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체험학습
옛 지도 보고, 전문가에 물어도 독도는 우리 땅 틀림없던 걸요
choib
2011. 8. 24. 08:31
옛 지도 보고, 전문가에 물어도 독도는 우리 땅 틀림없던 걸요
『동북아의 영토 문제-대결에서 화해로』 책 펴낸 고교생들
[중앙일보 박형수] 일본이 다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은 최근 국제수로기구(IHO)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국내에서는 이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토 문제에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고교생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우리부터 역사를 정확히 알아야 영토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을 만났다.
박형수 기자
김경록 기자
지난 광복절에 고교생 6명이 독도와 동북아 역사에 대한 책을 출간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신혜연·김효준양과 윤석호군. [김경록 기자]
교과서에도 자세한 내용 없어 답답
15일 『동북아의 영토 문제-대결에서 화해로』(인디에듀)라는 책이 나왔다. 지은이는 서울 대원외고 3학년 윤석호군과 변시영·신혜연·유소윤양, 경기 용인외고 2학년 강승문군과 김효준양이다. 책 출간은 ‘Lumen for 독도’(독도를 위한 빛)라는 고교 연합 동아리 회장인 윤군이 생각해냈다. 이 동아리는 동북아 역사를 연구하는 모임이다. 윤군은 “독도가 분쟁에 휘말릴 때마다 우리 땅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분명하고 확실한 이유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부모님·선생님 등 주변 어른들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원래부터 우리 땅이야.” “일본이 억지 주장을 하고 있을 뿐이야”라는 두루뭉술한 대답밖에 얻을 수 없었다. 윤군은 “우리나라와 일본 사람은 물론 외국인이 들어도 독도가 우리나라 땅임을 속 시원하게 알게 해줄 근거를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군의 생각에 동아리 회원들도 공감했다. 신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를 배웠다”며 “분쟁이 일어나는 이유를 모른 채 노래만 배우고 있자니 일본은 거짓말을 하는 이상한 나라고, 우리나라는 대응도 못하는 바보 같은 나라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사책 등 교과서에도 독도에 대해 자세히 기술돼 있지 않아 답답함은 더했다.
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동아리방에 모여 역사책을 검토하며 토론을 거듭했다. 독도와 관련된 국내 전문서적은 물론 외국 문헌까지 샅샅이 살피다 보니 궁금증이 몇 가지로 간추려졌다. ‘독도가 우리 땅인 분명한 근거’ ‘일본이 억지 주장을 하는 이유’ ‘우리 정부는 왜 일본처럼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나’ ‘독도 외 영토 분쟁이 벌어지는 곳은’ 등이다. 윤군은 “우리가 공통적으로 궁금해하는 것들을 전문가에게 물어 정확하게 풀어주면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책 출간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독도 관련 전문가를 찾는 게 급선무였다. 윤군은 신문 기사에 독도 관련 칼럼을 게재한 교수와 연구원 명단을 정리했다. 그중 ‘동북아 역사 재단’의 홍성근 박사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취지를 들은 홍 박사는 적극 돕겠다고 나섰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 등 다른 전문가도 소개해줬다. 김양은 “평범한 고교생을 바쁜 전문가들이 만나줄까 싶어 반신반의했다”며 “전문가들이 ‘역사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견한 학생들’이라며 의외로 반갑게 맞아주고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애써 줘 감동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역사 제대로 알면 감정적 대응 사라져
신양은 “책을 펴내고 나니 독도를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며 웃었다. “전에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입장에서만 생각했어요. 지금은 동북아 여러 나라의 역사, 미국과 러시아의 냉전 대결까지 연관된 복잡한 문제라는 걸 알게 됐죠.” 김양은 “세계 고지도에도 명백하게 표기가 돼 있는 등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일본이 독도를 분쟁 지역이라고 언급하는 이유는 세계 여론을 교묘하게 호도하고 우리나라의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윤군은 “독도에 대해 많이 알게 되니 일본의 도발에 대해 오히려 여유 있는 마음이 생겼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열강의 이권 다툼에 의해 영토 분쟁의 여지가 남게 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이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 일본의 도발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 논리를 쌓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친구들이 우리 책을 읽고 독도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하고 앞으로 할 일도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사이버외교사절단으로 알려진 반크(VANK) 소속 학생들도 역사를 세계에 바로 알리는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 경기 안산동산고에서 반크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2학년 이수연양은 지난달 세계 최대 규모의 출판사 중 하나인 피어슨사로부터 “향후 자사에서 출판한 책에는 ‘Sea of Japan(일본해)’ 대신 ‘East Sea(동해)’라는 표현을 사용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이양이 올 4월부터 피어슨출판사에 ‘동해’라는 표기가 더 올바른 이유에 대해 수차례 e-메일을 보낸 덕분이다. 이양은 “처음에는 출판 담당자가 ‘민감한 사안’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며 “제가 ‘동해’로 표기된 세계의 고지도를 비롯해 역사적인 자료들을 몇 차례 보내주자 내부에서 검토를 해보겠다며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지적을 해줘서 고맙다. 이후부터는 ‘동해’로 바뀌어 나갈 것”이라는 e-메일도 받았다.
