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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방송맨” : 서울 광진구 뚝섬로 자양고에서 학생회 간부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방송장비를 활용해 발표연습을 하고 있다. 임정현기자 theos@munhwa.com |
햇살이 유난히 따사롭게 느껴졌던 지난 13일 서울 광진구 뚝섬로의 자양고 교정. 때마침 중간고사를 얼마 전에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긴장이 풀린 밝은 얼굴로 하굣길에 나서며 친구들과 떠들썩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학생 자치를 활성화시켜 ‘학교문화선도학교’로 지정된 곳답게 교정에는 아연 활기가 넘쳐보였다.
4년 만에 경선을 통해 학생회장에 당선된 2학년 이정진(17) 군에게 소감과 함께 자양고의 분위기를 물어보았다.
“그동안 단독후보의 무투표 당선으로 학생회장이 선출되다가 이번에 3명의 후보를 놓고 합동유세 등 선거운동을 통해 뽑다보니 열기가 아주 뜨거웠어요. 저는 36.2%의 득표율로 회장이 됐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남을 돕는 봉사활동 참여를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올 12월에 부모님과 함께 김장을 한 다음, 이를 어려운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어요.”
이 회장은 다른 학생회 간부들과 함께 올 8월 학교축제인 ‘일출제’를 직접 기획해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예산과 공연시간 및 장소를 정하는 것은 물론, 팸플릿과 포스터를 제작하고 초청장을 발송하는 홍보작업까지 모두 학생들의 힘으로 해낸 것이다. 뷰티아트반, 뮤지컬반, 초콜릿비누 만들기반 등 교내 동아리들은 손수 만든 작품으로 1500명의 내방객 앞에서 전시와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홍순길 교사는 “학생이 기획하고 주도하는 교내 논술토론대회가 올 상반기에 열렸고, 10월에는 독서대회를 연다”며 “1·2·3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학생추진위원회가 논술주제와 도서목록을 선정함으로써 선생님이 주도하던 행사보다 참여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정화 논술토론반 담당교사도 “3인1조 찬반토론을 통해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훈련부터 시킨다”며 “지구별 대회를 거쳐 서울시대회에 참가할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자양고에는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동아리들도 많다. 올 2학기에 신설된 국제이슈토론 등 8개는 학생들의 요구로 만들어지다시피 한 것들이다.
김광훈 교사는 “학생들이 뜻을 같이 하는 친구들로 동아리를 조직한 후 지도교사를 초빙하는 형식은 올해부터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라며 “입학사정관제 등 입시를 의식하고 주도적 학습을 하려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자양고는 학생들의 독자적인 판단과 자치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학교장·학생회 대화를 포함, 학교운영위원회에도 학생대표를 참여시키고 있다. 김세진 교장은 “화장실에 담배연기 감지 경보기를 설치하자는 등 참신한 제안이 많이 나왔다”며 “도서관과 화장실 환경개선, 일과후 및 주말 운동장 개방시 이용주민 통제 등 학생들의 목소리를 학교운영에 최대한 반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조나영(여·17) 학생회 부회장은 학교운영위에 대해 “선생님과 부모님들이 의사봉을 쳐가며 열정을 다해 진지하게 의논하는 줄은 몰랐다. 신기했다”고 참관소감을 밝혔다.
노성열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