거상을 꿈꾸며 봇짐을 메고 다녔던 보부상들도 있었다.

부산 동래에서 한양까지 추풍령을 넘으면 보름, 죽령을 넘으면 열엿새가 걸렸다고 한다. 문경새재는 열나흘 정도면 너끈히 한양에 도착할 수 있었으니 지름길인 셈이다. 그런데 과거 보러 가는 선비들에게 문경새재는 지름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추풍령은 추풍낙엽처럼 낙방하고, 죽령은 대나무 미끄러지듯 낙방한다는 징크스가 그것이다. 문경새재는 거리가 짧은 만큼 길이 험하고 높아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조령(鳥嶺)이라 불리기도 했다. 다른 뜻으로 백두대간 조령산 마루를 넘는 고개란 의미도 포함된다. 새로 생긴 고개라는 뜻에서 ‘새재’라는 설도 있다.

고모산성에서 내려다본 진남교반.
문경새재는 전 구간이 흙길이다. 옆으로는 계곡과 수로가 있어 언제든지 손발을 닦을 수 있다. 뙤약볕을 피할 수 있을 만큼 우거진 숲도 걷는 재미에 한몫을 한다. 이처럼 수려한 자연경관 덕에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뿐 아니라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과 명승32호로도 지정됐다.

낮은 물론이고 늦은 밤에도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다.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밤에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다…. 상상만으로도 운치 있는 풍경이다. 문경새재는 제1관문인 주흘관을 시작으로 제2관문 조곡관, 제3관문 조령관으로 이어진다. 전체 길이는 6.5km. 일정이 빠듯하다면 1관문이나 2관문까지만 걸어도 좋다. 문경새재도립공원에 들어서면 자연생태전시관, 사계절썰매장, 새재스머프마을, 옛길박물관 등 볼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들 중에서 옛길박물관은 과거길, 여행길 등 조선시대 길과 얽힌 문화를 재조명해놓았다.

1708년에 축성된 제1관문 주흘관을 지나면 왼편에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이 나온다. ‘태조왕건’, ‘대조영’, ‘대왕세종’ 등 내로라하는 사극은 죄다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운이 좋으면 실제 촬영 장면을 볼 수도 있다.

이곳에서 약 2.5km를 더 걸어가면 1594년에 축성한 제2관문 조곡관이 나온다. 가는 길목에는 고려와 조선시대 숙식을 제공하던 국영여관인 조령원터, 일제가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V자로 파놓은 상처 난 소나무, 조선 후기에 세워진 산불됴심비, 조선시대 신구 경상 관찰사가 업무 인수인계를 하던 교귀정 등이 있다.

가을이라 더욱 운치가 깊은 문경.
황톳길의 기운을 느끼며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다 보니 제3관문까지 가는 3.5km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지막 관문인 조령관은 1708년에 축성됐다. 이 관문을 통과하면 충청북도 괴산 땅이다.

문경새재는 단풍이 곱게 물드는 10월이 가장 여행하기에 좋은 시기다. 황톳길의 부드러운 질감이 발바닥에 전해질 때 여행의 낭만도 깊어질 것이다. 문의 054-571-0709, saejae.gbmg.go.kr

고모산성 올라 진남교반을 굽어보자고모산성에 올라 “이모산성은 어디냐?”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다. 고모산성은 신라가 북진정책을 꾀하던 5세기에 만들어진 신라 최초이자 최대의 성곽이다. 삼국시대에 서로 땅을 뺏기 위해 피비린내 나는 격전의 현장이 됐고, 임진왜란 때는 왜군에게 유린당하는 아픔을 겪었으며, 한국전쟁 때는 남북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싸운 곳이다.

1 문경에 오면 꼭 타봐야 할 철로자전거. 2 맨발로 걷는 탐방객을 위해 발 씻는 곳이 마련돼 있다. 3 석탄박물관에 재현된 갱도의 내부 모습.
성곽의 전체 거리는 1.6km, 높이는 2~5m가 넘는다. 꽤나 큰 규모의 성이다. 허물어졌던 성곽을 복원한 덕분에 걷기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대표적인 탐방 코스는 성황당 주차장에서 남문지로 걸어갔다가 성곽에서 진남교반을 내려다보고 진남문으로 내려오는 구간이다. 진남문 아래에 있는 고모산성주차장에서 걸어서 진남문을 돌아보고 성곽을 따라 걸어가는 길도 좋다. 영남대로의 옛길인 토끼비리의 시작점이 이곳에 있다. 옛돌고개(일명 꿀떡고개)에는 길손들이 머물던 주막거리가 복원돼 있다. 문의 054-550-6309, tour.gbmg.go.kr

광부의 삶과 애환이 이곳에, 석탄박물관요즘 아이들에게 연탄은 어쩌면 낯선 단어일지도 모른다. 석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문경석탄박물관에 들어서면 문경이 지난날 경상북도 최대의 탄광촌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전시관 로비에 설치된 대형 설치물에는 탄광산업이 한창 왕성할 때 촬영했던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2층으로 올라가면 연탄을 만드는 과정과 석탄산업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상물 상영관에서는 광부들의 일과를 알기 싶게 설명해준다. 어른들은 추억을 되새기고, 아이들은 현장학습을 할 수 있는 장이 된다. 야외 전시장에는 실제 광부들이 살았던 탄광촌 가정집과 구멍가게, 정육점, 선술집 등을 사실적으로 재현해놓았다. 각 세트장마다 현지 주민들이 직접 녹음한 대화를 들을 수 있어 친근하게 다가온다.

