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게이츠는 이런 바쁜 일정 가운데도 21일 서울대에서 300여명의 서울대생들과 '미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창의적·혁신적 사고와 도전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또 빌게이츠는 강연에 앞서 오연천 서울대 총장과의 첫 만남을 가졌다.
빌게이츠 본인은 하버드대를 중퇴했지만 대학과 교육복지 등에 대해 끊임 없는 관심을 보여왔다. 또 학생들에게 세계 최고 갑부가 되기까지의 솔직한 고뇌와 경험을 거침 없이 드러내왔다.
■게이츠 '창조' 아이콘 강연
그는 지난 2011년 10월에는 미국 시애틀 주 워싱턴대학 강연에서 "MS를 창업할 때 이미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던 인텔 창업주 고든 무어 등을 바라보며 부러워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돈이 많거나 적거나 모두 같은 가격의 햄버거를 먹는다"고 말해 학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아울러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빌게이츠는 미국에서 '1만달러 학사'라는 것을 처음 공론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온라인 강의 등 기술 개발을 통해 학생들의 학비를 1년에 2000달러 선으로 줄일 수 있다"고 지난 2010년 한 컨퍼런스에서 주장했다. 이 강연에서 영감을 얻는 플로리다 주지사는 주립대학 학사 학위 취득비용이 1만달러 이하로 내리기 정책을 펼쳤다. 이후 플로리다 주에서는 전체 23개 4년제 대학 중 절반 이상이 이런 프로그램 개발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서명했다.
빌게이츠의 강연 주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했다. 지난 2005년까지만 해도 게이츠의 강연은 컴퓨터 기술과 도전 등에 대한 주제로 국한됐지만 2010년 이후에는 교육복지, 빈민구제 등으로 다양화됐다. 이번 서울대 강연에서는 창의, 혁신, 도전정신 등에 대한 키워드로 강연을 가졌다.
빌게이츠는 지난 2005년만해도 북미 지역에서 사흘 동안 6개 대학을 돌며 강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강연 횟수가 부쩍 줄었다. 그는 대학 강연에서 두문불출하기도 했다. 지난 2005년에는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을 예고 없이 방문해 강연을 가져, 학생들을 놀라게 했다. 또 이번 서울대 강연도 갑자기 빌게이측의 요청으로 언론사를 배제한 비공개강연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학생·정치인들에게 교육·복지 조언
빌게이츠는 정부 수장 및 정치인들에 대한 날까로운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08년에는 조지워싱턴에서 가진 강연에서 "오바마 미 행정부가 낙후된 교육과 해외 질병퇴치 사업 등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22일 박 대통령과 만남에선 미래창조과학부 설립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두 사람은 '창조경제'에 관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에는 안철수 전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현 국회의원 후보)에게 기부재단 운영 등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아프리카 순방에서 봉사활동을 펼친 것은 빌 게이츠의 권고 때문이었다고 소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빌게이츠는 지난해 초 세계 정상들이 모인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모든 정상들이 자원 있는 국가만 가는데, 이번에 꼭 자원 없이도 잘 살겠다고 하는 나라도 방문해 진정한 의미에서 아프리카 봉사를 해봤으면 좋겠다"면서 "국가정상이 그렇게 하는 게 참 어렵지만 대통령이 이해하고 또 할 줄로 알아서, 절대 빈곤층을 찾아 봉사하는 경험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외에 빌게이츠는 교육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면서 워싱턴D.C. 공교육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계 미셸 리 교육감을 칭찬하기도 했다. 그는 워싱턴D.C.가 자신의 재단으로부터 수 백만달러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공교육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리 교육감을 평가했다.
빌게이츠는 "(워싱턴D.C. 교육감 자리는) 매우 어려운 자리다. 학교시설 문제든 직원문제든 누군가 나서서 학생들이 응당 누려야 할 것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며 리 교육감이 이런 일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