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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학교생활우수자전형-국제인문학부 국어국문학과 13학번 하지형 씨
[동아일보]
서강대 입학사정관전형인 ‘학교생활우수자전형’을 통해 국어국문학과 13학번이 된 하지형 씨(18·서울 선일여고 졸).
이 전형 지원자 중에는 고1 때부터 자신의 진로에 맞춰 각종 교내외 활동이력을 탄탄히 쌓은 이들이 상당수다. 이들에 비하면 하 씨는 고3 초반까지도 입학사정관전형에 지원할 계획이 없었을 정도로 이렇다할 ‘대책’이 없었던 경우.
하지만 하 씨는 광고 카피라이터 꿈을 지닌 그가 국어국문학과에 지원한 이유를 진솔하게 설명하고 고교생활 동안 크고 작은 교내 활동을 하며 자신이 어떤 성장을 이뤘는지를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결국 10.60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최종 합격의 꿈을 이뤘다.
광고인 꿈꾸는 국문학도… ‘언어에 대한 관심’ 부각
입학사정관전형에 지원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비교과활동도 장래희망과 지망전공에 직접 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중심으로 부각해야 합격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 이런 시각이라면 광고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다면서 광고홍보 관련 전공이 아닌 국어국문학과를 선택한 하 씨는 ‘번지 수’를 잘못 짚은 경우가 아닐까?
그렇지 않다. 하 씨는 서로 동 떨어져 보이는 자신의 꿈과 지망전공 간의 연관성을 충분히 설명하는 방법으로 진정성을 어필했다.
“어릴 때 어두운 가정환경 탓에 한때 안 좋은 생각을 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내던 중 ”‘자살’이란 단어를 뒤집으면 ‘살자’가 된다“라고 말한 방송인 고 최윤희 씨의 말에서 힘을 얻었어요. ‘언어’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위대한 힘을 지님을 새삼 느끼게 된 경험이었죠.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적 감수성을 키워 말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광고인이 되겠다는 계획을 자기소개서에 촘촘히 서술했어요.”(하 씨)
교내활동… 겉은 ‘평범’ 속은 ‘도전정신’
장래희망과 학과지원동기는 명확했지만 다른 지원자들처럼 토익(TOEIC) 고득점 성적이나 모의UN대회 수상경력 같은 눈에 띄는 ‘스펙’이 없어 입학사정관전형 지원여부를 놓고 망설였다는 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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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앞에서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저의 공포심을 극복하기 위해 고1 때 학교 토론동아리 활동을 시작했어요. 활동 초기에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친구들에게 다소 위축되기도 했지만 토론자료를 더 꼼꼼히 모으면서 노력한 결과 학교 대표로 출전한 ‘제1회 은평구 고등학생 의회식 토론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죠. 자신감을 크게 얻고 고 1, 2 때는 학급회장, 고3 때는 전교 학생회 부회장까지 맡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어요. 이 모든 과정을 자기소개서에서 풀어냈죠.”(하 씨)
한편 그는 고2 때 교내 교지편집반에서 활동할 당시의 이야기를 제시하기도 했다. 디자인편집을 맡을 인력이 없어 제작이 어려움에 처하자 자신이 포토샵, 베가스 등 전문디자인편집프로그램을 직접 익혀 제작활동을 정상화한 스토리. 도전정신을 강조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자기소개서… 평가자 의식 않고 진솔하게 써내
입학사정관전형 지원자 중 상당수는 평가자를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사소하지만 소중한 의미를 지닌 경험들을 쉽게 버리는 실수를 범한다.
하 씨는 당시 광고 카피라이터의 꿈, 교내 체육대회 수상경력, 포토샵을 배워 교지를 만든 이야기 등은 국어국문학과 지망생과 어울리지 않으므로 자기소개에서 빼는 게 낫겠다는 주변의 조언을 들었지만 오히려 자신을 설명하는 소중한 키워드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카피라이터의 꿈을 심어준 결정적인 ‘한 마디 말’을 자기소개서에 소개할 때도 그 말을 한 유명인의 실명을 쓰지 말고 대신 ‘TV를 보던 중 들은 말’ 정도로 표현하는 게 낫겠다는 주변의 조언이 있었어요. 하지만 최대한 ‘디테일’을 살려 사소한 경험도 진솔하게 서술한 덕분에 합격의 꿈을 이뤘다는 점을 후배들이 참고했으면 좋겠어요.”(하 씨)
▼ 유신재 서강대 전임 입학사정관 “성취 자체보다는 어떤 ‘성장’이 있었는지 설명해야” ▼
서강대의 입학사정관전형인 학교생활우수자전형은 교과학습과 각종 교내 비교과활동에 충실히 임했는지, 자기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에 주목해 학생을 선발한다. 지원자들은 화려한 교내외 활동실적을 내세우지만 평가자는 학생의 활동이력 자체보다는 해당 활동에 왜 도전했으며 그것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주목한다.
