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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 1년 한정연양] "원서 읽으며 영어 실력 키우고 '꿈 일기' 쓰며 스트레스 날려요"

choib 2013. 3. 28. 08:25

상산고 1년 한정연양] "원서 읽으며 영어 실력 키우고 '꿈 일기' 쓰며 스트레스 날려요"

한정연<사진>양은 이달 초 꿈에 그리던 상산고에 입학했다. 상산고는 수학 참고서 시리즈 '수학의정석' 저자로 유명한 홍성대(76) 이사장이 설립한 전북 전주시 소재 전국단위모집 자율형사립고.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학습 환경 덕분에 매년 수많은 지원자가 몰려들어 재학생 평균 성적이 높기로 유명한 곳이다. 한양 역시 중학교(전북 전주 효문여중) 3년 내내 전교 5등 안팎의 석차를 유지하는 한편, 영어·수학·글짓기 대회 상을 휩쓸어 온 '자타공인 우등생'이다.

그에겐 오랜 지병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천식이 심했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공부하란 말보다 쉬란 말을 훨씬 많이 들었죠." 실제로 그는 초등생 시절 천식 치료를 받느라 6년 내내 연 평균 2개월씩 결석했다. 중 1 땐 체육 시간에 핸드볼 경기를 하던 중 쓰러져 응급실 신세를 진 적도 있다. "주변에서 자꾸 쉬라고 하니 오기가 생겼어요. '왜 나만 쉬어야 하지? 나도 공부 잘할 수 있는데…' 하고요."

한양의 영어와 글짓기 실력 뒤엔 엄청난 독서량이 숨어 있다. 비결은 집 책장을 빼곡히 채운 1만 권 이상의 장서다. "어머니가 워낙 독서광이에요. 건강 문제로 늘 집을 지키다 보니 어머니가 주문하신 책이 집에 오면 '박스 뜯기'는 늘 제 몫이었죠. 그 일이 당시 제겐 정말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한양의 집에 보관된 책 중 3800여 권은 영어 원서다. "제 취미가 '영화 보며 대사 따라하기'예요. 그러다 우연히 오디오 파일이 첨부된 영어 원서를 접하게 됐는데 글을 읽으며 소리까지 들으니 영화 볼 때와 비슷한 재미가 있더라고요. 이후 틈틈이 원서를 읽었더니 자연스레 영어 실력도 늘었습니다."

한양은 우연히 접한 사진 한 장을 계기로 상산고 진학을 결심했다. "상산고 선배들이 한밤 중 복도 조명에 의지해 시험 공부하는 장면이었어요. 자정이면 일제히 소등하는 기숙학교의 특성상 시험 기간에도 복도 말곤 모든 불이 꺼지거든요. '나도 저렇게 친구들과 열심히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요즘 그의 최대 걱정은 '천식 증세가 다시 심해져 공부를 못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바로 그 염려 덕에 오히려 학업 열정을 불태울 수 있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언제 또 아플지 모르니 컨디션 좋을 때 최선을 다하자'고 늘 다짐한다.

병을 이겨낸 덕분인지 그는 또래보다 낙천적인 편이다. 어떤 상황이든 웬만하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수업 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교사가 질문할 땐 최대한 크고 씩씩하게 답한다. 오답을 말해 친구들이 웃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상황이 우스울 뿐, 내가 미워 비웃는 게 아니다'란 확신이 있기 때문. 그는 "오히려 수업 중 오답을 교정받으면 그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고 졸음도 달아나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그의 스트레스 해소 수단은 '꿈 일기 쓰기'다. 장래 희망은 물론, 공부하며 느낀 좌절감이나 문제 해결 이후 얻게 된 쾌감 등을 빠짐없이 기록해뒀다가 짬짬이 들여다본다. "일기를 읽다 보면 '아, 예전에도 지금처럼 힘들었던 날이 있었고 내 힘으로 거뜬히 극복해냈구나!' 하고 기억을 떠올리게 돼요. 그러고 나면 어쩐지 편안해지고 느슨했던 마음도 다잡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친구들에게도 꿈 일기를 써보라고 종종 권합니다."

한양은 고교 입학 직후 문예창작·사회과학·환경 등 3개 교내 동아리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중 아직 합격자를 발표하지 않은 환경 동아리를 제외한 나머지 두 곳은 가입을 완료한 상태다. "동아리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벌써부터 설레요. 비단 동아리 활동뿐 아니라 고교 시절 해볼 수 있는 건 뭐든 해볼 생각이에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남미영 맛있는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