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시골 깡촌학교, '화제의 고등학교' 되다

choib 2011. 1. 1. 18:32
시골 깡촌학교, '화제의 고등학교' 되다
[중앙일보] 2010년 12월 31일(금) 오후 02:47   가| 이메일| 프린트
[중앙일보 유혜은]

 

함창 고등학교 전경

인구수 7000여명 남짓한 한 시골 읍에 경사가 났다. 경북 상주시 함창읍에 위치한 함창 고등학교에서 서울대학교 합격자를 '2명이나' 배출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 재학중인 곽인모(인문계열-기회균형선발전형)군과 최상민(생명과학부-지역균형선발전형)군은 2011학년도 서울대학교 수시모집 전형에서 나란히 합격하는 영광을 안았다.

'2명?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학원, 즉 '사교육 시설'이 단 한 개도 없는 '깡촌'에서 서울대 진학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수한 학생들이 상주, 문경 등 시내 고등학교로의 진학을 선호해 함창고는 '어쩔 수 없이 가는 학교'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상주시에 소속된 전체 고등학교의 재학생 중 서울대 진학에 성공하는 학생은 매년 약 2-3명에 그친다. 그런데 올해 함창고에서만 서울대 합격자가 2명이 탄생하며 인근 중학교의 학생들과 학부모 사이에서 '화제'의 고등학교로 회자되고 있다. 동시에 이 학교의 운영 방침과 교육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화중 함창고등학교 교장

함창고 주화중 교장은 "합창읍 학생들은 과외는 물론 그 흔한 학원조차 다니기 어렵다. 학원을 가려면 시내로 나가야하는데 그 시간만 왕복 2-3시간이 소요된다"며 "효율적인 공부와 규칙적인 학습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기숙사 운영에 사활을 걸었다"고 비결을 전했다.

함창고의 기숙사 수용인원은 총 212명으로 전교생 360명 중 절반 이상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아침 기상부터 저녁 취침까지 정해진 계획표에 의해 생활한다.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강요를 한다거나 압박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 스스로가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었던 심야 자율학습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2011학년도 서울대학교 수시모집 전형에 합격한 최상민(左) 곽인모(右)

이 외에 주말에도 전교생이 등교하여 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보충수업을 받고 있으며 주요과목에 대한 무료특별수업, 또한 병영체험·과학토론동아리·대학캠프참가·해외탐방 등 개인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우수한 성적의 학생 33명은 공부방 운영과 함께 특별지도를 받고 있다.

이같은 학교의 노력으로 마침내 2명의 학생이 동시에 서울대학교에 합격하며 학교는 온통 축제 분위기다. 이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뤄낸 결실이라 더욱 뜻깊은 의미가 있다.

함창고 서홍원 행정실장은 "이번 경사는 학교·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와 동문회, 지역주민 모두가 힘을 합한 결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함창읍 주민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무척 뜨겁다. 단순히 명문대를 진학시켜야 한다는 욕심이 아닌 '교육의 발전이 지역의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마인드 때문이다. 이에 함창읍 주민들은 십시일반 뜻을 모아 '고동람장학회'를 설립해 매년 함창고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동문회 역시 후배들의 면학에 관심이 많다. 동문회장 신기철(17회졸업)씨는 "동문들과 힘을 합쳐 매년 장학금을 마련하고 있다.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재단법인 장학회 설립을 추진중"이라며 "후배들의 이번 선전에 오히려 우리가 큰 힘을 받았다. 대견스러울 뿐"이라고 기뻐했다.

'Boys, be ambitious!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함창고 주화중 교장이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정의로운 야망'을 가질 것을 당부하고 싶다"며 "학교 역시 학생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유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