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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양대는 자연계 논술을, 고려대 등 나머지 3개 대학은 인문계 논술시험을 치렀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각 캠퍼스에는 논술을 보러 온 수험생들로 북적였다.
고려대 논술시험에서는 개인의 자유 범위와 관련된 요약문제와 제시문과 사례를 비교하는 문제, 미분을 이용한 수리 문제 등이 출제됐다.
고려대 논술을 치르고 나온 한 수험생은 이번 수리 문제에 대해 "기출문제나 모의고사보다 쉬운 것 같아 문제를 다 풀고도 2분이 남았다"고 평했다.
한양대는 19일과 이날에 걸쳐 인문계와 자연계 논술을 실시했다. 전날 실시된 인문계 논술에서는 바람직한 '급훈'을 제시하도록 하고 급훈에 내재한 프레임을 스스로 설명토록 하는 문제를 냈다.
또 리처드 랭엄의 '요리본능'과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을 참고해 제시문을 읽고 각각의 관점을 생식주의에 대한 평가에 적용토록 하는 문항도 나왔다.
자연계 논술에서는 행렬의 합과 실수곱, 일차변환 등의 성질을 활용해 좌표평면의 영역이 일차변환에 따라 이동된 영역을 찾을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가 제시됐다.
독립된 2개의 명제로부터 '소수의 개수는 무한'이라는 결론에 이르는 논리적 추론과정을 설명토록 하는 문제 등이 출제되기도 했다.
한양대 관계자는 "이번 논술은 수험생들이 고등학교 3년의 전 과정에서 습득한 학업 성취도와 대학 교유과정에서 요구하는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인문계는 자신의 비판적, 창의적 사고를 표현할 수 있는지를 자연게는 학생들의 학습능력과 창의력 등을 측정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외대 역시 19일과 이날 이틀에 걸쳐 치러진 논술시험에서 '생득과 습득', '경쟁의 긍정적·부정적 효과', '변화와 변화의 주체', '획일성과 다양성'을 핵심 주제로 하는 제시문과 자료를 문제로 냈다.
제시문 가운데 2개는 영문으로 출제됐다.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취지에 따라 영어 실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또 이번 논술시험에서는 고등학교 교과서 언어와 사회탐구 지문도 활용됐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제시문과 자료는 주제와 관련한 개념적 논의와 다양한 학문 분야의 사례들을 담고 있다"며 "제시문과 자료의 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과 상관관계를 적절하게 읽어내는 능력 등을 바탕으로 하나의 문제를 분석하는 통합적인 사유 능력이 있는가를 평가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도 이날 오후 1시 2차 논술시험을 진행했다.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지원한 한 수험생은 "문제가 쉬운 편이었다"며 "깊게 생각할 만한 주제는 아니어서 논술의 참신함 여부나 내신에서 합격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ha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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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학의 수시모집 원서접수 및 논술고사가 20일 마무리된 가운데 대학들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논술고사를 어렵게 출제해 비판을 사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공교육에서 접하기 어려운 지문이 논술고사에 연이어 출제되면서 “너무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대교협은 지난달 24일 “고교 교육과정을 고려해 논술문제를 출제하라”고 각 대학에 권고했다. 그러나 올해 논술고사에서도 ‘수험생의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측정한다’는 명목 아래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지문이 속출했다.
19~20일 치러진 한국외대 논술고사에서는 스티븐 핑커의 ‘빈 서판’, 가렛 하딘의 ‘경쟁배제의 원리’ 등 제시문이 모두 영문으로 출제됐다.
지난 12~13일 치러진 서강대 논술고사에서는 이성복의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루트번스타인 부부의 ‘생각의 탄생’ 등의 논지를 요약한 뒤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반’, 이인성의 ‘당신에 대해서’ 등의 작품과 연관지어 설명토록 했다. 같은 날 성균관대 논술고사에서는 피터 코닝의 ‘공정사회란 무엇인가’에서 발췌한 제시문을 주고 정의의 개념과 사회현상에의 적용을 기술토록 했다. 이 밖에도 각 대학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시어도어 드 배리의 ‘중국의 자유 전통’, 다니엘 벨·함재봉의 ‘현대세계를 위한 유교’, 알래스대어 매킨타이어의 ‘유자를 위한 질문’ 등을 인용했다.
한편 올해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등 서울 11개 주요 대학의 수시모집에는 62만1647명이 지원, 32.86대 1(지난해 27.94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보였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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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아침 최저기온이 0도까지 떨어진 추위 속에 학생들은 두꺼운 점퍼와 머플러 등을 착용하고 종종걸음으로 고사장으로 향했다. 학부모들도 학내 주요 건물 안에서 따뜻한 음료수 등에 의지하며 자녀를 기다렸다.
이날 한양대는 자연계, 나머지 3개 대학은 모두 인문계 논술시험을 치렀다. 응시생들은 문제가 평이했다는 반응이 많았으나 쉬워진 수능 탓에 마음을 놓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양대 의대에 지원한 장모(17)양은 "생각보다 문제가 쉽게 나와 거의 다 풀었다"면서도 "학원을 6개월 가량 다니면서 논술문 작성법을 익혔는데 수능이 쉬워지는 바람에 재학생의 논술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외대를 지원한 김모(19)양은 "창의력을 크게 요구하지는 않는 시험인 것 같고 정답이 있어 보였다"면서 "쉬운 만큼 답안을 차별화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외대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상원의원 시절 연설 일부와 폴 홀바흐의 `자연의 체계' 발췌문(1교시), 진시황과 로마 제국의 통치 방식(2교시)을 영문으로 제시한 뒤 공통 논제와 각각의 요지를 쓰고, 추가 제시된 국문 자료와 비교 분석하거나 연결하라는 등의 문제가 출제됐다.
외대 입학처는 "영문 제시문은 어휘와 통사 구조, 개념 등의 난도가 현재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분량도 200단어 안팎이어서 의미 파악에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대학들은 추후 문제를 공개할 계획이다.
시험을 보러 지방에서 상경해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시간과 금전적 부담이 만만찮다며 푸념했다.
이날 자녀가 한양대에서 시험을 본 이모(45ㆍ여ㆍ경남 창원)씨는 "수시를 4곳에 썼고 3번째 상경했다"며 "수능이 끝나면 지방 아이들은 아예 서울에서 학원을 잡아 논술을 준비하는데 4~5일에 200만원씩 든다고 한다"고 전했다.
고려대에서 만난 이모(48ㆍ여ㆍ경북 영주)씨는 "딸이 내일부터 기숙 학원에서 일주일간 면접 강의를 듣는데 비용은 100여만원"이라며 "수시는 여러 곳에 썼다. 어차피 다 지르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같은 날 여러 대학에서 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시험 시작 시각이 임박해서야 퀵서비스 오토바이로 고사장에 도착하는 풍경도 여느 때처럼 눈에 띄었다.
오후 시험 시작 10분 전인 1시50분께 외대에 도착한 김모(18)양은 오전에 경기 수원시 아주대에서 시험이 끝나자마자 퀵서비스를 타고 왔다.
숙명여대도 오후 1시 2차 시험을 앞두고 담요를 덮어쓴 채 고사장에 도착하는 학생이 여럿 눈에 띄었다. 학교 측은 경비 인력을 투입, 늦게 도착한 학생들을 정문에서 고사장까지 태워주기도 했다.
퀵서비스 운전사 김모(40)씨는 "서울 시내는 7만원, 서울 외곽은 10만원까지 받지만 각 학교의 시험 시간이 비슷해 보통 하루 한 건밖에 못 뛴다"며 "학생이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경우도 있어 선입금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