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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습서·인강 예습으로 무장… 겁먹지 말고 교과서 펼쳐라

choib 2013. 4. 8. 08:13

자습서·인강 예습으로 무장… 겁먹지 말고 교과서 펼쳐라


 

아들 허진(왼쪽)군의 수학을 직접 가르치는 이선화씨는 "초등학교 교과 과정이 복잡해졌다 해도 '기본'을 잊지 않고 지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백이현 인턴기자

국·영·수 직접 가르치는 엄마 늘었다

국어, '대화 통한 교육' 중요

영어는 원서 읽기로 정복

수학, 기초·심화 구분 지도


'엄마표 교육'이 진화하고 있다. 요즘은 학부모가 자녀의 학습 계획을 직접 설계하는가 하면, 진로 상담·설계사 역할을 자처하기도 한다. '자녀 교육'을 문패로 내건 각종 강좌 중 상당수는 개설하기 바쁘게 마감된다. 안타까운 건 이 같은 학부모의 노력이 무색하게 '가시적 성과' 측면은 신통찮다는 사실. 이와 관련, 최근 몇몇 학부모 사이에선 색다른 움직임이 감지된다. 단순 학업 관리에서 벗어나 자녀를 직접 가르치는 '엄마 가정교사'가 늘고 있는 것. 이들은 학교 교사나 학원 강사처럼 자녀의 교과서를 펴들고 인터넷 강의와 EBS 강좌를 예습한 후 아이 눈높이에 맞춰 지도한다. 고학력 여성 증가와 경기 불황 등 최근 사회 현상도 이 같은 흐름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맛있는공부는 수학·영어·국어 등 3대 주요 과목을 직접 배워 자녀에게 가르치는 엄마들을 만났다.

수학 "초등생은 엄마 노력으로 충분히 가능"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녀가 초등생만 돼도 수학 가정 교육을 포기합니다. 요즘은 스토리텔링이니 창의교육이니 하는 말까지 덧붙여져 더더욱 엄두를 못 내죠." 이선화(40)씨는 아들 허진(서울 홍제초등 3년)군이 6세 되던 해부터 수학을 직접 가르치고 있다.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그는 "다른 건 몰라도 수학만큼은 내 힘으로 가르치겠다"고 일찌감치 마음먹었다. 온통 사진과 빈칸인 아들의 교과서를 펼치자마자 주눅이 들었지만 이내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수학의 기본은 연산'이란 법칙은 고정불변일 것"이란 주문을 외우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씨에 따르면 수학은 "학부모 역량에 따라 가르칠 수 있는 학년 한계가 뚜렷한 과목"이다. "부모가 중·고교 수학을 직접 공부해 가르치긴 어렵지만 초등 수학 정도는 엄마의 노력으로 충분히 지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 "부모가 자녀를 직접 가르치면 자녀의 학업성취도와 공부 습관을 파악할 수 있어 여러모로 효과적입니다. 수학의 경우 (풀이법이 다양한) 창의력 수학에 유난히 약한 아이도, 지금 성적은 좋지만 (선행학습이 필요한) 심화수학 풀이 능력은 급격히 떨어지는 아이도 있죠. 학부모가 자녀의 학습 유형을 모른다면 자칫 자녀를 불필요하게 닦달해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자녀가 초등생일 때 직접 가르쳐보면 훗날 상급 학교에 진학한 자녀가 공부 문제로 힘들어할 때 부모가 훌륭한 조언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영어 "교과이기 전 언어… '거리 좁히기' 훈련을"

"인터넷 학부모 커뮤니티와 교육 서적은 빼놓지 않고 챙겨 봅니다. 영문법은 좀 더 정확하게 가르치고 싶어 EBS 영어 강의를 매주 시청하고요." 고하영(44)씨는 아들 김용범(서울 인왕중 3년)군의 영어를 직접 가르친다. 김군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원서를 읽어주며 시작된 교육 방식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것. 요즘도 그는 매일 아들과 함께 △30분간 영단어 외우기 △방과 후 영어 원서 읽기 △인터넷 강의 듣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한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김군은 초등생 시절부터 학교 대표로 각종 영어 말하기 대회에 출전하는 등 빼어난 실력을 선보였다. 중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교내 영어 UCC대회에서 입상했고 내신 시험 만점을 놓치지 않았다.

고씨는 "영어를 어느 정도 읽고 해석할 능력이 되면 아이가 어릴 때부터 원서를 꾸준히 읽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영어를 '이야기'로 처음 만난 아이는 시간이 흘러 '교과목'으로 접하더라도 거부감이 비교적 적다"는 논리다. 그는 영문법에 특히 약한 김군을 돕기 위해 학교 시험 기간이면 늘 아들과 나란히 앉아 예상 문제를 풀었다. 하지만 영어가 '교과'이기 이전에 '언어'란 점에 착안, 시험 기간이 아닐 땐 김군이 독서·토론 등 '생활 속 영어'와 친해지게 하는 데 주의를 기울였다. "어떤 학문이든 '기본'은 바뀌지 않아요. 일단 자신감을 갖고 자녀의 교과서를 펼치세요. 두려움만 떨쳐도 절반은 성공입니다."

국어 "객관적 시선 유지… 교수법, 완벽 정복해야"

"국어 지도의 기본이요? 독서 장려, 그리고 일상 대화를 통한 발음·문법 교정이죠." 박점희(44)씨는 고 2 딸과 중 1 아들을 직접 지도한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방문교사 교육 방식이 영 마뜩잖아" 아이들 국어 교육에 발벗고 나섰다. "국어에서 '정답'의 비중은 크지 않아요. 지문 해석력과 문학 작품 이해 능력이 훨씬 중요하죠. 그런데 방문교사는 시종일관 '정답 알려주기'에만 급급하더군요."

그는 '수업 시간' 외에도 아이들과 국어 문법과 발음에 관한 대화를 종종 나눈다. "언어 구사력을 키우려면 일단 해당 언어가 몸에 익어야 한다"는 소신에서 비롯된 습관이다. 학교 시험 대비 수업을 진행할 땐 교과서 제작 출판사가 발행한 자습서와 문제집을 활용한다. '내신에 대비하려면 교과서 제작 출판사의 문제 경향을 관찰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실제로 그의 딸은 1년 선배들이 푸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영역 모의고사를 늘 '1등급'으로 통과한다. 아들 역시 어휘력이 뛰어나 또래가 어려워하는 책도 막힘 없이 읽어낸다. "엄마가 자녀를 직접 가르칠 땐 자기 아이를 객관적으로 봐야 합니다. 지나친 욕심은 자칫 자녀의 학습 의욕을 떨어뜨리거든요. 또 하나, 잘 안다 싶은 내용도 관련 교수법을 꼼꼼하게 익히세요. '엄마'가 아닌 '교사'로 자녀 앞에 서려면 그 정도 책임감과 성실함은 갖춰야죠."



[남미영 맛있는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