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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교도 학원도 안 챙겨줘요” 내신 중위권 고3들의 설움

“학교도 학원도 안 챙겨줘요” 내신 중위권 고3들의 설움

현충일인 지난 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가천대 예음홀에서 열린 ‘대입 적성고사 입시 설명회’. 가천대·고려대(세종)·수원대·한성대 등 자체적으로 적성고사를 실시해 입학생을 뽑는 11개 대학이 수험생들에게 자기 대학 ‘적성고사’를 안내하는 자리였다.

이날 강당은 전체 1000석이 행사 시작 1시간 전 수험생과 학부모들로 채워졌다. 가천대는 1000명 정도를 예상했다. 그런데 사전 신청 접수에 5000명 이상이 몰렸다. 어쩔 수 없이 선착순 1300명만 추려 설명회에 오게 했다. 경남 거제시에서 전날 다섯 시간 버스를 타고 상경한 고 3 김모 군은 “내신 4.5등급”이라며 “나 같은 중위권 수험생이 지망하는 대학에선 적성고사를 많이 치르는데 학교는 물론 학원에서도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중위권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 대학 입시 제도가 중위권에 불리하게 바뀌고, 학교에서 중위권 학생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며, 중위권 수험생을 위한 정보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안연근 서울진학지도협의회 회장(잠실여고 교사)은 “수시모집에서 내신이 중요한 학생부 위주 전형이 크게 늘면서 중위권 학생들이 대입 문턱을 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자부활전 가능한 전형 늘려야”

수년째 대입 전형에서 학생부 위주 전형은 크게 증가했다. 전국 4년제 대학 총 모집인원의 63.6%(22만4166명)에 이른다. 반면 ‘내신 불리’를 만회할 수 있는 수능 중심의 정시는 꾸준히 줄어 26.3%(9만2652명)에 그친다. 중위권 학생에게 ‘한 줄기 빛’과 같던 적성고사 전형마저 줄고 있다. 2014학년도 대입에선 28개 대학에서 총 1만6192명을 이 전형으로 선발했다. 올해는 이런 인원이 12개 대학 4882명으로 줄었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진학교사는 “수능으로 뽑는 인원이 감소하고 적성고사도 줄어들어 중위권 학생들이 도전할 만한 대입 전형 자체가 드물어졌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 가운데 상당수 고교는 내신 1, 2등급의 상위권 학생에게만 관심을 쏟는다. 중위권 학생들은 대입 정보에서도 소외된다고 호소한다. 이날 설명회에서 만난 충남 천안의 일반고 3학년 조모 양은 “우리 학교엔 ‘드림반’이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내신 상위 10% 애들만 들어간다. 드림반은 진학상담을 자주 받는데 나 같은 중위권은 학교에서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서운해했다.

‘중위권 소외’ 현상에 대해 학교가 대입 제도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자성론’도 나온다. 주석훈 서울 미림여고 교장은 “학교와 교사가 수업을 발표·토론·프로젝트 등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바꾸고, 성적에 구애받지 않고 수업 중 발표·토론 등을 열심히 하는 학생의 활동을 충실히 학생부에 기록해 줘야 하는데 솔직히 그렇게 안 하는 학교가 많다”고 지적했다.

최승후 파주 문산고 3학년 진학부장은 “3학년에 올라와 목표를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도 많다. 패자부활전의 의미에서라도 이런 학생들에게 적합한 적성고사 등의 전형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