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세계 각국 혁신교육 톺아보는 한마당

choib 2011. 5. 30. 21:49
세계 각국 혁신교육 톺아보는 한마당
[한겨레] 김청연 기자
등록 : 20110530 13:50 | 수정 : 20110530 14:01

 

[함께하는 교육] 경기도교육청 주최 국제혁신교육 심포지엄

 

» 스웨덴 학교의 학생이 철사를 이용해 구조물을 만들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세션별 발제 내용 살펴보기

6월2일(목)일부터 3일(금)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릴 예정인 ‘국제혁신교육 심포지엄’에는 모두 여덟 명의 해외 인사가 참석한다. 이들은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흔히 ‘교육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나라의 교육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자신들 나라의 학교혁신 동향을 소개하고, 이 학교혁신의 주요 열쇳말인 ‘창의지성’, ‘비판적 사고력’ 등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사례 발표를 할 예정이다. 해외 인사들과 우리나라 인사들의 발표 내용을 미리 정리해봤다.

기조연설 1, 2
‘김상곤표’ 혁신교육 소개 예정
워싱턴주 ‘창의교육’ 핵심 뭘까

심포지엄 첫날인 6월2일(목)에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첫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올 예정이다. 김 교육감은 ‘경기 혁신교육의 성과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도전’을 주제로 혁신학교, 학생인권교육, 보편적 무상급식 등 경기교육의 중점정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김 교육감의 연설에 이어 미국 워싱턴주의 랜돌프 던 교육감이 ‘미국 워싱턴주의 창의교육 혁신사례’를 주제로 두번째 기조연설을 한다. 혁신학교가 지향하는 ‘창의교육’이 던 교육감의 핵심정책으로 워싱턴주 전체에서 시행되고 있는 만큼 현장에서 창의교육이 어떤 식으로 구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던 교육감은 기조연설과 함께 국제 혁신교육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의견도 발표할 예정이다.

» 이러닝 혁신학교로 알려진 덴마크 그란토프테스코렌 초·중학교 수업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세션Ⅰ
스웨덴 ‘기업가정신’ 길러줘야
핀란드 “교육 장기전략 필요해”
경기도 “우수 교육과정 나눠야”

2일(목) 첫번째 세션에서는 ‘21세기 혁신교육의 철학’을 주제로 세 명의 발표자가 나온다. 첫번째 발표자인 잉그리드 린드스코그 스웨덴교육부 초중등교육과장은 ‘스웨덴 의무교육의 혁신과 창의성’을 주제로 스웨덴의 교육체제, 강점과 문제점 그리고 교육과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 스웨덴 교육의 최종 목표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린드스코그 과장은 “스웨덴 학생들은 독립적이고, 자신감 있으며, 창의적이고, 협동할 줄 안다는 강점을 갖추고 있으며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데 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선진국이라 불리는 스웨덴 교육의 한계점도 있다. 언어, 수학, 과학 등의 성적은 낮고, 학교 간 격차는 심하다. 교육에 많은 비용이 나가고 있고, 남학생들의 경우는 배우는 것 자체를 의미 있게 생각하지 않는다. 린드스코그 과장은 이렇게 스웨덴 교육의 장단점을 짚어보면서 “취학 전에 교육기관의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호기심과 진취적 정신, 흥미 등을 기르고 자극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린드스코그 과장은 “학교는 학생들이 진취성과 책임감을 가질 기회와 독립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능력을 계발하도록 혁신과 기업가정신 등을 계발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발제자로는 레이요 라우카넨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국제관계국장이 나와 ‘변화하는 핀란드의 기초교육’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라우카넨 국장은 ‘초등학교 사범교육을 석사학위 수준으로까지 올린 것’, ‘능력별 편성을 중단한 것’, ‘학습부진아를 위해 지원한 것’ 등 교육에서 동등한 기회와 공평성을 실현한 사례를 소개할 계획이다. 라우카넨 국장은 “핀란드 기초교육인 의무교육의 구체적인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서 교육의 성공을 위해서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세번째 발제는 이성대 경기도교육청 기획예산담당관이 맡았다. 이 담당관은 ‘배움 중심 교육을 지향하는 경기도 혁신교육’을 주제로 창의성, 공공성, 민주성, 국제화, 역동성이라는 기본 정신으로 시작한 경기도 혁신교육의 기본 철학을 소개하고, 혁신교육의 모델인 혁신학교가 지난 2년 동안 어떤 성과와 과제를 남겼는지를 점검할 예정이다. 이 담당관은 “경기도교육청의 혁신학교 사례는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교육계뿐 아니라 학부모, 지역사회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성과를 거뒀다”며 “혁신학교의 성과를 혁신교육의 성공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혁신학교의 우수한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혁신학교들 사이에 공유하고 주변 학교로 확산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스웨덴의 한 초등학교 학생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세션Ⅱ
일본 ‘배움의 공동체’ 시도 살펴
영국 ‘교육혁신의 방향성’ 점검
덴마크 신뢰 중심 교육문화 강조

