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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엄마들처럼 ‘아이가 학교에 가기 전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놓으면 좋겠지’라고 생각하곤 여러 학원에 보내던 서른 살의 엄마가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창문으로 아이의 문화센터 미술수업 장면을 보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이는 어떻게 그릴지 몰라 도와달라는 눈길을 계속 보내고 있는데 선생님은 아이들이 많고 바쁘다 보니 전혀 챙겨주질 못했다. 엄마는 생각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 주자, 더 잘 놀아주자.’
그 길로 학원을 끊고 문방구로 달려가서 이것저것 재료를 샀다. 처음 만든 것은 우유 갑으로 만든 펭귄이었다. 어설픈 펭귄인데도 아이는 무척 좋아하며 잘 때마다 머리맡에 두고 잤다.
이때가 3년 전. 하루 30분 아이와 놀아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던 블로그에도 날마다 아이들과 놀았던 내용을 올리기 시작했다. 다른 엄마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신기해하고, 좋은 내용을 나눠줘 고맙다는 반응도 많았다. 7살과 4살 두 아들을 둔 평범한 엄마 김주연씨는 이렇게 2만5000명 이상이 블로그(blog.naver.com/80milk)를 방문하는 파워블로거가 됐다. 최근에는 그동안 올렸던 수백개의 놀이 중 반응이 좋았던 놀이들을 묶어 <엄마표 창의력 오감놀이>라는 책까지 내게 됐다.
김씨는 아이들이 유치원을 가기 전에 오늘은 뭘 하고 놀지 물어본다. 오전엔 놀이를 재미있게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아이들이 서너 시쯤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간식 먹고 책읽기를 시작한다.
약속으로 정한 ‘하루 5권’을 읽고 나서 본격적인 놀이가 시작된다. 이젠 습관이 돼 놀이 후 아이들이 척척 알아서 치우기도 한다. 저녁식사 후엔 아이들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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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놀기의 ‘선수’가 된 아이들은 거실에 텔레비전이 있어도 자신들이 만든 장난감으로 놀거나 책을 집어든다.
아이들도 엄마도 놀이의 달인이 됐다. 재료를 찾거나 새로운 놀이를 생각할 때 인터넷을 검색하지도 않는다.
그냥 재활용품이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이걸로 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오른다고 했다. 아이들도 물티슈 갑으로, 과일 포장지로 뭘 만들자고 제안하고, 또 책을 보면서 책과 관련된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낼 정도가 됐다.
집 한쪽에 전시해 놨다가 보관해 둔 아이들의 장난감과 교구들이 3~4박스가 되고, 각종 재료들까지 보관하면서 32평 아파트는 베란다까지 꽉 찼다.
김씨는 이렇게 아이들이 하고 싶은 놀이를 맘껏 하게 해 주니 자발성과 창의력이 커졌다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또 실컷 놀다 보니 잠깐씩 하는 공부도 재미있게 느낀다고 했다.
무엇을 하든 집중력이 있고 이해력도 빠른 편이다. 큰아이는 엄마와 같이 외우며 재미삼아 하고 있는 한자공부가 벌써 수준급이다.
7살인데 천자문을 벌써 다 떼고 나더니 중국어까지 배우고 싶다고 해서 중국어 자격증까지 땄다고 한다. 김씨는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 계속 늘어나는 아이를 보면 신기할 정도라고 했다.
그는 “엄마들이 우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줬으면 좋겠다”며 “놀이교육도 엄마 주도적으로 하려는 분들이 있는데, 아이가 중심이 되지 못하는 놀이는 나쁜 놀이”라고 말했다.
또 “무작정 주변을 따라가지 말고, 내 아이의 속도와 성향에 맞게 가능성을 키워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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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