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이야기

연세대, 인문·사회 계열 구분 없이 다면사고형 문제 출제

choib 2013. 10. 2. 11:00

연세대, 인문·사회 계열 구분 없이 다면사고형 문제 출제

등록 : 2013.10.01 15:28수정 : 2013.10.01 15:28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수시논술 숨은 해법

연세대<인문계, 사회계(120분, 흑색 필기구-연필 가능)>

 

2013학년도 연세대 일반전형(논술중심)의 인문·자연계 전체 경쟁률은 32.73:1이었다. 연세대 수시 전체 경쟁률 18.53:1나 정시 경쟁률 4.97:1에 비하면 월등하게 높다. 인문계에 비해 자연계 논술의 경쟁률이 높은 편이지만 문과대 27.93:1, 경영대 28.17:1, 사회과학대 30.70:1의 경쟁률을 나타냈으며 심리학과(42.33:1)와 언론홍보영상학부(36.64:1)는 특히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2013년에 비해 2014년에는 연세대 수시 일반전형의 모집인원이 줄고 우선선발의 기준이 완화된 탓에 경쟁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수능이나 내신의 상대적 열세를 만회하는 방법은 수시 일반전형밖에 없기 때문이다.

 

■ 주요사항 

■ 기출문제 경향 

연세대는 인문계열과 사회계열을 가리지 않고 다면사고형 논술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특정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통합교과적 성찰을 요구하며, 깊이 있고 창의적인 답안을 쓸 것을 요구한다. 난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2011년에는 삶과 죽음의 관계(인문), 사회 현상에 대한 분석 방법(사회)을, 2012년에는 인간 행동과 정신 활동의 관계(인문), 새로움과 다수의 역할(사회)등의 주제를 다뤘다. 2013학년도의 문제 경향을 자세히 살펴보자.

■ 연세대 <인문계, 사회계>, 삼자 비교와 자료 분석 

지식의 통섭을 추구하는 연세대 다면사고형 논술에서 관건은 주제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이다. 즉 논술 주제에 대한 수험생의 개성적인 생각을 드러내야 합격할 수 있다. 물론 삼자 비교와 자료(도표․ 그림) 분석이라는 형식적 특성에도 주목하고 이를 꾸준히 훈련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연세대 <인문계/사회계>의 경쟁력 있는 답안의 2가지 비법으로 ①삼자 비교의 효과적 수행 ②자료 분석과 적용을 살펴보도록 하자.(문제는 www.yonsei.ac.kr에서 다운 받을 수 있음)

 

① 삼자 비교의 방법

1)2012학년도 수시 사회 

문제1: 한 사회에 새로움이 부상하는 과정에서 다수가 수행하는 역할을 중심으로 제시문 (가), (나), (다)의 논지를 비교하시오. (1000자 안팎)

제시문 (가)-의도에 맞춰 재구성 

새로운 종교를 창설하려는 여러 번의 시도가 실패로 끝난 것은 상당히 이른 시기에도 그리스인들이 높은 수준의 문화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힘과 지배욕이 매우 강한 천성을 지닌 인물이 단지 종파에 국한된 미약한 결과를 낳는 데 그치는 경우, 이로부터 그 문화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추론해낼 수 있다. 반면 한 개인이나 그 개인의 새로운 사상이 보편적이고 절대적으로 작용하면, 이는 그 영향을 받는 대중들이 그만큼 천편일률적이고 저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예술과 인식의 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

제시문 (나) 

예술사에 있어서 걸작 아닌 것은 예술적인 전승의 수단이 된다. 예술에 있어서 전승은 걸작 아닌 것을 통하여 된다고 말할 수가 있다. 이러한 예를 우리는 아류(亞流)라는 현상에서 들 수 있다. 아류란 걸작의 모방이다. 모방은 흔히 걸작을 모독하고 그것을 개악(改惡)한다. 그러면 아류란 걸작의 파괴지 그 전승이 되느냐고 할지 모르나, 전승이란 이러한 모독을 통하여 행하여지는 것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아류는 사람들로 하여금 걸작에로 인도하는 것이다. 즉 걸작 아닌 것은 걸작과 걸작과를 매개한 것이다.

