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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학 대부분 자연계 수학·영어, 인문계 국어·영어 '어려운' B형 반영
[CBS 이희진 기자] '과도한 시험 준비 부담이 없는 수능' 등을 명분으로 2014학년도부터 시행되는 '수준별 수능' 취지가 벌써 무색해지고 있다.
앞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해 말 '2014학년도 수능 세부 시행방안'을 통해 "국어와 영어, 수학, 세 과목은 수준별 시험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수준별 시험은 국·영·수 시험을 '현행(2012학년도) 수능 수준보다 쉬운 A형과 현행 수능 수준의 B형으로 나누어 치르는 것이다.
'모든 수험생이 쓸데없이 국·영·수를 어렵게 공부할 필요없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대학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춰 수능 준비를 하게 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9일 발표한 '2014학년도 수능 개편에 따른 대학의 계열별 국·영·수(A/B형) 반영 방법'은 이런 취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경북대, 전남대, 전북대 등 전국 주요 대학 35개 대부분이 자연계는 수학과 영어를, 인문계는 국어와 영어를 B형으로 반영키로 한 것이다.
대학이 국어와 수학을 동시에 B형으로 반영할 수는 없어서, 국·영·수, 세 과목이 모두 B형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전국 주요 대학 자연계로 진학하려면 수학과 영어를, 인문계로 진학하려면 국어와 영어를 무조건 '더 어려운' B형으로 선택해야 한다.
시험은 A형과 B형으로 나뉘었지만, 수험생들에게는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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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국어와 수학을 동시에 B형으로 반영하지 못하도록 한 것을 넘어 대학을 더 압박하는 것은 과도한 대학 자율성 침해여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대교협은 그러나 "자연계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국어 A형을 선택할 수 있어, 이전보다 국어 영역 수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예체능계는 국·영·수 모두 A형을 반영하는 대학이 많아 예체능계 수험생의 부담은 많이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대교협은 덧붙였다.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4학년도에 수준별 수능을 처음 치르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생을 대상으로 '2014학년도 수능 예비시행'을 실시하기로 했다.
오는 5월 17일(목) 실시되는 2014학년도 수능 예비시행의 목적은 '수준별 수능 예시 문항을 공개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달라지는 수능 대비 방법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시범 지역인 대전과 충남에서는 시험장 및 시험실이 배치되는 등 실제 수능 체제와 동일하게 예비시행이 실시된다.
그 외 지역에서는 학교별로 자체 실정에 맞게 시험을 치르거나, 시험 없이 문제지만 배포할 수 있다.
평가원은 "수능 예비시행은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되지만, 수준별 수능 예시 문항 공개가 목적인 만큼 출제 범위는 고등학교 3학년을 포함한 전 과정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heejj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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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작년 11월 수능 시험일에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 수원여고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1교시 시험을 앞두고 마음 정리를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
예체능은 국영수 모두 A형…대교협 35개대 계획 취합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2014학년도 수능이 국어ㆍ수학ㆍ영어를 AㆍB형 수준별로 골라보도록 개편된 가운데 상위권 대학들은 영어는 계열 상관없이 B형을 반영하고 인문계열에서는 국어 B형, 자연계열에서는 수학 B형을 반영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현재 고교 2학년인 2014학년도 수능 응시생을 위해 35개 대학의 '2014학년도 입시 수능 반영방법'을 우선 취합해 8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대부분의 서울 주요대학과 지방 국립대 등은 인문계열에서 국어와 영어는 상위난도인 B형을, 수학은 하위난도인 A형을 반영하기로 했다.
반대로 이들 대학의 자연계열은 수학과 영어를 어려운 시험인 B형, 국어는 하위난도인 A형을 반영한다.
또 예체능계열은 국ㆍ수ㆍ영 3과목 모두 또는 국어ㆍ영어 등 2과목을 하위난도인 A형을 반영할 계획을 세웠다.
교과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험생들이 국영수 수준별 시험을 응시할 때 최대 2과목까지만 상위난도인 B형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인문계열 상위난도인 국어 B형과 자연계열 상위난도인 수학 B형을 동시에 선택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따라 상위권 대학들은 인문ㆍ자연계열 상관없이 영어는 공통으로 상위난도인 B형 점수를 요구하고, 인문계열은 국어 B형, 자연계열은 수학 B형을 요구할 것으로 일찌감치 예상돼왔다.
대교협이 조사한 35개 대학의 계획에 따르면 인문계열에서 '국어B - 수학A - 영어B' 조합을 반영하는 대학은 29개였다.
강원대 춘천, 건국대, 경북대, 경희대 서울ㆍ국제, 고려대 서울ㆍ세종, 광운대, 국민대, 단국대 죽전, 서강대, 서울과학기술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숭실대, 아주대, 연세대, 이화여대, 전남대, 전북대, 중앙대, 충남대, 한국외대 서울ㆍ경기, 한양대 서울ㆍ에리카 등이 해당 대학이다.
자연계열에서 '국어A - 수학B - 영어 B'를 반영하는 대학은 가톨릭대, 경북대, 경희대 국제ㆍ서울, 고려대 서울ㆍ세종, 서강대, 서울과학기술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아주대, 연세대 서울ㆍ강원, 울산과학기술대, 이화여대, 인하대, 전남대, 중앙대, 한국외대 경기, 한국항공대, 한양대 서울ㆍ에리카 등 29개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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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작년 11월 수능 시험일에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 수원여고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1교시 시험을 앞두고 마음 정리를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
예체능계열에서 '국어A - 수학A - 영어 A'를 반영하는 대학은 강원대 삼척ㆍ춘천, 건국대, 고려대 서울ㆍ세종, 안동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등이다. 가톨릭대, 경희대 서울ㆍ국제, 연세대 강원, 인하대(체육교육 제외), 한국교통대, 한양대 에리카 등은 국어 A와 영어 A만 반영한다.
대교협은 "이번에 발표한 대학들만 볼 때 자연계열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국어 A를 선택할 수 있게 돼 이전보다 국어 영역 수험부담이 줄어들고, 예체능계열도 국영수 모두 A형을 반영하는 대학이 많아 응시자들의 수험부담이 덜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교협은 아직 2014학년도 수능 반영방법을 발표하지 않은 대학도 빨리 발표하도록 하고, 대교협 대입정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안내할 계획이다.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