심포지엄 이튿날인 3일(금)에 시작하는 두번째 세션의 주제는 ‘학교교육 혁신 방안’이다. 이 세션에서는 일본, 영국, 덴마크의 교육전문가들이 나와 나라별 학교 혁신 방안의 방향성과 사례를 소개한다. 첫번째 발표는 사토 마나부 일본 도쿄대 교수가 ‘‘배움의 공동체’ 학교 실현을 위한 이론과 실제’를 주제로 맡는다. ‘배움의 공동체’는 올해 6월까지 일본 전체 공립학교의 10%에 이르는 약 1500개의 초등학교와 2000개의 중학교에서 시도하고 있는 학교 개혁이다. 사토 교수는 1992년 일본 학교 동아리에서 처음 연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온 배움의 공동체의 역사와 학교 개혁이 폭발적으로 퍼져나가게 된 과정과 결과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사토 교수는 “배움의 공동체에서는 전형적인 일본 학교의 특성인 소음, 시끄러운 목소리, 과도한 긴장과 초조함, 억누르는 분위기가 없었고, 시범학교를 방문했던 사람들은 ‘학생들이 서로 겸손하게 배우는 모습과 교사들의 교육에 대한 생각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한다”며 “시범학교를 통해 ‘기적적인’ 학력 신장만이 학교 개혁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두번째 발표에서는 크리스토퍼 윌리엄스 영국 버밍엄대 교수가 나와 ‘영국의 학교혁신 방향과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세션Ⅱ의 마지막 발표자는 페테르 울홀름 덴마크 유시시(UCC)대학 국제교류협력국장이다. 울홀름 국장은 ‘덴마크 교육시스템의 전통과 혁신’을 주제로 발표한다. 덴마크는 혁신교육을 연구하는 관련자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울홀름 국장은 “많은 한국사람들이 덴마크의 학생들이 행복해하는 비밀을 알고 싶어하는데 그 중심에는 교육주체들 사이의 상호 신뢰와 상호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울홀름 국장의 발표를 통해서는 평등과 반권위주의, 상호 신뢰와 확신 등을 기초로 한 40년 이상 된 덴마크 학교 문화에 대한 이야기부터 그 속에서도 전문적인 권위를 갖고 교수학습 방법에서 자율성을 실현하는 교사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울홀름 국장은 “덴마크의 교실 내 문제해결 과정에서는 창의성과 팀워크가 가치 있는 방법론으로 여겨진다”며 “혁신은 학습될 수 있지만 혁신교육을 할 때는 학생들한테 실제 생활에서의 문제해결을 실행해보는 중요한 요소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심포지엄 기조연설자와 발표자(발표순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세션Ⅲ
프랑스 ‘프레네교육’ 개념 알려
스웨덴 ‘교육평등 모델’ 제시해
한국 ‘창의지성교육’ 주제 발표

심포지엄 세번째 세션에서는 ‘창의지성 함양 방안 탐색’을 주제로 세 명의 발제자가 나선다. 첫번째 발제자인 니콜라 고 프랑스 렌2대학 교수는 ‘혁신교육 철학과 성공적인 실천’을 주제로 프레네 교육철학의 중요성과 프레네 교육의 성공사례를 발표한다. ‘프레네 교육’은 학생들의 ‘협력’을 기반으로 배움에 대한 창의적이고 사회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이 때문에 프레네 교육에서는 강의식 수업을 찾기 힘들다. 고 교수는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자유텍스트를 만들고, 교사와 또래들의 도움으로 그것을 다듬으면서 자신의 지식을 확장한다. 그리고 발표를 통해 자신의 지식을 다른 학생들과 나누게 된다”고 프레네 교육의 한 사례를 설명했다.