하 씨는 과연 자신의 고교생활에서 이뤄낸 성장을 어떻게 소개했기에 합격의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을 유신재 서강대 입학사정관으로부터 들어보자.
꿈을 갖게 된 과정을 촘촘히 설명해 설득력↑
입학사정관전형 지원자 중 자신의 장래희망을 자기소개서에 쓰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꿈을 갖게 된 이유와 과정을 평가자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중국어과에 지원했다”면서 향후 계획은 유명 로펌의 기업전문 변호사가 되는 것이라고 밝혀 말의 앞뒤가 안 맞는 지원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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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입학사정관은 “아버지와 관련한 일화, 방송인 고 최윤희씨를 언급하며 카피라이터의 꿈을 갖게 된 계기, 광고 카피라이터를 꿈꾸면서 광고홍보 관련 학과가 아닌 국어국문학과를 선택한 동기도 자기소개서에서 충분히 설명됐다”면서 “눈에 띄는 역경극복 스토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키우는 데 씨앗이 된 사소한 일이라도 찾아본 ‘성찰의 과정’을 담아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도전의 계기와 성취의 의미를 충분히 설명해
학교생활우수자전형 지원자들은 평가자가 ‘대단하게’ 느낄 만한 교내활동을 우선순위로 부각하는 반면 정작 면접에선 해당 활동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하는 우를 종종 범한다.
유 입학사정관은 하 씨의 경우 각종 교내활동에 도전한 계기와 그 성취로 인해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한 점이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하 씨가 자기소개서에서 강조한 △토론반 활동 및 토론대회 수상 △교지편집반 활동 △교내 논문쓰기대회 참가 등 활동은 타이틀만으로 보면 다른 학생의 서류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이력들. 하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내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 토론반에서 가입했다. 마침내 토론대회에서 수상해 자신감을 얻고 학급 임원도 맡을 수 있었다’고 토론 활동의 계기와 이후 성취를 상세히 설명한 점은 다른 지원자와 달랐다.
수학경시 도전, 체육활동 충실… 다방면 ‘열정’에 점수
이 전형에 대해 학생들이 흔히 갖는 또 다른 오해는 지망전공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스펙만 어필해야 한다는 생각.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라면 모두 자신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유 입학사정관은 말한다.
유 입학사정관은 “국어국문학과를 지원한 하 씨가 수학개념노트를 꾸준히 작성해가며 공부해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수차례 수상한 점이 특별했다”면서 “‘체육대회 때마다 반 대표선수로 뛰며 체력적인 면도 소홀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라고 말한 부분에서는 하 씨가 다방면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 점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글·사진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어떤 활동’보다는 ‘어떻게 변했는지’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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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성균인재전형-사회과학계열 13학번 홍희문 씨
[동아일보]
《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해외 아동후원기관에서 일하기를 꿈꾸는 홍희문 씨(18·전북 군산여고 졸)는 2013학년도 성균관대 대표 입학사정관전형인 성균인재전형으로 사회과학계열에 최종 합격했다. 면접 없이 오직 서류(학생부·자기소개서·추천서)로만 학생을 선발하는 이 전형의 전체 경쟁률은 13.69 대 1. 홍 씨가 지원한 사회과학계열은 무려 22.86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이 전형은 서류로만 평가하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화려한 스펙이 필수’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홍 씨의 활동은 특별하지 않다. 교내 봉사와 스터디그룹, 교내 학생회가 기반인 연합동아리 등의 활동으로 장점을 충분히 어필했다. 해외봉사, 외부대회 수상 같은 스펙이 아니더라도 교내 활동에 충실한 학생이라면 입학사정관전형에 합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
연합동아리 활동… 아동복지에 첫 관심
몇몇 고교가 모여 활동하는 ‘연합동아리’가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다. 더 큰 규모의 집단에서 이색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이러한 사례가 부쩍 늘어난 만큼 이제는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입학사정관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워졌다. 동아리에서의 역할, 동아리 활동으로 얻은 역량을 보여줘야만 한다.
