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유

내가 살고 싶은 집이란…

choib 2012. 10. 15. 19:25

내가 살고 싶은 집이란…

집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주인을 닮았다. 집이 곧 나를 표현하는 작품이 된 요즘, 과연 사람들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어 할까. 인테리어와 건축 전문가, 실제 집을 짓고 사는 건축주에게 내 집에 대한 조건을 물었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권은순의 모던 프렌치 스타일의 전원주택 “집이란 한 공간에 사는 가족의 개성과 취향, 관계가 묻어나는 곳”이라 말하는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권은순씨(50). 그는 미래를 설계하고 중년을 즐기며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집을 원했고, 때문에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전원주택을 지었다. 그리고 그곳에 살아보니 거실 창밖 풍경은 특별한 인테리어 소품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매일매일 아름답고 감격스러우며, 이러한 전원주택은 가족에게 두루 부합하는 꿈을 실현한 집이라 덧붙인다.

Point 1 탁 트인 시야 어느 방향으로 창을 낼 것인가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마침 남향에 작은 동산이 있었고 반대쪽도 녹지여서 자연 전망으로 거실과 주방을 배치하고 건물이 보여 전망이 안 좋은 곳에는 벽을 설계해 창이 크게 있어야 하는 공간과 아닌 공간으로 나누었다.

Point 2 높은 천장과 오각형 구조 이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가 바로 천장이 높다는 것. 이를 위해 3층으로 지을 수 있는 집을 과감히 2층으로 지었다. 또 좁은 땅에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오각형 설계로 독특한 구조의 거실을 갖게 됐다.

Point 3 벽과 가구, 커튼의 컬러 매치 모노톤과 뉴트럴톤의 컬러는 질리지 않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뉴트럴톤과 모노톤의 컬러 컨셉트를 정한 뒤 가구와 소품, 패브릭을 고를 때도 이 컨셉트를 적용하니 공간과 소품, 패브릭이 조화롭게 연출됐다.

Point 4 용도에 따른 디자인 조명 집을 꾸밀 때 중요한 소품 중 하나가 조명이다. 밤이 되면 공간은 조명만으로 수많은 모습으로 변신하기 때문. 공간마다 각기 다른 디자인의 조명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Point 5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는 절제된 재료 집을 지을 때 몇 개의 재료만 사용해 간결하게 완성했다. 건물의 외장은 시멘트로, 내부는 시멘트와 목재, 철재로 마감했으며 대부분 페인트칠을 했다. 만약 재료를 이것저것 욕심내면 가구나 데커레이션을 할 때 어려움이 많다는 점을 기억하자.

Point 6 데드 스페이스를 활용한 수납공간 공간을 활용할 때 수납만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들기에는 너무 아깝다. 아파트는 정해진 수납공간이 있지만 집을 직접 짓거나 리모델링할 때는 가능한 한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면서 자투리 공간이나 데드 스페이스를 찾아 수납공간으로 활용해본다.

건축가 이일훈&건축주 송승훈의 사람, 공간, 자연과 통하는 잔서완석루 건축가 이일훈(59)과 건축주 송승훈(39)이 e-메일을 통해 함께 완성한 잔서완석루는 이 두 사람의 삶에 대한 태도에 따른 맞춤형 집이다. 마치 시멘트로 지은 한옥 같은 곳. 억지로 곡선을 만들지 않았어도 아름답고, 동선을 최소화하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외관은 위세부리지 않으며 세상의 모든 것과 소통할 수 있고, 또 실내는 가족끼리 부대끼며 살 수 있는 진정한 사람 냄새 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건축주는 이 집을 ‘불편하게 살기’, ‘밖에서 살기’, ‘늘려 살기’의 집이라 한다.

Point 1 밖에서 살 수 있는 집 손님이 오면 막걸리 한 잔 마실 수 있고, 지칠 때 방에서 나와 바깥바람 쐬며 낮잠 잘 수 있는 툇마루는 이 집의 자랑거리. 바깥마당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여러 개이고 2층에도 마당이 있으며 옥상, 테라스 등 쓰임새 많은 야외 공간이 곳곳에 있다. 또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대문도 독특하다.

Point 2 공기가 잘 통하는 건강한 집 방마다 창문 크기와 높이, 모양과 방향이 다르니 공간이 풍부해진 느낌이다. 방의 한 면에만 창문이 있는 아파트와 달리 삼면에 창문을 만들거나 맞창을 내고, 동쪽을 향한 방에는 세로로 길고 좁은 창을 두어 아침의 건강한 햇빛이 잘 들어오게 했다.

 

Point 3 소외되는 공간이 없는 집 1층 거실의 바로 위층은 공중서가다. 2층 건축주의 방에서 나가면 공중서가가 나오고 이곳에서는 1층 거실이 내려다보인다. 일반적인 집은 대부분 거실과 방으로 단순하게 공간이 연결된 데 비해 이 집은 거실을 통해 방으로 가고 또 방을 지나 다른 층으로 가는 등 어느 한 곳을 가기 위해서는 다른 공간을 거쳐야 하는 독특한 구조이고, 때문에 불편하게 사는 집이라 말한다.

Point 4 획일적이지 않은 공간 분할과 쓰임새 1층과 2층을 잇는 통로에 책과 관련된 기능을 더한 ‘책의 길’이 있다. 일부러 바닥을 경사지게 해 책의 길을 지나 서재의 문을 열 때 마치 다른 세계로 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 골목길 같은 공간을 분할하니 가족 구성원이 각자 자기 일을 하기에 좋다. 가족끼리라도 서로 다 드러나는 공간은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는 것이 건축주의 생각.

Point 5 정형화되지 않은 데커레이션 잔서완석루의 심장인 서재에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다락이 있다. 양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은 마치 도서관처럼 일렬로 책을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쌓고 꽂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했다.

Point 6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느낌의 외관 집의 외관은 동서남북의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이 다 달라 집의 외관만 봐도 아기자기한 느낌이 난다. 거칠고 울퉁불퉁한 외관을 만들어 집이 뺀질거리는 느낌이 없고 외관만으로도 편안하다.

「내가 생각하는 집」 라이프스타일리스트 권은순이 자신의 로망을 현실로 만든 집을 소개한 책. 자신과 가족을 위해 오랫동안 꿈꾸고 준비했던 전원주택을 짓는 모든 과정과 그녀만의 감각적인 인테리어 스타일링은 물론 다양한 데커레이션 팁까지 인테리어 정보를 담았다. 권은순 저, 미호.

제가,살고,싶은,집은..... 건축가 이일훈과 국어선생 송승훈이 e-메일을 통해 ‘어떻게 살지’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실제 ‘잔서완석루’라는 집을 짓기까지 900일간의 기록을 담았다. 보통 사람이 집을 지을 때 어떤 점을 살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집과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저자 두 사람의 편지를 통해 맛깔나게 풀었다. 이일훈·송승훈 저, 진효숙(건축사진가) 사진, 서해문집, 1만8천원.

<■진행 / 김민정 기자 ■사진 제공&참고 서적 /「내가 생각하는 집」(미호, 02-3487-1141), 「제가. 살.고. 싶은. 집은…」(서해문집, 031-955-7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