제시문 (다) 

진보는 일종의 집단적인 성찰이다. 거기에는 하나의 고유한 뇌가 없다. 그것은 오히려 창안자들의 무수한 뇌 사이에서 모방 덕분에 생겨나는 연대에 의해 가능해지는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발견은 문자로 고정되어 거리나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전달될 수 있게 된다. 사회적 진보는 개인적 진보와 같이 두 가지 절차, 즉 대체와 축적을 통해 일어난다.

‘한 사회에 새로움이 부상하는 과정에서 다수가 수행하는 역할’이라는 지침-비교 기준이 주어졌으므로 이에 따라 세 제시문의 변별점을 서술하면 된다. 그런데 이 내용만으로 1,000자를 채우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논제에서 제시한 기준을 세분화하거나 이와 관련된 다른 비교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이때 비교 기준에 따라 제시문 사이의 연관관계가 달라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 문제에서는 다수의 ‘역할’ 차이가 다수의 ‘태도’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점, 다수가 새로움의 부상에 따른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을 비교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가)에서 다수는 새로운 종교를 수용하기도 하고 거부하기도 한다. 이는 다수의 자질이나 사회, 문화적 조건의 차이에 따른 것이며 이 차이는 결국 종교(개혁)의 성패를 결정한다.

한편 (나)와 (다)의 다수는 새로움을 모방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물론 둘의 차이도 있다. (나)의 아류가 걸작을 일방적으로 모방하는 데 그치고 있다면 (다)의 다수는 대체와 축적을 포함한 능동적 모방을 보여준다. (나)와 (다)의 다수는 결과적으로 새로움의 사회적 확산과 정착에 기여한다. 그런데 확산의 계기는 다르다. (나)에서 아류는 걸작에 대한 갈망을 자극하여 역설적으로 예술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고 (다)에서 모방은 타자와의 연대를 통해 끊임없는 창안으로 이어져 발전을 이끌어 낸다.

밀로의 비너스. 기원전 2세기에서 1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2)2013학년도 수시 인문 

문제1: 제시문 (가), (나), (다)에 공통된 주제어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 (나), (다)를 비교하시오.(1,000자 안팎)

제시문 (가) 

문인화가들은 자신의 괴벽한 취미를 매화 파는 사람에게 확실하게 알려서, 똑바른 것을 베어 곁가지를 키우고 빽빽한 것을 쳐내 어린 가지를 죽이고 곧은 것을 잘라 생기를 막음으로써 높은 값을 구하게 하니, 매화는 모두 병이 들었다. 문인화가들이 끼친 폐해가 이 정도로 심할 줄이야!

제시문 (나) 

무량수전은 고려 중기의 건축이지만 우리 민족이 보존해 온 목조 건축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오래된 건물임이 틀림없다. 건축물의 구성요소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풍수사상에 기반해 주변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룬 순리의 아름다움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시문 (다) 

‘우아함’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아무런 티도 안 냄’이라고 한다면 설명할 수 있다. ‘아무런 티도 안 냄’이란 ‘기교를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면서 마치 아무런 노력이나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말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스러움이란 인위적인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바로 이 패러독스에 ‘아무런 티도 안 냄’의 본질이 있다.

2013 수시 인문계 1번 문제는 출제진의 의도와 달리 수험생들의 답안 내용이 다양했다. 이는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다양할 수 있다는 점을 뜻한다. 그러나 세 제시문에서 대립을 이루는 요소는 ‘자연 vs 인위’이다. 이 두 가지 대립항이 어떻게 갈등하고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아름다움을 창출하는지 변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물론 세 제시문은 공통적으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지향한다. 다만 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의 정의나 이를 구현하는 방법, 과정에 대해서는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 즉 자연과 인위의 관계, 아름다움의 발현 요소, 아름다움의 창출 과정에서 인위의 역할 등을 비교 기준으로 설정할 수 있다.

