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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입학사정관제, 바로 알자!]“어려움 많았던 합창부 활동도 경쟁력이죠”
[동아일보]
‘지원자의 개인적 자질 중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자질에 대해 설명하고, 고등학교 재학 중 그 자질을 계발하기 위해 노력한 경험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시오.’
2013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전형 지원자들이 작성해야 했던 자기소개서 3번 문항이다. 일반적으로 입학사정관전형에 지원하는 수험생이라면 이 항목에 자신이 지원하는 학과와 직결된 비교과 활동 경험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학생과 학부모는 자기소개서의 모든 문항을 진로 분야와 직결되는 활동 내용으로 채우려 노력한다.
연세대 학교생활우수자전형으로 생화학과에 최종 합격한 이주연 씨(19·전남 목표혜인여고 졸)는 달랐다. 이 씨는 3번 문항에 교내 ‘합창부’ 활동 하나만으로 1337자를 기술했다. 지원 분야인 생화학과는 거리가 멀다. 경쟁률은 무려 12.29 대 1. 그는 어떤 경쟁력을 내세웠을까.
과학 활동에만 전념? 2학년 땐 합창부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지원 학과와 직결되는 비교과 활동에 집중하며 이력을 쌓아야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하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많은 입학사정관전형이 학교 내신 성적을 비롯한 지원자의 다양한 모습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실제로 이 씨가 합격한 연세대 학교생활우수자전형은 ‘학업능력 외에도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여러 활동에 적극 참여해 다양한 능력과 역량을 개발한 학생’을 인재상으로 내세운다.
이 씨의 고교 3년간 내신 성적은 1.3등급. 비교과 활동은 화학분야 외에도 물리, 독서, 예체능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배움이 있는 물리’라는 소모임에 가입해 학교 축제 때 과학부스를 만들어 운영했고, 이 모임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 간단한 물리 문집을 만들었다. 1, 2학년 때는 교내 도서관 사서로 봉사하며 폭넓게 독서했다.
특이한 점은 이 씨가 2학년 때 돌연 ‘합창반’에 가입했다는 사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자신의 취미를 살려 가입한 동아리였다. 1년간 합창부로 활동하며 부원들과 의견충돌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이 씨는 ‘성취는 실력만 있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 간 화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과정을 자기소개서에 스토리로 풀어냈다.
“자기소개서를 통해 다양한 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모든 항목을 과학 관련 내용으로만 쓴다면 평가자가 단조롭게 느끼지 않을까요? 자신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애인과 데이트를 하면서 로맨스 영화 이야기만 계속한다면 얼마나 재미가 없겠어요. SF 영화처럼 색다른 장르 이야기도 함께 해야 더 주목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이 씨)
학업계획도 경험 살려 구체적으로
이 씨의 사례를 보고 전공활동 외에 다양한 활동을 하는 ‘만능학생’이 되어야 한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이 씨의 경쟁력은 모든 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 단지 스펙을 쌓기 위해 각 활동을 파편적으로 수행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활동을 한 뒤 그 활동을 통해 교훈을 얻고 이를 심화하는 다른 활동으로 이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이런 특징은 자기소개서의 ‘학업계획’ 문항에 잘 드러난다. 이 씨의 진로계획은 막연히 미래 계획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자신이 경험하며 느낀 점을 토대로 자신을 발전시켜온 점을 적극 어필했다.
예를 들어 생화학에 관심을 갖게 해준 인공 유전자인 PNA(Peptide Nucleic Acid)에 대한 학술자료를 찾다가 영어공부의 중요성을 깨달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이 씨는 대학진학 후 연세대 영어인증 프로그램과 해외대학과정 연계 프로그램인 SAP(Study Abroad Program)에 참여하고 싶다는 내용을 담았다. 자신의 실제 경험에서 나온 동기를 진로계획과 연결지었기에 진정성이 돋보일 수 있었다.
“대학과목 선이수제로 일반화학1 과목을 듣다가 바이오칩 연구는 생화학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생물2 과목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됐어요. 활동이력을 내세우기보다는 제가 직접 겪고 느낀 일을 인과관계로 이어 스토리텔링했어요.”(이 씨)
▼ 박승한 연세대 입학처장 “활동 동기와 변화·발전된 모습 보여주세요” ▼
연세대는 ‘학교생활우수자전형’으로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전형 중 가장 많은 인원인 510명을 선발한다. 이 전형은 지난해 1단계에서 학교 내신 성적만으로 3배수를 뽑은 뒤 2단계에서 서류평가(학교생활기록부 교과 및 비교과, 자기소개서, 추천서 종합평가) 및 면접을 진행해 최종합격자를 결정했다.
