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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공부는 어떻게?

'SMART 원칙'따라 공부 시간·분량 정해야

'SMART 원칙'따라 공부 시간·분량 정해야


[중앙일보 박길자]

엔지니어가 꿈인 허선웅(서울 구룡중3)군. 서울대 공대 진학이 목표다. 평균 성적 70점대인 선웅이는 고1 때 내신 등급을 1등급으로 올리기 위해 공부 습관부터 점검했다. 선웅이의 공부 주적(主敵)은 TV. 시험 때도 책 대신 리모컨을 켰고, 하루 5시간씩 TV를 볼 만큼 중독돼 있다.

◇자녀와 학습목표 수준 합의 필요=선웅이는 겨울방학 중 ▶TV 프로그램 하루 2개 시청 ▶매일 개포도서관에서 공부하기 ▶국어·영어·수학 고교 1학년 1학기 과정 선행학습 등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도서관에 매일 오전 8시30분에 ‘출근’해 오후 2시30분 ‘퇴근’했다. 영어문법 1시간, 독해 1시간을 공부한 후 단어 50개씩 외웠다. 수학학원은 끊었다.

숙명여대 송인섭(교육심리학) 교수는 “공부 목표는 보통 성적으로 잡지만 허군처럼 공부시간이나 분량으로 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목표는 ‘SMART’ 원칙에 따라 세우는 게 좋다. 구체적이고(Specific), 측정 가능하며(Measurable), 성취 가능하고(Attainable), 자신과 관련이 있으며(Relevant), 기한이 있는(Time-specific) 목표여야 한다. 예컨대 ‘2월에 매일 3시간씩 수학을 공부해 새 학년 교재를 2회 이상 푼다’는 식으로 분명해야 한다. 송 교수는 “높은 수준의 목표를 정하면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며 “목표 수준이 부모의 기대에 못 미쳐도 자녀와 합의 아래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자녀 ‘상벌 규칙’ 효과적=선웅이는 “부모님과 상벌 규칙을 정한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용돈을 한 달 4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려 받고, TV 시청 약속을 1회라도 어기면 5만원 깎기로 했거든요.” 선웅이는 요즘 부모와의 ‘약속 목록’에 없던 EBS 인터넷 강의도 듣고 있다. 공부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자기 주도 학습이 몸에 뱄기 때문이다.

상벌 규칙은 자녀가 제안토록 하는 게 좋다. 여기에 부모의 의견을 보태 서로 동의할 수 있는 계약을 만든다. ‘약속을 못 지킬 땐 용돈을 깎거나 일주일간 게임을 금지한다’ 같은 방식이 좋다. 공부 방법 약속도 함께 정한다. ‘어휘 테스트에서 80점 이상 맞아야 공부한 것으로 인정한다’ ‘선생님의 문법 강의 내용을 노트에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공부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식으로 정한 후 역시 상벌 규칙을 정하면 효과적이다.

지나친 잔소리는 학습동기를 꺾는다. 약속이 하루 이틀이라도 지켜지면 자녀를 칭찬해 준다. 부모가 함께 약속을 정한 뒤 ‘사실 이 정도는 부족하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금물이다.

◇공부일지부터 써라=평소 공부 계획을 짜지 않다가 주·월간 학습계획표를 만들긴 쉽지 않다. 공부일지를 쓰는 습관을 들이면 효율적이다. 탁상용 다이어리에 그날치 공부 내용을 기록하면 된다. 자신이 어떤 시간에 공부에 집중하고, 공부 분량은 얼마만큼 소화하는지 알면 체계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공부 계획은 최소한 70%는 실천해야 한다. 에듀플렉스 이병훈 교육개발본부장은 “1시간 공부 내용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려면 3시간의 자기 공부가 필요하다”며 “예습 30분, 배운 직후 1시간 복습, 재복습 1.5시간의 비율로 자기 공부 시간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박길자 기자 dre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