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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에 학력차별 철폐"…기업들 호봉제서 능력급제로 속속 전환

choib 2012. 5. 20. 23:09

"승진에 학력차별 철폐"…기업들 호봉제서 능력급제로 속속 전환


 

변창률 사학연금 이사장(가운데)과 장은미(오른쪽), 손용식 주임이 함께 식사하며 직장생활의 어려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학연금공단 제공

新 고졸시대 (3) 고졸 인재가 기업 바꾼다

"입사 4년 지나면 대졸자와 동등한 대우"

실무 앞선 젊은 고졸인재 기업 새 성장동력 이끌어


지난해 말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에 입사한 손용식 주임(23)과 장은미 주임(19)은 회사 생활이 어떠냐는 질문에 곧바로 “의욕이 넘친다”고 말했다. 고졸 사원인 이들이 대졸 동기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사학연금은 올해 초 고등학교 졸업자도 입사, 승진에서 학력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인사 규정을 개정했다. 승진 조항에 학력차별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한 것이다. 손 주임은 “나같이 신규 입사한 고졸자라도 입사 후 4년이 지나면 임금, 승진 등에서 대졸 직원과 동등한 대우와 직위를 보장받게 된다”며 “학력보다는 능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으니 업무에도 욕심을 부리게 되고 회사생활도 적극적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 주임는 “4년 후에 대졸자와 동등한 대우를 해주겠다는 것은 이 기간 동안 좋은 인재가 되도록 노력하라는 의미”라며 “업무는 물론 자기계발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률 사학연금 인사부장은 “요즘에는 고졸 사원도 대졸 사원 못지않은 역량을 갖고 있다”며 “이들이 보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회사가 길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소개했다.

고졸 인재시대가 다시 열리면서 기업들의 인사정책이 바뀌고 있다. 늘어나는 고졸 사원들에 맞춰 인사관리 시스템도 변하고 있는 것. 연공제 대신 능력에 기초한 인사고과 시스템으로 바뀌는 것이다.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학위 소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던 호봉제와 같은 연공제를 폐지하고 능력급제로 전환하고 있다. 고졸 사원이 입사 후 일정 기간 지나면 대졸자와 동등하게 대우해주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부터 채용하는 고졸 정규직 사원들부터 7년간의 자체 교육 과정을 거치면 원급, 승진, 연수 등 인사관리에서 대졸 신입 사원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남성 대졸자가 군복무에 2년, 대학 졸업에 4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자체 교육 프로그램 이수기간을 7년으로 잡았다.

이미 직무급제를 도입한 CJ 외에도 인천공항공사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직무급제를 잇달아 도입했다. 학력보다는 능력을 보고 대우해주겠다는 취지다.

고졸 인력들의 능력이 향상되면서 고졸 사원 채용 규모를 확대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마이스터고 등 우수한 능력을 갖고 있는 고졸 인력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무능력을 갖춘 고졸 인재들이 기업의 성장동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9일 올해 처음 실시한 고졸 공채 인원을 당초 계획보다 100명 많은 700명으로 늘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고졸 채용은 학교장 추천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해왔으며 이처럼 다양한 직군을 개방해 대대적으로 채용한 것은 처음”이라며 “능력이 우수한 고졸 인력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기존에 실시하지 않았던 채용 시스템을 가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은 학력 위주의 사회 분위기 개선을 위해 그룹 고졸 공채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방침이다. 삼성의 올해 고졸 전체 채용인력은 9100명이다. 현대차도 지난 9일까지 고졸 생산직 공채 모집을 했다. 현대차가 일반 생산직을 공개적으로 선발하는 것은 2004년 이후 8년 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고졸 채용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전체 신규 채용 7500명 가운데 고졸을 2200명 선발하기로 했다. 공공부문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말까지 시·도교육청과 소속기관, 국립학교, 산하 공공기관 19곳에서 채용할 신규 인력 2817명 중 18%인 388명을 고졸자로 채용하기로 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