2014학년도부터는 내신 성적만으로 1단계 합격자를 거르지 않는다. 1단계에서 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를 종합평가해 1단계 합격자를 거른 뒤 2단계에서 면접구술시험을 실시한다.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지난해와 달라졌다. 인문계열은 국어B, 수학A, 영어B, 사회·과학탐구 영역 중 3개 영역 등급의 합이 6 이내. 자연계열(의·치대 제외)은 국어A, 수학B, 영어B, 과학탐구 영역 중 2개 영역 등급의 합이 4 이내다. 단, 수학B 및 과학탐구 영역 중 반드시 1개 영역 이상이 2등급 이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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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 성적이 가장 중요”
연세대 학교생활우수자전형은 학교 내신 성적이 합격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1단계 서류평가 합격자의 내신평균 등급은 1.5등급 내외였다. 2014학년도부터 1단계가 서류 종합평가로 바뀌면서 합격자의 내신 성적이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다.
하지만 박 입학처장은 “올해 합격생의 내신 성적은 지난해보다 다양해질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난해 합격자 내신 성적 기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입학처장은 “서류평가는 학생부 교과영역과 비교과영역, 자기소개서와 추천서를 통해 학문적 열정과 전공에 대한 학업의지 등 다양한 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서 “하지만 1단계는 학생부의 교과영역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원자의 학업성취도가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설기관 연계 프로그램 반영 안 해
연세대 학교생활우수자전형은 고교 교육과정과 관련 없는 특정 활동은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
모집요강에 ‘국내고 재학 중 취득한 대학과목선이수성적,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성적’ ‘사설기관과 연계된 해외 봉사활동 및 리더십 프로그램’ 등은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명시해놓았다.
연세대 학교생활우수자전형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비교과 활동은 무엇일까. 박 입학처장은 “특별히 긍정적으로 혹은 그렇지 않게 평가되는 활동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특정 활동의 실적만으로 학생을 평가하지 않고, 지원자의 고교생활을 통해 나타난 다양한 모습을 ‘종합평가’하는 연세대 학교생활우수자전형의 특징을 설명한 것이다.
실제로 연세대는 학교생활우수자전형 인재상으로 학생이 고교 과정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 및 ‘성취 수준’에 관심을 갖는다고 밝히고 있다. ‘다양한 경험’과 ‘성취 수준’이 많은 비교과활동과 화려한 수상실적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박 입학처장은 “자신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나열하듯 보여줄 필요는 없다.
참여한 활동의 동기와 과정, 활동을 통한 구체적인 변화와 발전된 모습 등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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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입학사정관제, 바로 알자!]“학생회장 직책보단 ‘소통’의 경험 강조했어요”
[동아일보]
게임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꿈꾸는 박준영 씨(18·경기 성남서고 졸)는 2013학년도 국민대 입학사정관전형인 국민프런티어 특별전형으로 경영학부에 합격했다. 국민프런티어 특별전형은 ‘성장가능성’ ‘창의성’ ‘인성’을 평가 근거로 삼아 ‘숨은 국민 보석’을 찾는 국민대의 대표 입학사정관전형. 특히 박 씨가 합격한 경영학부는 이 전형 중에서도 가장 높은 경쟁률인 13.37 대 1을 기록했다.
박 씨는 성실한 학교생활을 인정받아 합격한 사례. 특별한 활동이나 튀는 자질보다 학교 생활복 도입, 학교 인근 버스노선 신설 등을 실천하며 보여준 리더십과 도전정신을 어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리더십과 열정을 드러냈기에 합격할 수 있었을까.
‘겸손하게 위대하게’ 소통의 리더십 강조
입학사정관전형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자랑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 그래서 많은 학생이 자신의 활동이나 스펙을 과장해 뽐내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자기소개서는 ‘자기 뽐내기’가 아니라 제3자에게 자신을 알리는 수단일 뿐”이라면서 “활동을 과장하기보다는 활동을 통해 내가 얻게 된 능력과 자질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고 말했다.
박 씨가 자기소개서에 ‘학교와 거주민 분들의 지속적인 노력에 학생회가 아주 작은 힘을 보탠 결과 버스노선이 신설됐다’라고 사실 그대로의 이야기를 겸손하게 서술한 것이 그 사례. 박 씨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높은 언덕 위에 있고 버스도 한 개 노선밖에 운행하지 않아 평소 학생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그래서 박 씨는 고2 때 학생회에서 활동하면서 학생들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버스 노선 신설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당시 버스 운행 상황, 버스노선 신설의 필요성 등에 대한 학생과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정리하고 주변 사진도 찍어 A4 용지 8장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해 이를 성남시청에 제출했다.
“얼마 후 정말로 버스가 신설됐어요. 하지만 저희 학생회 학생들만 노력한 일이 아니라 거주민들도 많은 도움을 주셔서 이뤄낸 결실이었기에 ‘힘을 보탰다’라는 정도로만 기술했어요. 그 대신 이를 통해 ‘구성원과 함께 고민하고 그들의 고통을 앞장서서 해결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임을 배웠다’라는 점을 더욱 강조했지요.”(박 씨)
‘무관심에 맞선 도전정신’으로 시선 끌어
입학사정관은 지원자의 ‘도전정신’을 어떻게 평가할까? 도전정신은 반드시 ‘성공’을 한 사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결과는 실패로 끝났더라도 ‘도전의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입학사정관의 시선을 끌 수 있다.
