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경험 쌓고, 비교과 스펙 쌓고… 공모전으로 대입 공략해볼까
입력 : 2012.04.29 15:23
공모전 고수들에게 듣는참가 장단점과 주의사항
◇관심 분야 미리 체험… 진로 구체화 기회도
이시우(경기 성남 낙생고 2년)군은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지난해만 해도 LG생활과학아이디어공모전 대상, 대한민국청소년발명(과학)아이디어경진대회 국회의장상, 대한민국발명교육콘텐츠공모전 동상 등 굵직한 상을 여러 개 받았다. 수상 비결은 ‘일상 속 아이디어’. 이군은 생활하다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게 있으면 끊임없이 관찰하고 사고해 기어이 문제점을 해결해낸다. 일례로 LG생활과학아이디어공모전에선 자전거를 도둑맞은 후 떠올린 아이디어(‘안전하고 넘어짐 방지 기능까지 갖춘 자전거 자물쇠’)로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성격이 소극적인 편이었는데 대회에 참가하느라 무대에 여러 번 서다 보니 발표력이 절로 늘었다”며 “지원 서류나 보고서를 자주 쓰면서 글 솜씨도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군에게 공모전 준비는 교과 심화학습의 기회도 제공했다. “‘절수 수도꼭지’를 개발할 땐 기존 수도꼭지 대비 물 절약 비율을 계산하기 위해 수학 이론을 공부해야 했어요. 대회장에서 다른 사람에게 알기 쉽게 설명할 방법을 찾다가 중학교 교과서까지 뒤적이곤 했죠.”
공모전은 자신의 진로를 구체화하는 길잡이 역할도 한다. 이도겸(중앙대 문예창작과 1년)씨는 고교 시절 만해축전 등 다양한 글쓰기 대회에 참가하며 자신에게 맞는 글 장르를 찾았다. 그는 “고 1땐 한 번도 시(詩)로 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2학년 때 산문으로 장르를 바꾼 후 참가한 새얼백일장(2등상)과 중앙대 백일장(장원)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소설가의 꿈을 굳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청소년 카툰 공모전’(문화재청 주관)에서 당선된 백원빈(서울 경희고 1년)군도 공모전을 통해 문화재에 대한 흥미를 키웠다. 백군은 창덕궁을 소재로 한 카툰으로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공모전을 준비하며 ‘경복궁은 조선의 법궁인 데다 규모도 창덕궁보다 훨씬 큰데 왜 세계문화유산이 못 됐을까?’ 같은 질문을 떠올리며 문화재에 한층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학업과 병행하려면 철저한 시간 관리 필수
공모전에 참가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짧게는 2~3주, 길게는 두세 달을 매달려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창 바쁜 고 3 때 정보과학경시대회 등 각종 대회에 일곱 차례나 참가하며 적극적으로 관련 경력을 쌓은 최유정(경희대 디지털콘텐츠학과 1년)씨는 “학교 공부는 되도록 수업 시간 중 소화하는 등 학업과 대회 준비에 드는 시간을 분리해 각각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발명대회 수상과 특허 출원 실적 등을 인정받아 특허청 발명 장학생으로 선발됐던 임한이(건국대 전기공학과 1년)씨는 고 1 때 1년간 발명 활동을 전혀 하지 못했다. ‘공부에만 집중하는 게 좋다’는 학교 측 권유 때문이었다. “2학년 올라가서 선생님께 ‘발명 활동하면서 지금 성적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후에야 활동을 허락받았어요. 교내에 발명반이 없어 공부도 따로 해야 했죠. 그래서 단순히 상만 주는 대회보다 수상자에게 특별 교육을 시켜주거나 과학 캠프 참가 기회를 제공하는 대회에 주로 참가했어요.”
◇탈락 경험도 약… ‘수상=합격’ 인식은 곤란
공모전에서 꼭 큰 상을 받아야 의미 있는 건 아니다. 때론 실패도 ‘약’이 된다. 김동연(경희대 유전공학과 1년)씨는 고 3 때 ‘한화사이언스챌린지’ 공모전에 참여했다. 3주간 친구와 머리를 맞대고 ‘엽록체에 전기 자극을 가해 인공 광합성을 유도한다’는 주제의 연구계획서를 냈지만 결과는 ‘예선 탈락’. 그는 좌절하는 대신 당시 경험을 대학 지원 당시 자기소개서에 담담하게 녹여냈다.
“탈락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주제를 정할 땐 ‘잘만 하면 혁명적 연구가 되겠다’며 흥분했는데 떨어진 후 돌이켜보니 현재 과학기술로는 실험하기 어려운 주제더라고요. 비록 공모전에선 탈락했지만 그 경험을 계기로 ‘생물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취재 중 만난 ‘공모전 고수’들은 하나같이 “공모전을 대학 가는 수단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공모전 수상 실적이 있다고 해서 대학 합격을 기대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수시모집에서도 내신 반영 비중이 높은 편인 데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대학이 많기 때문.
임한이씨는 “수능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학 선택의 폭이 좁아지므로 비교과 활동 여부와는 별도로 내신과 수능을 고루 관리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최유정씨 역시 “공모전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관심 분야를 폭넓게 공부하며 경험 쌓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참여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