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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겐 오랜 지병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천식이 심했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공부하란 말보다 쉬란 말을 훨씬 많이 들었죠." 실제로 그는 초등생 시절 천식 치료를 받느라 6년 내내 연 평균 2개월씩 결석했다. 중 1 땐 체육 시간에 핸드볼 경기를 하던 중 쓰러져 응급실 신세를 진 적도 있다. "주변에서 자꾸 쉬라고 하니 오기가 생겼어요. '왜 나만 쉬어야 하지? 나도 공부 잘할 수 있는데…' 하고요."
한양의 영어와 글짓기 실력 뒤엔 엄청난 독서량이 숨어 있다. 비결은 집 책장을 빼곡히 채운 1만 권 이상의 장서다. "어머니가 워낙 독서광이에요. 건강 문제로 늘 집을 지키다 보니 어머니가 주문하신 책이 집에 오면 '박스 뜯기'는 늘 제 몫이었죠. 그 일이 당시 제겐 정말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한양의 집에 보관된 책 중 3800여 권은 영어 원서다. "제 취미가 '영화 보며 대사 따라하기'예요. 그러다 우연히 오디오 파일이 첨부된 영어 원서를 접하게 됐는데 글을 읽으며 소리까지 들으니 영화 볼 때와 비슷한 재미가 있더라고요. 이후 틈틈이 원서를 읽었더니 자연스레 영어 실력도 늘었습니다."
한양은 우연히 접한 사진 한 장을 계기로 상산고 진학을 결심했다. "상산고 선배들이 한밤 중 복도 조명에 의지해 시험 공부하는 장면이었어요. 자정이면 일제히 소등하는 기숙학교의 특성상 시험 기간에도 복도 말곤 모든 불이 꺼지거든요. '나도 저렇게 친구들과 열심히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요즘 그의 최대 걱정은 '천식 증세가 다시 심해져 공부를 못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바로 그 염려 덕에 오히려 학업 열정을 불태울 수 있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언제 또 아플지 모르니 컨디션 좋을 때 최선을 다하자'고 늘 다짐한다.
병을 이겨낸 덕분인지 그는 또래보다 낙천적인 편이다. 어떤 상황이든 웬만하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수업 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교사가 질문할 땐 최대한 크고 씩씩하게 답한다. 오답을 말해 친구들이 웃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상황이 우스울 뿐, 내가 미워 비웃는 게 아니다'란 확신이 있기 때문. 그는 "오히려 수업 중 오답을 교정받으면 그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고 졸음도 달아나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그의 스트레스 해소 수단은 '꿈 일기 쓰기'다. 장래 희망은 물론, 공부하며 느낀 좌절감이나 문제 해결 이후 얻게 된 쾌감 등을 빠짐없이 기록해뒀다가 짬짬이 들여다본다. "일기를 읽다 보면 '아, 예전에도 지금처럼 힘들었던 날이 있었고 내 힘으로 거뜬히 극복해냈구나!' 하고 기억을 떠올리게 돼요. 그러고 나면 어쩐지 편안해지고 느슨했던 마음도 다잡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친구들에게도 꿈 일기를 써보라고 종종 권합니다."
한양은 고교 입학 직후 문예창작·사회과학·환경 등 3개 교내 동아리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중 아직 합격자를 발표하지 않은 환경 동아리를 제외한 나머지 두 곳은 가입을 완료한 상태다. "동아리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벌써부터 설레요. 비단 동아리 활동뿐 아니라 고교 시절 해볼 수 있는 건 뭐든 해볼 생각이에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남미영 맛있는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