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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학가의 가을학기 중간고사가 끝났다. 전국의 많은 학생이 시험공부로 숱한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밤들이 즐거움을 위해서였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아마도 한숨과 초조, 불안 속에서 두꺼운 전공책에 몰두한 괴로운 밤이었을 것이다. 정말로 책 읽는 즐거움에 빠져 밤을 새워본 기억은 가물가물 할 것이다. 시험이 끝나 한결 여유로워진 요즘, 책을 읽으며 밤을 새워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2일 밤 10시,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중앙도서관의 대출자료실은 여느 때와 달리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바로 '제1회 밤샘 독서 행사'가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밤샘 독서 행사는 타의나 과제 때문이 아니라 순수히 즐거움을 위하여 금요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학생들이 도서관에 모여 책을 읽는 행사로, 학생들의 교양 함양과 도서관 이용률 증진을 목표로 중앙도서관 측에서 기획했다. 행사가 시작되는 밤 10시가 다가오자 학생들은 도서관으로 모여들었다. 참여 학생들은 약 3주 전부터 공고된 행사에 미리 신청한 학생들로, 이날 행사에는 총 120명의 학생이 행사에 참여했다. 프로그램안내와 더불어 간략한 개회사가 끝나자 학생들은 행사 시작 전 받은 담요와 각자 읽을 책들을 갖고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독서를 시작했다.
학생들이 읽는 책은 도서관 측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베스트셀러 100선. 인터넷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 등을 참고하여 학생들이 밤새 읽기 좋은 도서를 위주로 선정한 목록이다. 학생들은 성석제의 입담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화술에, 알랭 드 보통의 수사에 빠져들었다. 도서관에는 쿠키와 차 종류 등이 준비되어 있어 학생들의 독서를 좀 더 맛나게 돋구는데 도움을 줬다. 미리 준비되어온 독서대에 책을 올려놓고 읽는 학생, 이어폰을 끼고 조용한 클래식 선율과 함께 독서에 빠진 학생 등 책을 읽는 모습은 각양각색이었지만 도서관 안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조용히 책 속에 빠져들어 도서관에는 책장 넘기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학생들의 안전과 행사진행을 위해 움직이는 교직원과 스태프들을 제외하곤 도서관 안의 학생들은 좀처럼 책 속에서 빠져나올 줄 몰랐다.
슬슬 학생들에게 졸음이 몰려올 시각이 되자 새벽 1시. 때에 맞춰 도서관 측에서 마련한 야식 시간과 OX 퀴즈 시간이 되었다. 상식문제들로 이뤄진 OX 퀴즈대회에서 우승자가 가려지고, 문제에 떨어진 학생들은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야식 코너로 향했다. 야식 코너엔 출출한 학생들을 위해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이 준비되었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친구들끼리 담소를 나누며 야식을 먹었고, 야식을 다 먹은 학생들은 벽면에 마련된 그래피티에 행사 참여 소감 등을 적었다.
친구들과 함께 이번 행사에 참여한 장성아(불어불문학과·4)씨는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어 친구들과 학교에서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참여하게 되었다"며 "뜻깊은 추억을 만들게 된 것 같다"고 행사 참여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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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한 시간이 지나고 다시 독서의 시간. 또다시 도서관에는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 드문드문 들려왔다. 책을 다 읽은 학생들은 도서관에 있는 컴퓨터로 도서관 홈페이지에 오늘 자신이 읽은 책의 서평을 남겼다. 미처 책을 읽지 못한 학생들은 흐트러짐 없이 책에 몰두했다. 드문드문 하품하며 잠에 취한 학생들도 보였지만 대부분은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행사는 서서히 동이 틀 무렵인 6시에 종료되었다. 학생들은 행사 참여 기념으로 받은 책 한 권씩을 받아 들고 기쁜 얼굴로 집으로 향했다. 강인혜(영어교육·3)씨는 "도서관에서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밤을 새운 적은 많지만, 책을 읽으며 밤을 새운 적은 없었다. 이번에 밤샘 독서 행사를 한다는 걸 알고 많이 기대했고, 기대한 만큼 책을 읽을 수 있었다"며 이번 행사 참여의 감상을 말했다.
이번 '제1회 밤샘 독서 행사' 추진을 담당한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중앙도서관 권성상 학술정보팀장은 "이번 행사의 취지는 학생들에게 도서관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다른 친구들에게 좋은 책을 알리기 위해 마련되었다"며 "다음 행사에는 작가 초청이나 문학 동아리와의 연계 등으로 더욱 알찬 내용을 꾸려나갈 것"이라 답했다.
이태정/인터넷 경향신문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