두번째 발제자인 얀 쉬드호프 스웨덴교육부 고등교육과장은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스웨덴 교육의 특징’을 주제로 스웨덴 고등학교의 창의적 지능교육에 대해 발표한다. 스웨덴 학교교육 시스템은 우선 모든 학생들에게 동등한 교육의 접근을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쉬드호프 과장은 “스웨덴 학교교육 시스템의 여러 강점에도 불구하고 학교들 사이에 심각한 교육 격차가 나타났고, 중간에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도 많았다”고 했다. 스웨덴에서는 이런 학교교육의 개혁을 위해 다양한 프램그램이 도입됐다. 쉬드호프 과장은 “모든 프로그램에서 역동적이고 사회적인 기업가정신을 활용했다”며 “그 결과 자신감 있고 창의적인 학생이 크게 늘고 학교 사이의 교육 격차도 줄어들고, 평등해졌다”고 했다.

세번째 발표는 송주명 한신대 교수가 맡았다. 송 교수는 ‘경기 혁신교육의 새 방향: 창의지성교육’을 주제로 발표한다. 송 교수는 혁신교육의 핵심요소인 ‘창의지성교육’ 개념을 설명하면서 창의지성교육의 다양한 교육과정과 외국의 사례도 살펴볼 계획이다. 송 교수는 “앞으로는 ‘창의적 인재 양성’에 초점을 두고 새로운 교육방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비판적, 성찰적 사고활동을 중요시하는 ‘창의지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션Ⅳ
세계 혁신교육 글로벌네트워크 계기

심포지엄의 마지막 세션에서는 해외 인사 전체가 모여 ‘국제혁신교육 네트워크 구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발표와 토론을 맡은 이성대 경기도교육청 기획예산담당관은 “이제는 정답을 찾는 것보다 문제를 찾는 게 더 중요한 시대”라며 “학교혁신의 세계적인 흐름을 정리하고,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창의지성교육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리 김청연 이란 기자 carax3@hanedui.com

» 국제혁신교육 심포지엄 일정

경기도교육청 주최 국제혁신교육 심포지엄

» 조현초 학생들이 축제를 준비하면서 무대를 직접 꾸미는 모습. 조현초 제공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 현장의 모습과 성과

주입식 아닌 교사와 학생한테 여유 주는 시스템
한 반에 25명 교육과정 자율로 창의적 수업 연구

“모내기하고 왔어요. 모내기는 일 년에 한 번씩 하는데 벼가 다 자라면 추수해서 떡도 만들어요.”

지난 5월23일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 6학년 윤샘군은 방과후 모내기 체험을 하고 집에 돌아와 이렇게 말했다. “학교 주변에 숲도 많고, 물도 맑으니까 생태학습을 자주 해요.”

윤군은 서울에 있는 학교에 다니다 4학년 때 혁신학교인 조현초로 전학을 왔다. 어머니는 윤군과 윤군의 남동생 형제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찌든 생활을 하는 게 안타까웠다. “한창 학교생활이 즐거워서 밝게 웃고 다녀야 할 때인데 둘째아이의 경우는 유독 학교 가는 게 힘들어 보이더라구요.” 그즈음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혁신학교인 조현초에 대한 얘기를 접했고, 두 아들을 이곳으로 전학시켰다. 이사를 한 뒤로 남편의 출퇴근 시간이 배로 늘어났지만 부모는 지금의 학교가 만족스럽다. “아이들이 많이 밝아졌어요. 틀에 박히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수업 방식도 조금 다르고, 여러 가지 체험도 많이 하죠.” 이날 저녁, 윤군의 어머니는 학부모회의에 참석했다. 윤군은 학교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전체 학부모 소집회의입니다. 급한 안건이 있거든요. 교장선생님이 6월까지만 계시는데 그 뒤로 어떻게 할 건지를 결정해야 해요.”