(가)는 ‘자연’만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위’적인 기준은 자연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져 결국 본질적인 아름다움으로부터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나)와 (다)는 아름다움의 창출 과정에서 ‘인위’의 역할을 긍정한다. (나)에서 인위적 노력은 자연과 결합하여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구현한다. (다)에서 인위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며 결과적으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인위와 등가를 이룬다.

이러한 비교 분석의 결과를 무작위적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면 안 된다. 비교 기준들을 유기적으로 배열하여 전체적인 완결성을 이루도록 배열해야 좋은 답안이 된다. 즉, 전체 답안의 구성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②자료 분석과 적용 

연세대 논술문제의 또 다른 특징은 자료 분석의 난이도가 높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무턱대고 도표나 그림을 해석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도표나 그림은 특정 주장을 뒷받침하거나 반박하는 사례이므로 다른 제시문과의 연관성 속에서 그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까닭은 자료 분석이 다른 제시문의 분석, 평가, 비판 유형과 결합하거나 견해 서술 유형과 결합하는 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불필요한 수고를 덜고 출제의도에 맞게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분석, 평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제시문의 주장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2013학년도 수시 인문

 문제2 : 제시문 (라)를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1)을 평가하시오.

 

(가-1) 

자기에 대한 긍정적 편향을 갖는 것이 정확하고 유효한 자기 평가를 하는 것보다 실제로 정신 건강에 더 좋다. 이러한 현상을 ‘긍정적 환상’이라고 한다. 자기에 대한 지나친 긍정적 평가와 미래에 대한 과도한 낙관적 신념, 그리고 자기 자신이 주변을 통제할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은 자신의 정신 건강에 더 유익하다고 한다. 긍정적 환상이 더 나은 육체적 건강, 그리고 역경에 대한 보다 나은 대응 방법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긍정적 환상을 더 자주 품는 학생들이 시험에서 더 좋은 성적을 받았다.

(라)

시험을 치른 학생들을 ‘낙관성’과 ‘자기 능력에 대한 인식의 현실성’을 기준으로 네 집단으로 나누어 시험성적을 분석하였다. 다음 도표는 집단별 시험성적의 평균값을 보여준다. 성적은 점수가 높을수록 우수한 것으로 해석한다.

논제에서는 (라)를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1)을 평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논제에 충실하라는 금언을 기억하는 학생들은 먼저 (라)를 의미화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출제의도를 이해한다면 (가-1)의 핵심 주장을 규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가-1)의 주장은 ‘낙관성이 인식의 현실성보다 긍정적’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즉, 정확하고 유효한 자기평가보다 자신에 대한 낙관적 신념이 정신건강이나 성적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데이터를 (라)에서 찾아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수시논술 숨은 해법’ 2회 원고를 참고하도록 하자.

 

■ 연세대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연세대학교 논술은 수준이 높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문제의 난이도와 정합성이 대체로 반비례 관계를 이루는 데 비해 연세대 논술 문제는 정합성이 높으면서도 난이도가 높습니다. 그러므로 제시문을 독해할 때도 항상 출제의도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하고 답안을 쓸 때도 주제에 대한 심도 깊은 내용을 담아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인문계열과 사회계열의 문제를 마치 바꾼 듯한 경우가 있으므로 인문계에 지원한 학생도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에 대한 관심을 잃지 말아야 하며, 사회계열에 지원한 학생이라 하더라도 철학, 예술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특히 올해는 연세대에서 선호하는 ‘역사’ 관련 주제가 출제될 수 있으므로 역사학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분량을 다 채우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연세대 발표 사항에 따르면 요구 분량에 크게 부족하지 않을 경우 과락이 없기 때문입니다.

송남권 논술칼럼니스트
최규윤 강남비상에듀학원 인문논술강사
안덕훈 이원장 학습전략학원 논술강사
어수창 청솔교육 연구정보원 인문논술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