홍 씨는 고2 때 전북 군산시 고교 학생회 임원들이 모인 연합동아리 ‘이클립스’에서 활동했다. 그는 이곳에서 학교 대표로 활동하면서 청소년 축제인 ‘문화존’, 무료 공부방 아이들을 위한 바자회 등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했다. 이때의 활동으로 홍 씨는 아동 및 청소년 복지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
“진로를 설정해준 이클립스 활동을 자기소개서 중 ‘역량을 잘 드러낸’ 첫 번째 활동으로, ‘학업 및 진로계획’ 문항 글감으로 선택해 작성했어요. 동아리 활동으로 청소년 복지에 관심이 생겼고, 유니세프에서 복지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적었지요.”(홍 씨)
봉사 발전시켜 ‘진로활동’으로
교내 봉사활동도 자기소개서의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다. 이때 수백 시간에 달하는 수치화된 봉사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 봉사를 통해 발전된 모습을 어필하는 게 좋다.
홍 씨는 교내 ‘향파 봉사단’에서 활동했다. 격주 토요일에 요양병원을 방문해 노인 분들의 말벗이 되고 발마사지를 하는 활동이었다. 홍 씨는 봉사를 단순히 그날의 체험으로만 끝내지 않았다. 활동을 발전시켰다. 노인 복지 관련 책을 찾아보며 관심을 키웠고, 복지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도 갖게 됐다. ‘배려’ ‘나눔’을 실천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진로와 연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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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활동은 자기소개서 리더십 관련 문항의 단골 소재다. 그만큼 ‘뻔한’ 이야기라는 말. 따라서 같은 반장을 했더라도 리더의 위치에서 어떻게 활동했고, 얻은 역량은 무엇인지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 홍 씨는 자기소개서에 ‘학생회 임원 및 3학년 부실장 활동’을 적으며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강조했다.
“학교 축제를 개최하고 학생회 회의에 참여하면서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방법을 체득하고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변화를 자기소개서에 풀어냈죠. ‘리더를 맡았다’보다는 ‘리더라는 자리를 통해 적극적인 학생으로 변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췄어요.”(홍 씨)
스터디그룹 경험… ‘자신감’ 성장에 주목
최근 자기소개서 ‘학업능력 향상’ 항목에 ‘학습 멘토링’ ‘또래 멘토링’ 등 여럿이 함께하는 학습활동을 작성하는 학생이 많아졌다. 어떻게 차별점을 내세울까.
홍 씨는 스터디그룹에서 공부했다는 사실보다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이를 통해 어떤 능력을 얻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썼다. 홍 씨의 내신 성적은 1등급 초반. 실제 성균인재전형 합격생의 내신 성적 폭이 1∼5등급임을 감안하면 홍 씨의 내신은 매우 우수한 편이다. 하지만 유독 수학만큼은 성적이 좋지 않았던 그는 고1 후반부터 일주일에 2회 1시간씩 친구들 앞에서 풀이과정을 쓰고 발표하는 학습을 시작했다.
“2년여간의 스터디그룹 활동을 통해 수학실력과 더불어 발표능력, 적극적인 태도,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시각 등이 발전했다는 사실을 자기소개서에 기록해 변화된 모습을 강조하려 했어요.”(홍 씨)
▼ 조범현 성균관대 입학사정관 “의미 있는 활동 10가지 빈칸 없이 작성해야” ▼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학사정관의 시선을 사로잡은 성균관대 사회과학계열 13학번 홍희문 씨의 자기소개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홍 씨의 자기소개서를 직접 평가한 조범현 성균관대 입학사정관이 밝히는 합격의 비결을 소개한다.
최대한 자신을 드러내야
성균인재전형 자기소개서 1번 문항에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활동 10가지를 적는다. 상위 3개는 300자 이내로, 나머지 활동 7개는 100자 이내로 작성한다.
