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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시험치듯 교재 달달 외웠더니… 변형된 문제에 당황해 손도 못대
choib
2011. 10. 13. 08:11
학교 시험치듯 교재 달달 외웠더니… 변형된 문제에 당황해 손도 못대
지난해 '수능 대박'을 기대하며 EBS 만 열심히 풀었던 수험생들은 일종의 배신(?)을 당했다. EBS 교재와 수능 연계율이 70%라는 말을 철썩 같이 믿었지만, 수능시험장에서는 연계율을 체감하지 못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지난해 EBS 교재를 열심히 풀고서도 수능을 망친 학생들은 "70%가 연계돼도 EBS 교재를 열심히, 많이 풀기만 해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는 지문·자료·도표 나와도 문제 유형 달라
대학을 휴학한 반수생 김수원(가명·20)씨는 "지난해 수능시험장을 나서면서 '망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했다. EBS 교재와 연계돼 한결 쉬울 거라 예상했던 수능시험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EBS 교재에서 본 지문이 나오긴 했지만, 문제 유형이 바뀌었을 뿐더러 EBS 교재에 나온 지문일수록 더 꼬아서 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특히, 언어영역은 EBS에서 본 지문이 많이 나왔지만(문학 8 작품 중 5개, 비문학은 6개 지문 중 5개), 평소 취약했던 비문학에서 고난도 문제가 많이 나와 어려움을 겪었다. 김씨는 "나중에 신문을 통해 EBS와 연계된 문제를 확인했지만, 수리영역에서 손도 대지 못하고 틀린 문제가 있을 정도로 연계율을 느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재수생인 이희정(가명·20)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EBS만 열심히 풀면 나 같은 중위권 학생도 짧은 기간에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수능 출제 범위인 EBS 교재를 빠짐없이 풀고 인터넷 강의도 열심히 들었지만, 성적은 더 떨어졌다"고 했다.
"EBS 교재에 실린 작품이라도 다른 부분이 지문으로 나왔고, 몇 번이고 지문을 다시 읽어야 풀 수 있는 문제도 있었어요. 예를 들어 '역법과 그레고리력'을 다룬 문제도 EBS에서 본 지문이었지만, 풀기 어려웠죠. 낯익어서 쉽게 풀릴 줄 알았던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으니 더 당황했어요."
재수생인 한수민(가명·20)씨도 취약점이던 외국어영역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수능에 출제된다는 11권의 EBS 교재를 열심히 풀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EBS 교재의 지문과 보기 등을 활용해 연계율을 높였다고 하지만, 지문이나 문제 유형을 변경한 경우가 많아 연계율이 낮게 느껴졌다. 또, 2~3개 중 무엇이 정답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문제 풀이·암기 위주로 공부하지 마라
이들이 EBS 교재를 집중적으로 풀고서도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수능시험이 어려웠던 탓도 있지만, 이들의 공부법에도 문제가 있었다. EBS와 수능시험이 어떻게 연계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암기식으로 공부했기 때문이다.
'EBS와 똑같이 출제될 것'이라는 이들의 생각과 달리 지난해 수능시험은 EBS 교재에서 지문과 도표·자료 등만 차용했을 뿐, 기본 개념과 원리를 모르면 풀 수 없는 문제가 출제됐다. 문항을 변형하거나 재구성해 더 어렵게 만든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EBS 교재를 심도 있게 공부한 상위권 학생과 그렇지 않은 중하위권 학생들의 체감 연계율이 달랐다.
김수원씨는 "지난해 수능 시험이 끝나고 같은 반 친구 중 한 명은 'EBS에서 많이 나와 수월했다'고 말했다. 원래도 최상위권인 그 친구와 성적 차이가 났지만, EBS를 공부한 방법이 전혀 달랐다"고 전했다.
"저는 EBS 교재 공부를 늦게 시작했어요. 수십 권의 연계 교재를 다 푸는 데 급급했죠. 틀린 문제는 곧장 해설지를 보면서 풀이법을 외웠어요. 이해가 잘 안 돼도 '이 문제는 이런 공식을 쓰는구나' 정도만 알고 넘겼죠. 최상위권인 친구는 세 번 이상 풀어도 풀리지 않을 때만 답지를 보고, 자신의 풀이법이 어디서, 왜 잘못됐는지 확인했다고 하더군요."
한수민씨 역시 "학교 시험을 준비하듯, EBS 교재를 달달 외우려고만 했던 것이 문제"라고 전했다. 문제 유형 분석이나 제시문 독해 방법을 익히기보다, 제시문과 답을 연결해 외우는 식으로 공부했기 때문이다. 제시문 내용을 이미 알고 있다는 생각에 단어를 외울 생각도 하지 않았다. EBS 교재와 수능시험이 어떻게 연계됐는지 살핀 뒤에야 자신의 공부법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점을 깨달았다.
"지금은 지문 독해와 분석을 중심으로 공부해요. 예를 들어, 어법 문제 지문이라도 전체 글의 요지가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써보고, 핵심 단어가 무엇인지도 찾아요. 모르는 단어나 중요한 표현도 모두 외우죠. 전체 지문의 구성이 어떻게 짜였는지, 문장은 어떻게 구성됐는지도 분석해요. 이렇게 공부해야 문제 유형이 바뀌어도 당황하지 않고 풀 수 있어요."
이희정씨도 재수하면서 공부법을 완전히 바꿨다. EBS를 중심으로 하는 공부하는 것은 똑같지만, 옆에 반드시 교과서를 둔다. "작년에는 개념을 익히거나 문제 유형 분석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인터넷 강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으면서 내가 EBS를 완벽하게 공부했다고 착각했다"고 전했다.
"재수를 결심하고 지난 겨울부터 교과서와 개념서로 기본기를 다졌어요. EBS 교재를 풀면서도 틀린 문제는 물론 맞힌 문제까지 '교과서 어떤 단원에서 무슨 개념을 활용한 문제인지' 꼼꼼히 분석하죠. 잘 이해가 되지 않으면 바로 교과서와 개념서를 펴서 확인해요. EBS 교재와 연계된다고 해도 문제가 완전히 똑같이 나오지 않으니까, 수능 기출문제를 분석하듯 문제 유형과 기본 개념을 완전히 정복하고 응용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syoh@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