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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봉·최병규·유병삼·박수문 ‘세계 250대 학자’

choib 2011. 9. 27. 08:11

김수봉·최병규·유병삼·박수문 ‘세계 250대 학자’



2011 대학평가 - 종합평가 <중> 교수연구·국제화
최다 피인용 논문 저자 'HCR 250'에

[중앙일보 강홍준.최선욱.김성탁.박수련.김민상] 김수봉(51)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안식년인 올해 대부분의 시간을 전남 영광원자력발전소에서 보내고 있다. 김 교수는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 외진 곳의 '중성미자(中性微子) 검출시설'에서 실험에 매달리고 있다. 특정 종류의 중성미자가 다른 중성미자로 바뀌는 비율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중성미자는 최근 빛보다 빠르다는 실험 결과가 나와 세계 과학계에 충격을 던져준 물질이다.

 “중성미자 검출 실험은 많은 논문을 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단 한 편이라도 중요한 논문을 쓰기 위해 이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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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미국 과학정보연구소(ISI)가 선정한 세계 250대 물리학자다. ISI는 21개 학문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 저자 250명(HCR·Highly Cited Researcher)을 매년 선정한다. HCR에 포함된 한국인은 김 교수 외에 최병규(62·KAIST 산업시스템)·유병삼(59·연세대 경제)·박수문(67·울산과기대 에너지공학) 교수 등 4명이다. 이 중 최 교수를 뺀 노벨상 수여 분야 연구자 3명은 각 부문 노벨상 수상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많은 논문보다는 영향력 있는 논문을 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박경순 광운대 연구교수(오른쪽) 등 연구원들이 26일 서울 월계동 광운대 '플라즈마바이오과학연구센터'에서 '플라즈마의 미생물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세계적인 논문을 쓴 비결은 뭘까. 비결은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영역을 집중 연구하는 것”이었다. 최 교수는 “'논문을 어떻게 많이 쓸까' 하는 고민보다 '어떤 연구를 새로 해야 쓸모 있을까'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0년대 말 현대중공업과 함께 지름 10m짜리 선박 스크루를 만드는 자동시스템 개발에 도전해 성공했다. 그 결과로 논문을 써 영국 유명 저널에 실었다. 이 논문이 최 교수를 세계적 과학자로 만든 힘이 되고 있다.

 유병삼 교수는 87년 경제지표 분석에서 공적분(共積分·Cointegration) 개념을 새로 적용해 경제 예측 방법을 향상시킨 논문을 발표했다. 공적분은 여러 경제 지표들의 변화를 전체적인 흐름에서 파악해 일정한 규칙을 찾아내는 분석 모형이다. 유 교수는 “일상생활이 학문이 될 정도로 즐겁게 지식을 나누는 자세에서 새로운 연구가 나온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20여 년 전 우리나라에 온 외국 교수에 대한 경험을 예로 들었다. 그는 “관광을 하면서도 경제학 이야기를 즐겁게 나눴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학자들의 교류로 연구의 시너지 효과가 나오고 질 좋은 논문을 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수문 교수는 70년대 말 전도성 고분자와 2000년대 초 생화학 센서 분야를 개척해 HCR에 선정됐다. 그는 “당시 누구나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뛰어들지 않은 영역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 학자와 제자들에게 “쓰지 않던 재료로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학자들이 늘어야 과학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4명의 교수들은 연구의 양적 팽창을 경계했다. 한국이 논문 많이 쓰는 나라로 세계 11위가 됐으나 논문 질에서는 30위권에 그친다는 것이다. 김수봉 교수는 “과학자들이 연구비를 얻어내기 위해 완성도가 낮은 논문을 쓰기도 한다”며 걱정했다. 외국 정부는 연구 목적을 먼저 판단해 연구비를 지급하지만 한국은 성과 우선주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초과학 연구는 실패 확률이 높은데 연구 성과를 기다려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도 “요즘엔 바이오와 나노과학에만 연구비가 집중된다”며 “전통적인 공학에 대한 지원이 소홀해졌다”고 말했다.

