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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일방적인 잔소리가 아닌 대화를 통해 아이와 소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2011년 10월 방송된 교육방송 <다큐프라임-엄마가 달라졌어요>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
인터뷰 l 가톨릭대 정윤경 교수
자녀 입장 고려하면 대화, 아니면 잔소리
모든 걸 해주려 하지 말고 그냥 지켜보라
“너 엄마가 친구들이랑 늦게까지 놀지 말라고 했지?”
“다 일이 있어서 그런 거야. 잔소리 좀 그만해!”
“이놈의 계집애가! 엄마가 말하는데 버릇없이!”
“아, 됐어!(쾅)”
평범한 엄마와 딸의 일상 대화다. 아이가 문을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면서 끝이 나 버리고 만다. 부모나 아이나 서로 자기를 이해 못한다고,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에요.”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엄마인 가톨릭대 심리학과 정윤경 교수. 그는 평소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 바빠서 얼굴을 마주하지 못할 때면 전화와 문자메시지, 전자우편이나 손편지를 통해 끊임없이 소통한다. 최근 그는 아이를 키우면서 고민하고 느낀 점들을 모아 <아이를 키우는 행복한 잔소리>란 책을 냈다. 가끔 딸에게 “엄마, 책에는 이렇게 써놓고 다르게 말하니까 찔리지?”라는 말을 듣는다는 그에게 잔소리와 대화가 어떻게 다른지, 아이들에게 필요한 잔소리는 뭔지 들어봤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잔소리의 실체가 뭔지 알아보고, 각 상황에서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주기 위해서 책을 냈다. 특히 아이의 성별이나 성향에 따라 부모가 할 만한 잔소리를 분류했다. 내가 실제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었던 점, 잘 안된 후에 ‘그때 이렇게 얘기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며 혼자 생각한 게 많다. 여기에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리서치와 아동심리학자의 책이나 자료를 보고 정리한 것들이다.”
엄마들이 잔소리를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부모는 아이가 잘되기를 원하는데, 문제는 아이 입장이 아닌 자기 입장에서 잘되길 원한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부모가 간섭하거나 통제한다고 느낀다. 결국, 잔소리는 부모들의 ‘자기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기 마음 조절이 안 되니까 속상해서 아이를 자꾸 비난하게 된다. 잔소리의 가장 큰 특징이 반복이다. 대화를 할 줄 모르는 부모는 한번 말하고 끝내야 하는데, 자기가 불안하다 보니 되풀이해서 아이를 다그치기만 한다.”
잔소리와 대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녀의 입장을 고려해서 말하면 대화, 그렇지 못하면 잔소리다. 또 부모가 마음을 조절하면서 말하면 대화, 그걸 즉흥적으로 아이한테 쏟아내면 잔소리다. 엄마는 잔소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아이가 그렇다고 하면 인정하고 바로 끊어야 한다. 평소 엄마가 아이와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일방적으로 혼내는 게 아니라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만든다면 아이와 진정한 대화를 할 수 있다.”
요즘 사회 전반적으로도 ‘소통, 공감’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가족 내에서 소통과 공감이 중요한 이유가 뭘까?
“소통은 삶의 자세이며, 자기중심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와 협동을 한다는 것은 아이나 부모 모두에게 중요하다. 또한 공감능력은 정서발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것으로 어릴 때 형성된다. 아이들이 부모와 대화하면서 소통과 공감을 배워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말문을 닫아버리고 공감력을 키우는 과정 또한 단절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아이들은 항상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그건 당연한 거다. 왕따, 자살 사건을 보면 자신의 어려움을 부모한테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소통이 잘되는 집안이었다면 분명히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부모는 아이와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항상 통로를 열어놓아야 한다. 아이가 부모에게 위로를 받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또, 잘못을 한다고 부모가 윽박지르기만 하면 아이는 고치기보다 숨기려고만 한다. 이미 잘못을 저지르고 거짓말을 했더라도 부모가 ‘지금이라도 솔직히 털어놔줘서 고맙다’고 하면, 아이는 문제가 해결되고 자신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평소에 대화를 할 때 아이가 솔직히 얘기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가톨릭대 정윤경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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