이양은 “여고생인 제가 세계적인 출판사를 상대로 이런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놀라웠다”고 말했다. 역사학자를 꿈꾸는 이양은 “역사가 현재의 정치·경제·교육·외교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학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며 “훌륭한 역사학자가 돼 우리나라가 이런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중앙일보 박형수] 일본이 다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은 최근 국제수로기구(IHO)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국내에서는 이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토 문제에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고교생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우리부터 역사를 정확히 알아야 영토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을 만났다.
박형수 기자
김경록 기자
지난 광복절에 고교생 6명이 독도와 동북아 역사에 대한 책을 출간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신혜연·김효준양과 윤석호군. [김경록 기자]
교과서에도 자세한 내용 없어 답답
15일 『동북아의 영토 문제-대결에서 화해로』(인디에듀)라는 책이 나왔다. 지은이는 서울 대원외고 3학년 윤석호군과 변시영·신혜연·유소윤양, 경기 용인외고 2학년 강승문군과 김효준양이다. 책 출간은 ‘Lumen for 독도’(독도를 위한 빛)라는 고교 연합 동아리 회장인 윤군이 생각해냈다. 이 동아리는 동북아 역사를 연구하는 모임이다. 윤군은 “독도가 분쟁에 휘말릴 때마다 우리 땅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분명하고 확실한 이유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부모님·선생님 등 주변 어른들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원래부터 우리 땅이야.” “일본이 억지 주장을 하고 있을 뿐이야”라는 두루뭉술한 대답밖에 얻을 수 없었다. 윤군은 “우리나라와 일본 사람은 물론 외국인이 들어도 독도가 우리나라 땅임을 속 시원하게 알게 해줄 근거를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군의 생각에 동아리 회원들도 공감했다. 신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를 배웠다”며 “분쟁이 일어나는 이유를 모른 채 노래만 배우고 있자니 일본은 거짓말을 하는 이상한 나라고, 우리나라는 대응도 못하는 바보 같은 나라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사책 등 교과서에도 독도에 대해 자세히 기술돼 있지 않아 답답함은 더했다.
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동아리방에 모여 역사책을 검토하며 토론을 거듭했다. 독도와 관련된 국내 전문서적은 물론 외국 문헌까지 샅샅이 살피다 보니 궁금증이 몇 가지로 간추려졌다. ‘독도가 우리 땅인 분명한 근거’ ‘일본이 억지 주장을 하는 이유’ ‘우리 정부는 왜 일본처럼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나’ ‘독도 외 영토 분쟁이 벌어지는 곳은’ 등이다. 윤군은 “우리가 공통적으로 궁금해하는 것들을 전문가에게 물어 정확하게 풀어주면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책 출간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독도 관련 전문가를 찾는 게 급선무였다. 윤군은 신문 기사에 독도 관련 칼럼을 게재한 교수와 연구원 명단을 정리했다. 그중 ‘동북아 역사 재단’의 홍성근 박사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취지를 들은 홍 박사는 적극 돕겠다고 나섰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 등 다른 전문가도 소개해줬다. 김양은 “평범한 고교생을 바쁜 전문가들이 만나줄까 싶어 반신반의했다”며 “전문가들이 ‘역사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견한 학생들’이라며 의외로 반갑게 맞아주고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애써 줘 감동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역사 제대로 알면 감정적 대응 사라져
신양은 “책을 펴내고 나니 독도를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며 웃었다. “전에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입장에서만 생각했어요. 지금은 동북아 여러 나라의 역사, 미국과 러시아의 냉전 대결까지 연관된 복잡한 문제라는 걸 알게 됐죠.” 김양은 “세계 고지도에도 명백하게 표기가 돼 있는 등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일본이 독도를 분쟁 지역이라고 언급하는 이유는 세계 여론을 교묘하게 호도하고 우리나라의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윤군은 “독도에 대해 많이 알게 되니 일본의 도발에 대해 오히려 여유 있는 마음이 생겼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열강의 이권 다툼에 의해 영토 분쟁의 여지가 남게 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이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 일본의 도발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 논리를 쌓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친구들이 우리 책을 읽고 독도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하고 앞으로 할 일도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사이버외교사절단으로 알려진 반크(VANK) 소속 학생들도 역사를 세계에 바로 알리는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 경기 안산동산고에서 반크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2학년 이수연양은 지난달 세계 최대 규모의 출판사 중 하나인 피어슨사로부터 “향후 자사에서 출판한 책에는 ‘Sea of Japan(일본해)’ 대신 ‘East Sea(동해)’라는 표현을 사용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이양이 올 4월부터 피어슨출판사에 ‘동해’라는 표기가 더 올바른 이유에 대해 수차례 e-메일을 보낸 덕분이다. 이양은 “처음에는 출판 담당자가 ‘민감한 사안’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며 “제가 ‘동해’로 표기된 세계의 고지도를 비롯해 역사적인 자료들을 몇 차례 보내주자 내부에서 검토를 해보겠다며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지적을 해줘서 고맙다. 이후부터는 ‘동해’로 바뀌어 나갈 것”이라는 e-메일도 받았다.
이양은 “여고생인 제가 세계적인 출판사를 상대로 이런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놀라웠다”고 말했다. 역사학자를 꿈꾸는 이양은 “역사가 현재의 정치·경제·교육·외교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학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며 “훌륭한 역사학자가 돼 우리나라가 이런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