조 입학사정관은 “수험생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활동 순서대로 작성하기를 추천한다”면서 “학생부에 적힌 활동을 자기소개서에 다시 적더라도 활동 10가지는 빈칸 없이 기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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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조 입학사정관은 “활동 내용을 300자 이내로 압축해 작성해야 하므로 답변은 두괄식으로 작성하는 게 유리하다.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가장 먼저 쓰라”면서 “예를 들어 같은 동아리활동을 했더라도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면 역할에 대한 내용을, 동아리의 ‘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관련 내용을 먼저 어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홍 씨는 ‘이클립스’ 연합동아리, 교내 ‘향파 봉사단’, 학생회 임원 및 3학년 부실장 활동 등 여러 활동을 자기소개서에 기록할 때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인 ‘변화’를 강조했다. 활동의 ‘계기’ 부분은 확 줄이고, 해당 활동을 통해 어떤 점이 변화했는지, 어떤 역량을 새로 얻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작성해 입학사정관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과정’도 중요, ‘성취’도 중요
성균인재전형은 면접평가 없이 오로지 서류(학생부·자기소개서·추천서) 100%로만 선발한다. 증빙서류를 만들고 면접을 대비하는 등 입학사정관전형을 준비하면서 발생하는 별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홍 씨의 자기소개서에는 단순히 스터디그룹으로 ‘어떤’ 공부를 했다는 것 외에 학습능력을 ‘어떻게’ 향상시켰는지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조 입학사정관은 “다만 ‘그래서 어떤 결과를 얻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면 더욱 탄탄한 자기소개서가 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기소개서에는 활동의 ‘과정’을 담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너무 확산되다 보니 오히려 ‘성취’에 대한 내용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는 것. 조 입학사정관은 “‘스펙’과 ‘결과’만을 나열하라는 건 아니지만, 과정을 통해 자신이 어떠한 역량을 얻게 되었는지도 작성한다면 더욱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활동’을 기반으로 한 진로 계획에 주목
홍 씨는 진로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자기소개서는 ‘미래지향적’인 것보다 ‘과거지향적’으로 작성하는 게 좋다.
즉, ‘나는 ○○를 하고 싶다’ ‘입학 후 △△를 할 것이다’ 같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소망’을 말하기보다는 ‘나는 □□ 활동을 했었는데 그때 얻은 역량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을 할 것이다’처럼 작성하는 게 낫다. 과거 활동을 통해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입학사정관은 “하지만 홍 씨처럼 뚜렷한 꿈을 가진 학생이 아니더라도 입학사정관전형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성균관대는 ‘인문과학계열’ ‘사회과학계열’ 등 계열별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개별 학과와 관련된 전문적인 전공적합성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면서 “꿈이 확실하지 않다면 ‘진로계획’ 문항에 답변하기보다는 ‘배려 나눔 갈등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 ‘리더십 경험’ 등 다른 질문을 선택해 자신의 장점을 자랑하면 된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
입학사정관을 배려하는 자기소개서 쓰기가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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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학교생활충실자전형-영어학부 13학번 권수진 씨
[동아일보]
《 ‘신나는 공부’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국내 20개 주요 대학 입학처와 함께 ‘입학사정관제 바로알자’ 캠페인을 지난주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 학부모와 일선 교사에게 대입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번 캠페인에는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국민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아주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양대 한국외국어대 홍익대 KAIST 등 총 20개 대학이 참여합니다.
오늘은 경희대, 서강대, 성균관대 입학사정관전형을 통해 합격한 학생과 해당 대학 입학 담당자의 인터뷰가 C2∼C4면에 소개됩니다. 》
‘생각’과 ‘준비’. 경희대 영어학부 13학번 권수진 씨(19·창원 중앙여고 졸)의 합격 비결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권 씨는 경희대 입학사정관전형 중 하나인 ‘학교생활충실자전형’으로 합격했다. 이 전형은 1단계에서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성적 100%를 반영해 모집정원의 4배수를 선발한 뒤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활동자료 및 실적물 등을 바탕으로 2단계 서류평가를 진행한다. 지난해 전체 경쟁률은 7.58 대 1. 권 씨가 지원한 영어학부는 8.8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전형은 면접을 실시하지 않으므로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입학사정관에게 자신의 진면목을 알릴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권 씨는 자기소개서에 어떤 내용들을 효과적으로 녹여냈는지 살펴본다.
문항별 작성 분량 많은 경희대, 나열식 작성은 금물
경희대는 자기소개서 문항에 따라 1000∼1500자 이내로 작성할 것을 요구한다. 다른 대학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분량을 요구하는 것. 자칫하면 분량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에 ‘나열식 글쓰기’가 되기 쉽다.
지원자의 환경과 성장과정을 묻는 문항도 마찬가지. 권 씨는 문항이 요구하는 가족, 학교, 지역, 국가 중 가족에 초점을 맞춰 2가지 사례로 자기소개서를 구성했다.