혁신학교에서 2년을 보내면서 윤군은 뭘 느꼈을까? 가장 큰 변화는 수업에 흥미가 생겼다는 것이다. 윤군은 “전 학교랑 다르게 수업시간부터 길다”고 했다.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20분 공부하고, 10분 쉬었거든요. 쉴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근데 여기서는 40분 공부하고, 20분 쉬니까 확실하게 놀 수 있죠.(웃음) 집중이 잘 되냐구요? 선생님이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을 하세요. 전에는 교과서만 갖고 공부를 했는데 지금은 ‘디딤돌’이라고 선생님이 만든 책으로 공부하죠. 디딤돌에서 단어를 찾고, 국어사전에서 그 단어를 다시 찾아보고, 의미를 다 알게 되면 내 생활과 연관지어서 이야기를 만들어요. 발표시간도 있는데 시간 여유가 있으니까 반 아이들 모두가 발표할 수 있어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혁신학교 덕양중학교에는 수업모델을 연구하는 교사들의 연구공동체가 꾸려졌다. 이 학교는 2009년 혁신학교 지정 전인 2008년도부터 혁신학교 모델을 현장에서 구현하려고 노력해왔다. 2008년을 거쳐 2009년 혁신학교로 지정이 되고 올해까지 오면서 교사들은 교육과정의 내용인 수업의 질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 덕양중 김영식 국어교사는 “3년 동안 약 150시간의 연수를 하면서 수업을 어떤 식으로 개선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논의했다”며 “올해는 정기적으로 공개수업연구회도 열고 있다”고 했다.

» 덕양중 학생과 교사들이 공개수업을 하는 모습. 덕양중 제공

교사들의 노력은 창의적인 수업으로 구현됐다. 수업은 ‘학습자 배움 중심’으로 꾸려간다. 덕양중 3년 신효진양은 학교수업이 재미있는 이유로 ‘ㄷ자형’ 책상 배치와 모둠수업을 손꼽는다. “굉장히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데 ㄷ자형으로 책상을 배치하니까 수업시간에 집중할 수 있어요. 애초에 선생님께서 이렇게 배치한 의미를 잘 설명해주셨어요. 아이들끼리 떠들 거라고 생각도 하실 텐데 토론식 수업을 많이 진행하다 보니까 공부 위주의 토론을 많이 해요. 모둠활동도 진짜 많이 하는데 그것도 좋습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말을 친구들이랑 많이 하게 돼요.” 신양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학급 규모가 작아지고, 선생님들께서 수업이나 학생들 생활지도 등에 신경도 많이 써주시면서 변화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교사는 학생을, 학생은 교사를 이해하는 마음도 싹텄다. 학생들은 지난 3월2일 학교 쪽과 ‘생활협약 조인식’을 했다. 신양은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규칙이 내려오는 게 아니라 학생이랑 학부모 등이 참여해 생활협약이라는 이름으로 규칙을 만들었다”고 했다. 여학생의 경우는 화장을 할 수 있는 대신 치마 길이를 짧게 해선 안 되고, 남학생들은 염색을 하는 대신 적당히 붙는 바지를 입기로 했다. 신양은 “꼭 그런 건 아니지만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더불어 사는 삶’을 목표로 추구하는 학교가 됐는데 그런 목표가 생기니 선생님들도 우리한테 신경을 정말 잘 써주시고, 아이들 한명 한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중요한 건 학생과 교사 사이의 협조와 배려인 것 같아요. 서로 협조하고 이해하는 게 없으면 공동체 생활이 잘 이어지기 어렵죠. 근데 더 중요한 건 학생에 대한 선생님의 무한한 애정이라고 봐요. 아무리 문제아라고 낙인찍힌 학생이라도 지속적으로 애정을 쏟아주면 달라지잖아요. 그런 점에서 규모도 작고 선생님들께서 신경써주실 만한 여유가 있다는 게 좋죠.”

