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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바이오시스템공학과 1학년 신주연씨가 넷북으로 인터넷강의를 듣고 있다. 신주연씨 제공 |
[함께하는 교육]인강 마니아들의 인강 노하우
나홀로 수업, 절제력 가능한 환경 필요
내 수준보다 쉬운 개념위주 강의부터
올해 서울대학교 바이오시스템공학과에 입학한 신주연씨는 고교 1학년 초, 학원수업과 강남구청 인터넷수능방송을 병행해서 들었다. 어떤 공부 방법이 더 맞는지 판단해보고 싶었다. 결론은 인터넷강의(이하 ‘인강’)였다. 공부를 하려면 공부 시간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학원에선 누군가 시키는 공부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정해진 시간에만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점도 학원수업의 단점이었다. 이런 판단을 한 뒤로는 줄곧 인강을 들으며 공부했다. 인강으로 성적을 올린 사연을 수기로 써서 ‘강남인강 장학생’이 된 신씨는 “비용도 적게 들고, 공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과목만 찾아 들을 수 있다”고 인강의 장점을 손꼽았다.
많은 학생들이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려고 인강을 듣는다. 그냥 들으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강을 듣는 데도 나름의 학습 방법, 노하우가 있다.
신씨의 경우는 1학년을 시행착오 기간으로 뒀다. 인강만 듣기로 결정한 뒤 집에서 수업을 들어봤다. 졸음이 밀려오고 집중하기도 어려웠다. 부모님께 넷북을 사달라고 했다. 그때부터 학교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넷북을 이용해 수업을 들었다. 집에서 혼자 들을 때는 인터넷 접속 등 자기절제가 어려웠지만 학교라는 환경에서는 절제가 됐다. 수업을 듣는 시간은 석식 이후 졸음이 밀려오는 6시부터 8시 사이로 정해뒀다.
올해 ‘이비에스(EBS) 열공장학생’으로 최우수상을 받은 연세대 생명공학과 1학년 한현호씨는 무의식중에 인터넷 서핑을 하는 버릇이 있다. 하지만 인강만으로 성적을 많이 올렸다. 인터넷 서핑, 게임 등을 좋아하는 후배들한테 한씨는 이렇게 충고한다. “인강으로 공부할 때는 마우스, 키보드를 아예 뽑아버렸습니다. 오직 필기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공부하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홀로 공부’나 다름없는 인강학습을 하려면 절제가 어려운 환경 자체를 만들지 말라는 의미다.
인강 초보들은 무조건 모르는 단원이나 잘 풀리지 않는 단원의 수업을 선택한다. ‘인강 고수’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한현호씨는 “나는 1, 2등급이었지만 오히려 3, 4등급이 듣는 개념 위주 강의를 들었다”고 했다. 내신, 수능을 모두 포함해서 늘 스스로 잘 안다고 생각했던 문제에서 실수가 나온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신주연씨도 전혀 모르는 단원 위주로 수업을 듣진 않았다. 신씨는 “아는 것 반, 모르는 것 반 정도 있는 단원을 선택해 들었다”며 “어느 정도 아는 내용이 있으면 들을 때 자신감이 붙어 내용이 더 잘 들어온다”고 했다.
월요일에는 언어, 화요일에는 수리 등 하루 한 과목만 몰아서 듣는 것도 좋지 않다. 한현호씨처럼 올해 ‘이비에스 열공장학생(우수상)’으로 뽑힌 서울대 인문대학 인문계열 1학년 남미애씨는 “하루에 한 과목보다는 여러 과목을 듣는 게 좋다”고 했다. “개인차도 있겠지만 확실히 하루에 여러 과목을 듣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날 몰아서 한 과목씩 들으면 공부를 많이 할 순 있겠지만 흥미도나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수능 때까지 영역별로 계속 감을 유지해야 하니까 하루에 두세 과목씩 나눠서 듣는 방법이 좋습니다.”
지난해 서울대 공과대학에 입학한 홍성철씨는 교육방송 인강만으로 대학에 합격해 학생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강의도 한다. 홍씨는 강의 때마다 “인강을 들을 때는 펜을 잡지 말라”고 강조한다. 강의에 온전히 집중하는 데 필기가 방해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기나 문제풀이 등은 강의를 통으로 다 들은 다음으로 미뤄두는 것이다.
물론 정답은 없다. 중요한 건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필기를 하면서 수업을 들어도 집중하는 데 부담이 없는 학생이라면 필기와 강의 시청을 병행하는 것도 좋다. 올해 ‘강남인강 장학생’으로 뽑힌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1학년 장진희씨는 수업을 들으면서 강사가 말한 것들을 꼼꼼하게 다 필기하는 스타일이다. 강의를 들으면서 강사가 필기한 내용을 교과서에 그대로 적는 방식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학교 선생님의 필기와 강남인강 강사의 필기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장씨는 “그래야 내신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출제위원인 학교 선생님의 필기만을 빠르게 보면서 시험에 철저히 대비할 수 있다”고 했다.
인강으로 공부하는 일은 외롭다. 다른 짓을 하거나 꾸벅꾸벅 존다고 뭐라고 하는 선생님이 없다. 그런 점에서 자기 의지가 강한 학생들한테 잘 맞는 공부 방법이다. 물론 의지가 약하더라도 스스로 혼자 해보겠다는 다짐을 제대로 한다면 마냥 외로운 공부만은 아니다. 고교 시절, 홍성철씨한테 교육방송 윤혜정 언어영역 교사는 남다른 스승이다. 컴퓨터 화면으로 만나는 윤 교사의 격려와 충고, 질책 등을 예사로 듣지 않았다. 실제 모의평가 등에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을 땐 윤 교사가 들려주는 충고와 슬럼프 극복법 등이 큰 도움이 됐다. 컴퓨터 화면으로 만나는 사이지만 강사의 수업에 진지하게 몰입하고 정을 붙인 덕분이다. 때론 역할극도 중요하다. 남미애씨는 “선생님이 ‘그렇죠?’ 하시면 ‘네!’ 하고 대답하면서 마치 서로 대화가 오가는 것처럼 강의를 들었다”며 “인강은 학생이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다른 것 같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