대학평가팀=강홍준 차장(팀장), 최선욱·강신후 기자

교육팀=김성탁·박수련·윤석만·김민상 기자













‘이공계 강자’ 한양대, 논문 피인용 7위 → 4위
[중앙일보] 2011년 09월 27일(화) 오전 00:53   가| 이메일| 프린트
교수연구 성과 뛰어난 대학들
[중앙일보 강홍준.최선욱.김성탁.박수련.김민상] 현택환(47) 서울대 화학과 교수는 지난 주말 연구실에서 화학 학회지에 나온 최신 논문들을 읽었다. 강의와 실험이 없는 휴일을 이용해 세계 화학계의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현 교수는 “무(無)에서 뭘 낳을 수는 없다”며 “끊임없이 공부하고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미국화학회지(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의 에디터(부편집장)로 활동 중이다. 이 학술지는 화학분야 세계 톱 저널로 평가 받는다. 에디터는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이 보내오는 논문의 채택 여부를 결정할 만큼 해당 분야 영향력이 크다.

국내 대학들의 연구 수준이 향상되면서 현 교수처럼 국제 학술지에 편집장이나 편집위원으로 진출하는 교수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100개 국제학술지에서 9명이 활동 중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연구자들이 많이 읽고 참고하는 질 높은 학술지에 국내 학자들의 논문이 더 많이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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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도 이런 흐름이 반영됐다. 논문의 양보다 질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인문사회와 자연과학분야 국제 학술지에서 논문의 질이 평가의 주된 잣대로 활용되면서 이런 추세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서울대가 지난해 이 부문 5위에서 3위로 뛰어 올랐다. 서울대 의학과 교수들은 지난해 단순 편수로는 518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이 논문은 대체로 의학 계열 상위권에 속하는 학술지에 수록된 것이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통적으로 이공계열이 강한 한양대 역시 논문의 질을 반영하는 피인용 수를 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 7위에서 4위로 향상됐다. 피인용 수는 후속 연구자에 의해 얼마나 많이 인용되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한양대 생명나노공학과 교수들이 쓴 2009년 국제 학술지 논문 22편이 평균 4.7회 피인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한 편당 피인용 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인문사회 분야 교수들이 쓰는 국내 학술지 논문 수에서는 경북대(17위→7위), 국제 학술지 논문 수에서는 전남대(39위→11위)가 지난해보다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부산대도 인문사회체육 부문 교수당 논문 수가 1.2편으로 7위였다. 특히 전남대는 인문사회 분야 교수들의 연구 실적이 전년도에 비해 향상하면서 종합순위도 24위에서 20위로 뛰어올랐다.

인하대 이공계열 교수들은 연구 결과를 특허로 전환하거나 기업에 넘겨 활용토록 하는 등 실용 측면에서 강점을 보였다. 인하대는 등록과학기술 분야 교수 한 명당 지식재산권(특허·실용신안·디자인 등) 등록 건수 5위, 기술이전료 수입 7위에 올랐다.

전국 대학의 연구 환경을 비교했을 때 대학이 교수와 대학원생들에게 상대적으로 연구비를 더 많이 주고 있는 곳은 광운대(4위), 한국기술교육대(6위), 숙명여대(8위)로 조사됐다. 지난해 19위에서 올해 13위로 순위가 껑충 뛴 세종대 역시 교수에게 지원하는 연구비 액수가 1년 사이 3배(공대 기준, 2억4000여만원에서 9억4000여만원)가 됐다. 기업이나 정부 등 외부 연구비 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은 대학 중에는 연세대 원주캠퍼스(9위), 중앙대 안성캠퍼스(10위) 등 분교들의 성과가 주목을 끌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원주 지역 의료기기 제조업체들과 산학협력을 활발히 하고 있다.

대학평가팀=강홍준 차장(팀장), 최선욱·강신후 기자
교육팀=김성탁·박수련·윤석만·김민상 기자

◆HCR(Highly Cited Researcher)= 미국의 논문 데이터 관리 기관인 과학정보연구소(ISI)가 선정한 학문별 ‘최다 인용 논문 저자 250인’. 생명과학·의학·물리·화학·생물·경제 등 21개 분야에서 매년 뽑는다. 한국인 HCR은 2009년 KAIST 최병규 교수가 선정되면서 4명이 됐다. 국적으로는 미국이 4099명(2009년 말 기준)으로 가장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