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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전공 내가 설계 3년만에…” 자유전공 1호 졸업생 나왔다

choib 2011. 12. 6. 08:23
]“내 전공 내가 설계 3년만에…” 자유전공 1호 졸업생 나왔다

■ 서울대 생물공학 내년 2월 조기졸업 20세 김민석 씨

[동아일보]

2009년 법대 폐지와 함께 설립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가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주인공은 생물공학 전공 김민석 씨(20).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5일 “김 씨가 6학기(3년) 만에 졸업요건을 충족해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9일로 예정된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대학원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김 씨의 전공은 생물공학이지만 서울대에는 생물공학과가 없다. 생물공학은 김 씨가 1학년을 마친 뒤 공대 화학생물공학부 학사과정을 바탕으로 자연대 생명과학부 수업을 접목해 만든 ‘학생설계전공’이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재학생 402명 중 23명은 인문소통학 음악미학 예술경영학 등 21개 전공을 스스로 만들어 학부의 심사를 거친 후 자신의 전공으로 삼고 있다.

5일 서울대에서 만난 김 씨는 “인문학 자연과학 예체능까지 넘나드는 다른 학생설계전공에 비해 내 전공은 평범한 편”이라고 말했다. 전남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한 김 씨는 물리 화학 생물 수학 등 자연과학 전 분야에 관심이 있어 쉽게 전공을 택하지 못하고 일단 자유전공학부에 진학한 뒤 학과를 정했다. 1학년을 마친 후 화학과 생물학에 마음이 기울어 화학생물공학부 진학을 생각했지만 생물학과 수학 수업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전공을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기존 학과로 진학했으면 끝까지 공부에 대한 흥미가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생물학 하나로는 세계 최고가 될 자신이 없지만 여러 지식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데는 자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다 보니 공대생이었다면 듣지 못했을 인문학 지식과 시사현안 등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같은 전공인 사람이 없어 공부할 때는 외로웠다”며 “학부 기간 내내 학과에 대한 소속감이 부족해 일반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4.3 만점에 4점대 학점을 유지하고 있는 김 씨는 자신이 진학할 화학생물공학부 분자생물공학 및 신소재개발연구실에서 졸업논문을 준비 중이다. 그가 처음 연구실에 왔을 때 대여섯 살 많은 선배들은 그를 신기하게 바라봤다고 한다. 김 씨는 “순수학문도 좋지만 내가 개발한 기술로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어 공대에 오게 됐다”며 “살아있는 동안 신약 개발 등으로 인류사회에 기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타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서 전공을 선택한 학생은 395명. 그중 253명은 경영대와 경제학부가 있는 사회대에 몰려 있다. 김 씨처럼 학생설계전공을 택한 학생은 전체의 5.82%에 불과하다. 서경호 자유전공학부장은 “상경계 학과 쏠림 현상은 서서히 개선돼 가고 있다”며 “앞으로 융합형 인재 양성에 더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서울대 자유전공 절반 경영-경제 쏠림… 일부大선 고시반 전환

 
■ 숙제 많은 자유전공학부

[동아일보]

자유전공학부는 특정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공부할 수 있다는 목표 아래 2009학년도부터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건국대 중앙대 등 주요 대학에 설치됐다. 로스쿨이 생기면서 없어진 법대를 대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은 입학 직후에는 폭넓은 학과를 경험하며 적성을 탐색하다가 2, 3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면 된다.

고려대 자유전공학부 1학년 A 씨는 “고등학교에서 진로 지도가 제대로 안 되는 만큼 전공을 탐색하고 선택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처음에는 막연히 경영학과나 경제학과에 가겠다고 하다가 수업을 들어보더니 문과대학에 가겠다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B 씨는 “여러 과목을 듣다 보니 배우고 싶은 과목이나 만들고 싶은 학과가 많이 생겼다. 억압이라 느껴지던 공부가 즐거워졌다”고 했다. 명지대 자유전공학부 2학년 C 씨는 “어느 과가 적성에 맞는지 모르는 학생에게는 최고의 전공이다. 다양한 진로를 가진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고 했다.

그러나 단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이 나와서 일부 대학은 자유전공학부를 없애거나 공직 또는 로스쿨 진출에 초점을 둔 학부로 바꿨다.

성균관대는 올 4월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미국식 제도라 소속감을 중시하는 한국적 특성과 맞지 않는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속이 없는 문제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단점이다. C 씨는 “단과대가 없으니 소속감이 없어 외롭고, 선배가 없으니 새 기수가 학생회를 꾸리는 데도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자유전공학부가 고시반이나 로스쿨 준비반으로 변했다. 중앙대는 자유전공학부의 상당수 학생이 휴학하거나 그만두자 로스쿨 진학에 초점을 맞춘 정책학사와 행정고시를 목표로 하는 행정학사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공공인재학부로 전환했다. 건국대도 공공인재양성과정(행정학 법학), 글로벌리더양성과정(경영 경제 어학), 글로벌과학인재양성과정(이공계) 등 3개의 한정된 커리큘럼으로 운영한다.

유명 학과에만 전공이 몰려 다양한 전공을 살리자는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학기까지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의 전공을 배정한 결과 395건 중 경제·경영이 43%(169건)나 됐다. 연세대와 고려대도 자유전공 학생 대다수가 경영학과에 지원해 정원이 초과하자 인원 제한 규정을 만들었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분석실장은 “설립 초기에 비하면 지원 가능 점수가 2∼3점 정도 떨어져 인기가 시들해졌다. 다른 대학의 경영학과나 사회과학대에 합격하면 자유전공학부를 포기하는 학생이 많아 추가합격을 노리는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고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