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체험학습

참고 견디고… '현명한 삶의 태도' 절로 익혀

choib 2013. 6. 13. 12:16

참고 견디고… '현명한 삶의 태도' 절로 익혀


 

가족과의 배낭 여행 당시 이선호씨 가족(왼쪽 위·아래)과 김정주씨 모습. / 이선호씨 제공·용인=이신영 기자

'자녀와의 배낭여행' 경험자 2인의 TIP

일정은 여유 있게, 짐은 간단히 꾸려야

자녀의 취미·성향 고려해 장소 선정을

"출발 전 예행연습… 여행의 기쁨 두 배"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는 말했다. "여행과 변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이 있는 사람이다." 여행 중에서도 배낭여행은 '돌발 변수'의 연속이다. 생면부지의 사람과 친구가 되는가 하면 여비가 떨어졌을 땐 히치하이크도 예사로 한다. 20대라면 한 번쯤 호기롭게 도전해봄 직한 모험이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애 둘 딸린 엄마, 혹은 한 가정의 가장이라면 얘긴 좀 달라진다. 여기, 무수한 역경을 딛고 자녀와의 배낭여행에 성공한 두 부모가 있다. '아이와 함께 제주도 배낭여행 하기'(플럼북스) 저자 김정주(39·경기 용인시 수지구)씨와 '여행은 또 다른 여행을 만든다'(스토리북스) 저자 이선호(40·충남 아산시 모종동)씨가 그 주인공. 여름방학을 앞두고 두 사람이 귀띔하는 '자녀와 떠나는 배낭여행 팁'을 정리했다.



step1ㅣ직장엔 미리 "여행 갑니다" 귀띔

김정주씨는 만 7·10세 딸을 둔 엄마다. 그는 두 아이와 지난 2010·2011년엔 제주도에, 지난해엔 터키에 각각 다녀왔다. 첫 여정에 오를 땐 '사서 고생한다'는 주변 만류에 어지간히 시달렸다. 하지만 김씨는 호화 리조트에서 쉬다 오는 '허무한' 휴양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아이들을 떼어놓고 떠나고 싶죠.(웃음) 하지만 맡길 곳도 마땅찮고 아이들과 떨어져 지낼 용기도 없었어요." 이선호씨 부부는 둘 다 직장인이다. 그는 지난 2011년 아내와 두 아들(당시 초등 1·3년)을 이끌고 2주간 체코·스위스·오스트리아·독일 등지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이를 위해 상사에게 출발 5개월 전부터 여행 얘길 꺼내는 등 치밀한 '사전 작업' 끝에 가족 여행을 성사시켰다.

step2ㅣ시간은 넉넉하게, 짐은 간단하게

김씨는 어린 딸들을 배려해 모든 일정을 넉넉하게 잡았다. 여행 기간이 열흘이라면 숙소는 세 곳 정도가 적절하다. 두 딸과 짐을 끌고 여러 번 숙소를 이동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 이 같은 방식은 숙소 주변 명소를 자세히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이들에겐 시간을 많이 줘야 해요. 길 가다 예쁜 돌멩이라도 하나 발견하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거든요." 짐은 최대한 간단하게 싸야 한다. "한번은 작은딸이 버스에서 곯아떨어져 내릴 때까지 못 일어난 적이 있어요. 결국 한 손으로 작은딸을 업고 나머지 한 손으로 큰딸과 배낭을 바닥에 질질 끈 채 숙소로 향했죠."

이씨는 "여행 중 유스호스텔에 묵은 덕분에 짐과 경비를 동시에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유스호스텔은 투숙객에게 빵이나 시리얼 등 간단한 조식을 제공한다. 저녁엔 주변 슈퍼마켓에서 장을 봐 한국 음식을 조리해 먹는 방식으로 식비를 아꼈다.

장소 선정은 부모가 하루 동안 가볼 곳 두세 군데를 선정한 후 최종 선택권만 자녀에게 주는 방법이 효율적이다. 이때 자녀의 취미나 성향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씨의 작은아들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 생가를 방문한 이후 '작곡가'란 꿈이 생겼다. 단, 부모의 욕심 때문에 전시관·박물관 투어 일정을 억지로 집어넣는 건 금물이다.

step3ㅣ출발 전 충분한 '예행연습' 필요

여행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김씨는 "'여행 후 자녀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얘긴 99%쯤 거짓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딸에게 '여행 후 기억나는 경험을 말해보라'고 했더니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다' '큰 개랑 재밌게 놀았다' 등의 단편적 대답만 돌아오더군요. 근데 실은 이게 자연스러운 거예요. 정말 여행으로 아이가 달라지길 원한다면 평소 예행연습을 해보세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신 걷는 것도 좋고 동네 뒷산을 오르는 것도 좋아요. 이런 습관이 몸에 배지 않는다면 배낭여행도 제대로 즐길 수 없을 겁니다."

두 사람이 꼽은 가족 배낭여행의 최고 성과는 '인내심'이다. "독일에 갔을 때 일이에요. 독일 버스는 에어컨이 안 나오거든요. 그러려니 하고 버티는 현지인과 달리 한국인은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어 할만하죠. 그런데 희한하게 두 아이 모두 어느 순간부터 '찜통 버스'에 완벽히 적응하더라고요. 주변 환경이 늘 마음에 들 순 없고, 그럴 때 잘 참고 견디는 것 역시 현명한 삶의 태도란 사실을 절로 익히는 거죠. 아이와 떠나는 여행이 주는 진짜 매력은 바로 이런 데 있습니다."(이선호)

김정주·이선호씨가 추천하는 '알짜 배낭여행 정보 웹사이트'

△네이버 카페 '유랑'(cafe.naver.com/firenze)

△유스호스텔 예약 사이트 '호스텔월드'

(www.hostelworld.com
)

△제주도 여행 사이트 '느영나영' (www.jejuvision.co.kr
)



[용인=최민지 맛있는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