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이야기

"당락 열쇠였던 논술고사 마지막 1초까지 최선 다했죠"

choib 2013. 2. 21. 12:36

"당락 열쇠였던 논술고사 마지막 1초까지 최선 다했죠"


 

한준호 기자

①민경욱 한양대 화공생명공학부 입학 예정

‘100명이 넘는 경쟁자를 물리치고 합격한 기분은 대체 어떨까?’ 명문대 수시모집 경쟁률이 발표될 때마다 이런 생각 한두 번쯤 안 해본 학부모나 학생, 별로 없을 것이다. 맛있는공부는 오늘부터 5회에 걸쳐 2013학년도 주요 대학 입시에서 ‘100대1’ 이상 경쟁률을 기록한 전형 합격자를 만나 그 비결을 들어본다. 첫 회는 한양대 화공생명공학부 입학을 앞둔 민경욱군이다. /편집자

비결1ㅣ어떤 경우에도 '포기'는 금물

정원 17명에 지원자 2728명, 최종 경쟁률은 160.47대1. 한양대 화공생명공학부 일반우수자 전형은 올해도 각축 끝에 합격자가 결정됐다. 민군은 해당 전형 경쟁률이 높을 걸 뻔히 알면서도 주저 없이 원서를 제출했다. 의사 출신 아버지가 종사하는 화학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열망이 누구보다 강했기 때문. 논술고사 당일엔 자신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성적이 (17명 중 12명을 뽑는) 우선선발 최저등급(수리·과학탐구 1등급)에 못 미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역시 포기하지 않았다. 최저학력 기준(수리·과학탐구 2등급)을 충족하는 인원이 많지 않아 실제 경쟁률은 대학 측 발표 수치보다 낮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수리 논제가 총 2개였어요. 논제별로 보조 문제가 4개씩 나왔고요. 맨 마지막 문제를 읽는데 제한 시간이 5분밖에 안 남았더라고요. '이번이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쥐어짜듯 답안을 완성했죠. 당시 시험장엔 '문제가 어렵다'며 풀이를 포기한 채 책상에 엎드려 자는 친구도 있었어요. 합격 여부를 가르는 건 어디까지나 '수험생 개인의 의지'란 게 제 생각입니다. 한 번 읽고 답이 보이는 논술 문제가 어딨겠어요. 후배들에게도 '시험 중엔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비결2ㅣ관건은 '문제 간 연관성 파악'

민군은 고 2 겨울방학 때 잠깐 논술학원에 다녔다. 이후 논술 전형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판단, 정시모집 지원으로 대입 전략을 선회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해 6월 별 준비 없이 치른 고려대 모의논술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학원에서 배운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문제 간 연관성 찾기'의 중요성이에요. 1번 문제를 활용해 2번 문제를 풀고, 2번 문제에서 힌트를 얻어 3번 문제 답을 구하는 식이죠. 실제 시험을 치를 때도 그렇게 접근했던 게 큰 도움이 됐어요. 뒤쪽 문제가 안 풀릴 땐 맨 처음으로 되돌아갔어요. '출제자가 왜 이 문제를 1번에 배정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각 문항의 활용 방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죠."

수능 '빈칸 채우기'형 문제 필사 훈련은 민군의 논리적 사고 방식을 한층 강화시켰다. (빈칸 채우기형 문제는 전체 증명 과정 중 일부를 비워둔 후 알맞은 답을 채워 넣는 식으로 출제된다.) 민군은 "지문에 등장하는 증명 과정이 꽤 창의적이기 때문에 그걸 베껴 쓰기만 해도 논술 공부가 절로 된다"고 귀띔했다. "이 방법은 고 2 때 학교 선생님께 전수 받았어요. 특히 수능이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시행 모의평가 속 빈칸 채우기형 문제 증명 과정은 사설 모의고사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기발해요. 명제의 난이도도 꽤 높은 편이고요. 시간이 난다면 한번 시도해볼 만한 공부법입니다."

비결3ㅣ'수능 후 1주일'에 역량 집중

민군은 수능 전까지 논술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다. '수능 준비가 곧 논술 대비'라고 여겼기 때문. 그 대신 수능 후 본격적으로 기출문제 풀이와 개념 정리에 전념했다. 그는 "논술고사는 대개 수능 직후 수 주일 이내에 치러지는데 이 기간에만 바짝 준비해도 어느 정도는 시험을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주일은 생각하기에 따라 짧기도, 길기도 한 시간입니다. 전 그 기간 내내 지원 대학 기출문제를 훑으며 문제 간 연관성을 짚었어요. 모르는 개념이 나오면 한 번 더 정리했고요."

민군은 올해 고려대·한양대 논술중심 전형에 각각 지원했다. 고려대 시험은 지난해 11월 17일, 한양대 시험은 그 이튿날인 18일에 각각 치러졌다. 그는 "모든 시험은 앞으로 치를 시험의 모의고사처럼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고려대 시험을 치를 땐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돼 다소 주눅이 들었어요. 고사장 규칙도 생각보다 복잡했고요. 결정적으로 제가 평소 제일 까다로워했던 함수 단원 문제가 나오는 바람에 고전하고 말았죠. 하지만 그날도 제한시간을 마지막 1초까지 아껴 쓰며 문제를 풀었어요. 결과적으로 고려대 시험 응시 경험 덕에 최고의 컨디션에서 한양대 시험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