하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맞벌이를 하는 부모를 도와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을 돌봤던 이야기. 이 과정에서 생겨난 책임감이 자기주도적 학습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른 하나는 성실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의 영향을 받아 자신도 부지런한 생활자세를 가질 수 있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칭찬을 받은 계기가 됐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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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씨는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일하고자 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영어학부를 선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입학 후에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편으로 해외봉사단 활동과 ‘UNEP ANGEL’이라는 대학생연합 환경동아리 활동을 해나갈 것이란 계획으로 풀어냈다.
질문 이해하고, 입학사정관 배려하는 글쓰기 필요
입학사정관의 눈길을 끌기 위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위해선 먼저 질문이 요구하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입학사정관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담아야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을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권 씨는 자기소개서 질문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반복해서 읽었다. 자신이 지원하는 전형의 입시요강도 꼼꼼하게 살폈다.
“경희대는 전형별로 자기소개서에서 어떤 내용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지 그 내용과 방법이 나와 있어요. 이 두 가지를 구체적으로 비교하다 보니 입학사정관이 원하는 방향성을 갖고 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담을 수 있었어요.”(권 씨)
입학사정관 한 명이 검토하는 자기소개서는 한두 장이 아니다. 많은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검토하기 때문에 그만큼 입학사정관을 배려하는 글쓰기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권 씨는 두괄식 글쓰기와 드라마 기법을 적용했다. 드라마 기법은 글을 읽으면서 그 장면을 상상할 수 있게끔 쓰는 글쓰기.
“핵심주제를 앞에 던져두면 자신이 글을 쓸 때 방향성이 뚜렷해지는 장점이 있어요. 저는 ‘아이고, 가방이 이렇게나 무거워?’ ‘공부하기 힘들지?’와 같이 대화체 문장을 넣었어요. 상황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면서 부드러운 느낌을 줄 수 있어 자기를 차별화할 수 있었어요.”
▼ 박진만 경희대 입학사정관 “하나의 활동에서 느낀 점을 다른 활동과 연결해보세요” ▼
경희대 ‘학교생활충실자전형’은 면접을 실시하지 않는다. 자기소개서는 수험생과 입학사정관이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셈. 입학사정관은 권수진 씨의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박진만 경희대 입학사정관이 밝히는 주목받는 자기소개서 쓰는 법에 귀 기울여 보자.
[포인트1] 1, 2개 사례로 구체적으로 쓰라
<부모님의 맞벌이가 저를 더 강하게 만들었고 ‘책임감’과 ‘자신감’을 기르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열 살 때부터 맞벌이를 시작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네 살 어린 여동생을 주로 챙기게 되었습니다. (중략) 그렇게 동생을 챙기면서 장녀로서의 책임감이 자연스럽게생겼습니다. 그런 책임감은 제 공부를 스스로 해나가는 데 바탕이 되었습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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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2] 활동과 활동을 연결하라
<실제로 저희 반은 청소시간에 노는 사람 없이 다 같이 집중하여 빨리 청소를 끝내고 자유시간을 가지는 반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리고 청소시간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교실에 떨어진 휴지를 각자 줍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1년 내내 깨끗한 교실을 유지했습니다.>
박 사정관은 “권 씨의 자기소개서는 ‘그 활동을 통해 느낀 점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년 내내 깨끗한 교실을 유지했다’라는 표현은 ‘1년 내내 깨끗한 교실을 유지했는데 이를 통해 솔선수범 리더십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는 방식으로 풀었으면 질문의 취지에 좀더 부합하는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었다는 것.
지원 학과(부)에 진학하기 위해 기울인 학업적 노력에 대해선 꼼꼼히 소개했지만 이를 리더십, 봉사, 동아리, 연구, 취미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주지는 못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포인트3] 실현가능한 구체적 목표 담아야
<제 꿈은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일하며 지구의 환경보전에 이바지하는 인재가 되는 것입니다. (중략) 그리고 UNEP의 정규 직원이 되기 위해 유엔 인턴경험을 쌓고 UNEP ANGEL이라는 국내 최대 대학생 연합환경동아리에서 활동할 계획도 세웠습니다. (하략)>
많은 수험생이 이 질문을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지원하는 학과(부)의 홈페이지에서 배우는 과목들을 그대로 복사해 나열하거나 ‘○○그룹에 취업하기’ 등의 내용을 담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 하지만 이 질문은 자신이 이 전공을 통해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를 묻는다.
박 사정관은 “권 씨는 전공 분야에 대한 진로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특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경희대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해외봉사단 활동에 참가하겠다고 했다”면서 “지원대학에 관심이 없었다면 자기소개서에 담기가 어려운 내용으로 입학사정관에게 지원자의 적극성을 알려준 좋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만식 기자 nom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