박 씨는 고3 때 주변 고등학교 학생회장들과 경기 성남시 ‘청소년 문화혁신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학교 주변에 즐비한 숙박업소들을 이전시키기 위한 운동을 펼쳤다. 피켓운동을 벌이고 1492명의 지지를 받은 서명운동도 진행했다.
“‘학생들이 이렇게 뛰어다녀도 변하지 않는다’는 시선이 대다수였지만 무관심 속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계속 노력해 성남교육지원청에 제출할 숙박업소 관련 논문을 작성했어요. 이때 ‘불가능에 맞선 도전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을 자기소개서에 풀어냈지요.”(박 씨)
직책 ‘빼기’가 전략
박 씨는 고교시절 학생회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자기소개서에도 동아리 활동, 수상 실적 등 다른 활동을 기입하는 대신 오직 학생회 활동 에피소드만을 다뤘다.
하지만 박 씨의 자기소개서에는 ‘학생회장’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단지 “학생회 활동을 통해” 성장한 점을 강조했을 뿐이었다. 자신의 리더십을 드러내기 위해 ‘직책 자랑’을 벌이는 몇몇 학생과는 다른 모습.
“전국 고교의 학생회장이 모두 모인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때 수많은 학생회장을 보면서 이 직책은 별다른 ‘스펙’이 될 수 없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학생회장’이라는 똑같은 직책을 가진 학생만 수천 명이잖아요. 오히려 학생회에서 했던 활동을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그로 인해 내가 성장한 모습을 강조하면 리더십을 더욱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어요.”(박 씨)
▼ 김경화 국민대 입학사정관 “실패해도 도전의 과정이 중요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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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 전형으로 경영학부에 합격한 박준영 씨는 어떻게 합격할 수 있었을까. 김경화 국민대 입학사정관이 밝히는 이유를 들어보자.
소통하는 리더십 역량에 주목
리더십 역량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반장 부반장 등의 리더 경험이 반드시 있어야 할까. 김 입학사정관은 “‘학생회장’ ‘반장’ 같은 직책만으로 리더십을 평가하지 않는다. 직책이 없더라도 특정 활동을 자기주도적으로 이끌어갔다면 리더십을 갖춘 학생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생각은 오해임을 강조했다.
박 씨의 경우 ‘학생회장’이라는 직책을 내세우기보다는 교내 건의함 크기 변경, 생활복 도입, 학교 주변의 버스 노선 신설 등 학생회 활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활동을 통해 이뤄낸 성과, 활동의 과정에서 얻은 역량을 중점적으로 작성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 입학사정관은 “많은 학생이 갖고 있던 불만에 대해 고민해보고 변화를 추진한 모습에서 도전정신도 엿볼 수 있었다”면서 “독단적인 리더가 아니라 구성원과 함께 소통하며 일을 진행시킨 점에서 국민대가 추구하는 리더의 모습을 잘 보여준 학생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게임회사 CEO 꿈… 명확한 진로 설정 눈길
입학사정관전형 지원자들에게 대학은 아직 접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 그래서 적잖은 학생이 ‘대학 이후의 학업 및 진로계획’을 작성하는 자기소개서 항목을 만나면 당황한다. 대학 입학 이후 여러 분야를 공부하겠다며 학업계획을 거창하게 나열하면서도 정작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서술하지 않는 학생들도 종종 있다.
박 씨는 대학에서 경영의사결정론, 경영혁신론 등을 배워 윤리경영을 펼치는 게임회사의 최고경영자가 되고 싶다고 서술했다. 김 입학사정관은 “박 씨는 꿈이 명확하다 보니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알았고, 그 내용을 잘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입학사정관은 “꿈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하고 진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해당 학과를 지원한 이유 △학과에서 공부하고 싶은 분야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준비사항 등의 계획이 세워질 것”이라면서 “학업계획을 작성할 때 대학 홈페이지에 명시된 커리큘럼을 그대로 나열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고교 활동 토대로 역경 극복 평가
입학사정관전형 자기소개서 중 ‘어려움 극복 과정’을 작성하는 항목의 답변으로 대단히 어려웠던 사건, 예를 들어 가정형편의 어려움, 부모님의 이혼 등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보다는 고교시절 교과 및 비교과 활동 중에서 어려움을 극복했던 과정을 작성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떨어진 내신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한 경험 혹은 박 씨처럼 과거의 활동을 위주로 서술하는 게 바람직하다.
인근 학교 학생회장들과 함께 학교 주변 숙박업소를 이전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워 1500명 가까운 사람의 서명을 받고 인근 상인을 일일이 찾아다닌 경험,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경험 등에서 박 씨의 도전정신이 드러났다. 김 입학사정관은 “‘불가능에 맞서는 도전정신을 길렀다’ ‘문제점을 혼자 짊어지는 게 아니라 구성원과 함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웠다’처럼 활동을 통해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강조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