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수능 가채점 분석해보니… 언어영역 만점자, 작년보다 8~9배로 늘어]
영역별 만점자 비율, 1% 힘들 듯
언어, 98점 넘으면 1등급 예상… 외국어, 1·2등급 컷 격차 늘어9일 오전 수능 가채점이 시작된 서울 서대문구 한성고 3학년 교실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전날 치른 수능 점수를 친구들과 비교해 본 수험생들은 "외국어와 수리가 어려워 지난해보다는 점수가 내려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 김태혁군은 "3교시 외국어가 너무 어려워 정신이 아찔해 요새 말로 '멘털 붕괴'에 빠졌다"며 "특히 문법을 묻는 빈칸 채우기 문제에서 시간을 오래 끌어 다른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창민군도 "외국어 시험이 제일 난감했다. 영자신문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최준규군은 "언어는 쉬워서 지난 9월 모의평가 때보다 2등급이 상승했지만, 외국어와 수리 나 점수가 조금 떨어졌다"며 "일부 친구들은 하향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내년에 시행되는 2014학년도 수능은 수준별 수능시험이 처음 치러지므로 재수는 가급적 피해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날 입시기관들이 발표한 수능 가채점 결과에 따르면 언어영역은 지난해보다 4점 오른 98점을 받아야 1등급(상위 4%)에 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2등급(상위 4~11%) 컷은 95점이었다. 수도권 지역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3등급(상위 11~23%) 컷은 90점으로 예상됐다. 1·2등급 컷 격차는 지난해 6점에서 올해 3점으로 줄었다. 언어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상당히 많다는 의미다.
반면 외국어 영역은 지난해보다 5점 떨어진 92점을 넘기면 1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2등급 컷은 84점 전후에서 결정될 것으로 분석됐다. 등급 컷 간 격차도 지난해보다 훨씬 벌어졌다. 1·2등급 컷 간 격차가 지난해(3점)보다 5점 늘어난 8점이고, 2·3등급 컷 간 격차도 지난해(7점)보다 3점 늘어난 10점이다. 한 입시전문가는 "외국어 영역의 상위권 변별력이 지난해보다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수리 나(문과생용)는 지난해에 비해 1등급 컷이 4점, 2등급 컷이 6점 떨어진 각 92점, 81점으로 예측됐다. 수리 나는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난도가 높아져 점수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수리 가(이과생용)의 경우 지난해보다 등급 컷이 2~3점 상승했다. 1등급 컷은 지난해(89점)보다 3점, 2·3등급 컷은 지난해보다 각 2점이 올랐다. 4등급 이하는 지난해와 비슷했다. 수리 가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은 쉽게 풀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도 영역별 만점자 1%라는 교육 당국 약속은 지키기 어려울 전망이다. 영역별 난이도가 들쑥날쑥해 언어·수리·외국어 3개 영역 중 수리영역만 만점자가 1%에 근접할 것으로 예측됐다. 언어영역 예상 만점자는 지난해(0.28%)보다 8~9배 많은 2~2.68%로 예상됐다. 반면 외국어 영역은 지난해(2.67%)의 4분의 1 수준인 0.5~0.65%가 될 것이라고 입시기관은 분석했다. '수리 가'와 '수리 나'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해 1% 수준에 근접할 전망이다.
메가스터디 손은진 전무는 "수리 나의 난도가 전반적으로 높았지만, 고난도 문제가 없어 최상위권 학생은 만점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현정 기자 ]
■ 입시기관 수능 가채점 분석
까다로운 문제 몇개씩 출제 상위-중위권 격차 더 커져
외국어 1등급 컷 91∼92점 언어 1등급은 4점 오를듯
[동아일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선 상위권과 중위권 수험생 간의 희비가 교차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 전문기관들이 9일 발표한 수능 가채점 결과에 따르면 외국어와 수리‘나’에서 상위권과 중위권 수험생의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상위권 수험생은 정시모집에서 유리해진 반면, 중위권 수험생은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게 됐다.
외국어에서 1등급이 가능한 최저점수(구분점수)는 91∼92점으로 예측됐다. 지난해보다 5∼6점 떨어진 점수다. 2등급 이하부터는 구분점수가 10점 안팎으로 더 크게 떨어졌다. 인문계 수험생이 응시하는 수리‘나’형의 구분점수도 1등급은 지난해보다 4점, 2등급은 6∼7점, 3등급은 5∼6점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외국어에서 1등급과 2등급의 구분점수 격차는 지난해 3점에서 올해 7∼8점으로 크게 벌어졌다. 반면 3등급과 4등급의 구분점수 차는 지난해 12점에서 11∼13점으로 조금 줄었다. 수리‘나’도 비슷했다. 1, 2등급 구분점수 격차는 지난해 9점에서 11∼12점으로 벌어졌지만 3, 4등급 격차는 19점에서 16∼17점으로 줄었다. 상위권인 1등급은 점수 분포가 넓어졌지만 중위권으로 분류되는 2, 3등급은 좁은 점수대에 몰렸다.
지난해 어려웠던 언어의 구분점수는 1등급이 4점, 2등급이 7점, 3등급이 10점 정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자연계 수험생이 치르는 수리‘가’형도 1등급은 3점, 2등급은 2점, 3등급은 1점이 상승했다. 대체로 어려웠다고 평가받은 탐구 영역은 사회의 점수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입시전문가들은 “언어영역을 제외하고 수험생들의 수준별 차이가 잘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수능은 변별력 확보에서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와 달리 최고난도의 문제가 거의 출제되지 않아 상위권 수험생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했다는 평가다. 서울 한성고 정대현 군(18)은 “외국어에서만 1문제를 틀렸다. 전반적으로 문제가 쉽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려운 문제도 없었다”고 말했다.
입시 전문 기관들이 추정한 영역별 만점자 비율도 △언어 2.0∼2.68% △수리‘가’ 0.5∼0.9% △수리‘나’ 0.8∼1.04% △외국어 0.5∼0.65%로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메가스터디 손은진 전무는 “어렵다고 평가받은 수리 ‘나’와 외국어에서도 만점자는 오히려 조금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영역마다 변별력을 가릴 까다로운 문제가 몇 개씩 출제돼 중위권 수험생들은 고득점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 A고교 진로 상담 전문교사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강한 수리와 외국어가 어렵게 출제되면서 상위권과 중위권 수험생 간의 격차가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특징으로 올 정시모집에서는 상위권 수험생의 소신 지원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일교육컨설팅의 김영일 원장은 “상위권 학생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겐 논술과 면접 등 대학별 고사의 중요성이 오히려 더 커졌다”고 전망했다.
반면 중위권은 눈치작전이 매우 치열하게 됐다. 이영덕 대성학원 학력개발연구소장은 “중위권은 전략이 중요해졌다. 수능 영역별 점수를 꼼꼼하게 따져 조심스럽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나친 눈치작전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상위권 수험생은 이미 수시에서 합격한 만큼 정시 지원이 많지 않아 합격선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하게 하향 지원하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9일 전국 시도교육청을 통해 올해 수능 부정행위자를 집계한 결과 총 155명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