가은촬영장도 볼 만하다. ‘천추태후’, ‘연개소문’, ‘자명고’ 등의 드라마를 촬영한 곳이다. 모노레일에 오르면 발아래 펼쳐진 풍경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1촬영장에는 평양성과 고구려궁, 고구려와 신라마을이 있고, 2촬영장에는 안시성과 성내마을이, 3촬영장에는 요동성과 성내마을 세트장이 있다. 문의 054-550-6424, coal.gbmg.go.kr

철로자전거는 사랑을 싣고석탄을 실어 나르던 철로에서 가족의 함박웃음이 터져 나온다. 문경 철로자전거는 첩첩산중을 가르고 계곡을 가른다. 경북 팔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진남교반을 달릴 때면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에 가슴속까지 뻥 뚫린다. 강가에서 낚시를 하는 강태공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마음에 점을 찍고 사라진다.

운행 구간은 진남역에서 불정역, 불정역에서 주평 방면, 가은역에서 먹뱅이역이다. 왕복 거리는 4km 내외. 문경새재유스호스텔, 청소년수련관, 불정자연휴양림 숙박자는 매표시 영수증을 제시하면 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말에 이용을 원한다면 사전 예약은 필수다. 문의 054-554-8300, www.mgrailbike.or.kr

문경은 축제가 한가득문경사과축제가 10월 12일부터 27일까지 16일간 문경새재 일원에서 펼쳐진다. 이번 축제기간 동안 문경새재 박물관 앞 도로에서는 특별 판매 행사도 갖는다. 제1관문 잔디광장에서는 농·특산품 직판 부스, 사과를 활용한 테마 먹을거리 부스가 함께 운영된다. 자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행사도 다채롭다. 대형 사과 미로로 꾸며진 비밀의 정원, 빌헬름 텔 활쏘기, 사과 다트, 사과 낚시, 사과 먹으며 단체 줄넘기 등 온 가족이 오랜만에 웃음 터질 일이 가득하다. 문의 054-553-1024, mgapple.kr

문경한우축제도 개최된다. 문경한우는 거정석(일명 약돌)을 배합한 사료를 먹고 자란 약돌한우로 유명하다. 거정석에는 티타늄, 셀레늄, 게르마늄 등 인체의 재생 능력을 돕는 유익한 필수 미네랄이 이상적으로 함유돼 있다고 한다.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문경새재도립공원 제2주차장에서 열린다. 문의 054-550-6309, mghanwoo.com

1 고즈넉한 분위기의 교귀정. 2 새재할매집의 약돌돼지석쇠구이. 3 문경새재 제2관문 조곡관.
문경의 토속 음식진남교반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민물 매운탕집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 진남매운탕(054-552-7777)은 40년 동안 매운탕만 고집하고 있다. 지금은 그 맛을 더욱 발전시킨 막내딸이 운영 중이다. 한창 탄광산업이 발전하던 때는 탄광업소 직원들이 주로 찾았지만 요즘은 외지인들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 먹을 만큼 맛이 소문났다. 특제 고추장을 넣어 얼큰하면서도 맛이 깊다. 함께 나오는 치자국수를 넣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

문경에선 약돌한우만큼 약돌돼지가 유명하다.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이 함유된 약돌을 갈아 돼지 사료에 섞어서 먹여 부드러운 육질이 특징이다. 약돌돼지고기에 고추장 양념을 발라 석쇠에 구워 먹는데 새재할매집(054-571-5600)이 유명하다. 2대째 고집스럽게 약돌돼지고기만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문경새재도립공원 식당가에 있다. 석쇠구이정식 1만2천원(2인 이상 주문 가능).

여행 정보가족 여행 1박 2일 코스 석탄박물관→문경새재→오픈세트장→문경온천→숙소→고모산성→철로자전거 숙소 문경시에서 운영하는 문경새재유스호스텔(054-571-5533)과 문경관광진흥공단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는 불정자연휴양림(054-552-9443)이 권할 만하다. 그 외에 문경온천 주변에 깨끗한 모텔들이 많다. 킹모텔(054-571-5558)은 한국관광공사가 인증한 우수 숙박시설 굿스테이 업소다.

여행작가 임운석은…평생 여행만 하며 살자고 한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대 때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신인상 후보에 올랐으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문화와 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이며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 국내 아웃도어 전문 업체의 로드플래너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http://roomno1.blog.me/)’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최고다! 섬 여행」, 「대한민국 사계절 물놀이사전」, 「여행의 로망 캠핑카 스토리」를 썼다.

<■글&사진 / 임운석(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