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영란씨의 ‘노량진녀 활동’은 교육제도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전직 교사’가 된 그는 “아이들에게 열정과 더불어 가슴 뛰는 삶을 직접 보여주며 항상 즐겁게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
[함께하는 교육]
‘노량진녀’ 차영란씨 인터뷰
2010년 10월,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노량진녀’가 떴다. 당시 임용고시 준비생이던 차영란(32·사진)씨는 시험 한 달여를 앞두고 자신이 공부에 열중해온 공통사회 과목에 임용계획이 없다는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공고를 확인했다. 좌절감에 빠진 그는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가는 죽을 것 같았다. 이후 혼자서 ‘임용계획 사전 예고제’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온·오프라인에서 진행했다. 교과부 앞에서 ‘이주호 장관님 데이트를 신청합니다’라고 쓰인 팻말을 내걸고 1인시위도 벌였다. 그 결과, 이 장관으로부터 제도 개선 약속을 받아냈고 6개월 사전 예고제로 바뀌게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노량진녀’로 불리며 유명세를 탔다.
의도치 않게 학교에서 나온 뒤‘사람에게 배우는 학교’ 문을 열었다
매달 4~5명의 멘토를 만나면서
학생들의 꿈이 현실로 영글어간다 이후 기간제 교사를 거쳐 현재 사회적 기업 형태로 ‘사람에게 배우는 학교’를 운영중인 차씨를 지난 6월28일 <함께하는 교육>이 만났다. 그는 “노량진녀 활동이 지금도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녀 취업 실패도 맛봤다. 하지만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다. 매일 아침 아이디어가 샘솟았고 심장이 뛰었다. 아이들에게도 가슴 속에 뛰는 심장을 갖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노량진녀 활동’은 그에게 약이자 독이 됐다. 기간제 교사를 지원하며 자기소개서에 노량진녀 이력을 적을 때마다 번번이 떨어졌다. 이런 ‘전력’을 숨기고 들어간 학교 두 곳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는 데 ‘성공’했지만 한 곳에선 계약만료로 그만뒀고 다른 한 곳에서는 지난해 8월 잘렸다. 그는“학교 측은 겉으로는 계약만료라고 했지만 이전부터 내가 사회활동 하는 걸 싫어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나마 성과가 있어서 위안이 됐다. 근무 중 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를 만들고 공동대표를 지내며 성과급 지급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썼다. 그 결과 올해부터 기간제 교사도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그는 “의도하지 않게 학교에서 나온 뒤 고민을 많이 했다. 내 꿈은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주는 것인데, 갑자기 무직이 돼서 그 꿈을 이루기엔 너무 먼 미래가 돼버렸기 때문”이라며 살짝 웃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직접 학교를 만들어보자 마음먹고 준비한 끝에 지난해 10월6일 ‘사람에게 배우는 학교’(www.facebook.com/groups/sabaehak) 문을 열었다. 이 학교의 콘셉트는 ‘진로와 직업체험’이다. 지식 위주 교육이 아닌 매달 4~5명의 멘토를 만나 실제 꿈과 희망을 현실과 연결해준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그는 “멘토가 특강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족처럼 지속적으로 지켜봐주고 고민을 공유한다. 현장에서 열심히 뛰면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부탁을 했다. 다들 흔쾌히 뜻을 같이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줬다”고 했다. 그동안 <80만원으로 세계여행>을 쓴 정상근 작가, 청년 시이오(CEO)인 딜라이트 김정현 대표, 오지 취재 전문 <에스비에스> 이대욱 기자 등이 멘토로 나섰다. 그는 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 첫 수업 때마다 아이들에게 ‘꿈의 다짐서’를 적게 했다. 자신이 어떤 분야에 꽂혀 있는지, 미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대부분 빈 종이였다. 아이들은 집→학교→학원으로 생활이 한정돼서 다양한 경험에 노출될 기회가 없다. 자기 꿈을 찾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게 해주고 싶었다.” 사람에게 배우는 학교는 일반 학교 학생부터 대안학교·홈스쿨링 학생, 새터민학교 아이들까지 구성원이 다양하다. 아이와 같이 온 부모들도 있다. 그에게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멘토를 섭외하면서 여러 만남을 하다 보니 이제 촉이 오는 사람이 있어요. 열정이 느껴지고 행복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 저 에너지가 아이들에게 전달되면 좋겠다는 분을 멘토로 삼아요. 저도 그들처럼 아이들에게 열정과 더불어 가슴 뛰는 삶을 직접 보여주고 싶어요. 관심 있는 학생들은 언제든지 우리 학교에 놀러 오세요~!”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