조현초와 덕양중의 이야기가 모든 혁신학교를 다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혁신학교는 학교 상황이나 지역, 교육 주체의 요구에 따라 다른 모양새를 보여줄 수 있다. 다만 공통적인 철학은 있다. 혁신학교는 규모가 크지 않다. 한 학급당 학생 인원은 25명 내외다. 가장 큰 철학은 이 속에서 교사가 교육 혁신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 쪽은 가르치는 일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행정업무로 바쁜 교사들을 위해 행정업무 담당 인력을 배치했다. 그 과정에서 조현초와 덕양중에서처럼 창의적이고 학생들이 곱씹을 만한 수업 방식이 나온다. 이 속에서 교사와 학생은 만족감, 자존감을 느낀다. 학교에는 민주적인 분위기가 자리를 잡으면서 학생은 학교 구성원으로서 자기 권리와 책임도 알아간다. 부모는 보조교사처럼 교육활동에 참여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혁신학교의 철학인 창의성, 민주성 등이 실현된다. 지역성 역시 혁신학교의 철학 가운데 하나다. 조현초가 생태체험을 많이 하는 것처럼 각 학교가 의미 있는 도시 또는 농촌 등 지역성을 이해하고 교육의 요소로 활용해 경쟁력을 기르자는 의미다. 또 불리한 여건의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해 우선 지원하고 교육양극화 해소에도 힘쓴다. 혁신학교의 기본 바탕 중 하나인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혁신학교 2년 동안 혁신학교에 대한 오해도 있다. 김 교사는 “일반학교에서는 ‘우리도 그 돈 받으면 그 정도 할 수 있다’고도 한다”며 “하지만 그렇게 돈이나 프로그램에 집중할 게 아니라 교육과정과 수업 변화에 방점을 찍고 봐야 한다”고 했다. “교사들한테 수업에 집중하도록 연구비용을 준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혁신학교의 한 모델로서 일종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거죠. 그리고 혁신학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어떤 한 학교에만 주목하거나 몰려가는 학부모들도 계시는데 중요한 건 각 혁신학교 모델, 사례가 널리 확산되는 겁니다. ”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뭘까? 교육 관련자들은 “교육 주체가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안학교이면서 혁신학교인 이우학교의 이수광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뿐 아니라 교사들의 자기효능감 상승도 혁신학교의 성공을 보여준다”고 했다. “교사로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구실을 하고 있고, 아이들을 만남으로써 아이들이 변하고 있고, 자신이 하는 교육 활동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걸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자연스럽게 자기효능감을 느끼고 행복해해야 혁신학교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 걸어온 길

2012년, 200개교로 늘 예정

» 타 시·도의 경기도교육청 벤치마킹 사례
경기도교육청의 혁신학교는 2009년 9월에 첫 출범했다. 성남 보평초, 양평 조현초, 고양 고양중, 고양 덕양중 등 경기도내 초등학교 7개교, 중학교 6개교 총 13개교가 1차로 문을 열었다. 혁신학교 개교 뒤에는 21세기 교육을 위한 새로운 학교 만들기 연구, 미래형 학교교육 운영 방안 연구 등 정책 연구를 비롯해 혁신학교 직무연수와 워크숍, 학부모 대상의 워크숍 등이 진행됐다. 또 전문가들로 구성된 혁신학교 컨설팅단을 조직해 혁신학교의 질을 관리하고, 운영 개선에도 힘썼다.

혁신학교는 2010년 43개로 늘었다. 보평초, 덕양중, 분당 이우고 등이 거점학교로 지정돼 혁신학교에 필요한 관련 정보 및 교육활동 등을 공유했다.

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이룬 성과 가운데 하나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교육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2009년 초등학교의 경우 69.8%였던 만족도는 85.78%로, 중학교의 경우는 49%에서 67.94%로 높아졌다. 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도 감소했다. 2009년 경기도 전체 학생들 가운데 기초학력 미달자는 전년 대비 0.26% 줄었는데 혁신학교의 경우는 1.7% 감소했다. 전체 중학교생 가운데 기초학력 미달자는 2.5% 줄었지만, 혁신학교의 경우는 4.14%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경기도교육청의 혁신학교 사례는 다른 시·도교육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래픽 참고)

경기도교육청은 2011년 상반기에 예비지정학교 11곳을 포함해 77곳의 혁신학교를 운영할 예정이다. 또 2012년까지 혁신학교를 200곳으로 확대·지정하고 학교 혁신의 성공 모델을 확산시킬 예정이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