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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올해는 ‘불수능’… 국어-수학 신유형 늘고 고난도 문제 많아

올해는 ‘불수능’… 국어-수학 신유형 늘고 고난도 문제 많아

[동아일보]
[2017학년도 대입 수능]

○ 영역별 출제 경향-난이도

“우리딸 고생 많았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온 딸을 엄마가 힘껏 끌어안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어 수학 영어 모두 상당히 변별력 있게 출제돼 2015학년도 ‘물수능’ 때처럼 최상위권이 정시를 지원할 때 혼란을 겪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윤기영 서울 충암고 교사)


 17일 실시된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고 올해 6,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약간 어렵거나 비슷하게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불수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국어… 못보던 유형-낯선 시… 지문도 길어 당황

 국어는 6,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비슷하지만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용진 서울 동국대부속여고 교사는 “6, 9월 모의평가(각각 만점자 0.17%, 0.10%)보다 만점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독서’가 특히 어려웠다. 16번(홀수형 기준)은 철학자 포퍼와 콰인이 모두 ‘아니요’라고 답변할 질문이 무엇인지 물었다. 김 교사는 “문제는 단순한데 그동안 나오지 않은 형태고, 내용을 심도 있게 이해해야 풀 수 있는 유형”이라며 “지문도 2000자 정도로 매우 길었다”고 설명했다.

  ‘문학’ 21번과 31번도 신유형이었다. 조영혜 서울과학고 교사는 “31번은 공간이라는 개념어를 바탕으로 현대시와 희곡을 함께 감상하는 새로운 형태”라며 “두 지문 모두 EBS에 나오지 않았는데 학생들은 특히 낯선 시를 힘들어해 김수영 시인의 ‘구름의 파수병’을 보고 당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독서’ 지문이 매우 길고 EBS와의 연계성이 떨어졌다”며 “보험과 관련된 사회지문은 6문항(37∼42번)이나 나와 3점짜리 39번이 변별력이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수학… ‘가’형 30번 까다로워… 만점자 줄어들듯

 수학도 9월 모의평가보다 어렵게 출제됐다. 바뀐 교육과정 탓에 출제 범위가 달라져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지난해 수능(만점자 비율 A형 0.31%, B형 1.66%)과 비교해도 어렵다는 평가다. 기본개념과 원리를 정확히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았다. 이과생이 주로 치르는 ‘가’형은 9월 모의평가 때보다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을 가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만기 경기 판곡고 교사는 “대개 고난도 문제는 객관식 맨 마지막 문제(홀수형 기준 21번)와 단답형 마지막 2개(29, 30번)인데 이번에는 20번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30번은 신유형이자 고난도 문제로 꼽혔다. 조 교사는 “미분법을 활용해 극값을 찾아 함수를 추론하는 문제로 여러 개념을 이해해야 답을 구할 수 있어 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형에도 개념과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았다. 유제숙 서울 한영고 교사는 “19번은 신유형이고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추론 문제인데 6, 9월 모의평가 때도 ‘확률과 통계’에서 나와 집중적으로 공부한 학생은 잘 풀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20, 21, 30번이 고난도로 꼽혔다. 조 교사는 “새 교육과정에는 과거에 비해 빠진 개념이 많고 새로 도입된 공식은 이번 수능에서 출제되지 않아 재수생에게 불리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영어
… 빈칸 추론 2문제 등 9월 모평보다 어려워

 영어의 체감 난도는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어려운 수준이었지만 9월 모의평가보다는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EBS 연계율은 73.3%로 모든 영역 중 제일 높았다. 듣기 15문제(전체 17문제), 읽기 18문제(전체 28문제)가 연계됐는데 직접 연계는 8문제였다. 나머지는 EBS 교재의 지문과 주제, 소재, 요지가 유사하고 단어나 문장이 쉬운 다른 지문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간접 연계됐다.

 전문가들은 읽기 영역 빈칸 추론이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한 서울 양정고 교사는 “빈칸 추론 4문제 중 2개가 EBS와 연계되지 않았다”며 “특히 33번(홀수형 기준)은 사랑과 존중이라는 철학적 개념이 제시되면서 단순 해석만으로는 풀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상위권의 변별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성호 인천 숭덕여고 교사는 “‘윗글의 빈칸에 들어갈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이라는 42번 문제는 지난해 수능에서는 한 개 단어만 고르면 됐는데 이번에는 2개였다”며 “신유형이지만 6월 모의평가 때 한 번 연습해서 그렇게 새롭게 느끼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평가연구소장은 “전반적으로 지문 수준이 높아졌고, 특이한 소재를 다뤄 중하위권 학생에겐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한국사모평보다 약간 난해, 탐구과탐 작년과 비슷

 올해 처음 필수 영역으로 지정된 한국사는 평이한 수준에서 출제됐지만 지나치게 쉽다는 평가를 받았던 6, 9월 모의평가보다 약간 어려워졌다. 이범석 서울 숭실고 교사는 “모의평가가 너무 쉬워서 학교 수업도 필요 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는데 그때보다는 체감 난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사는 절대평가로 50점 만점 중 40점 이상만 받으면 1등급이다. 앞선 모의평가에서는 그 비율이 각각 28.95%, 32.50%였다.

 이 교사는 “답에서도 세부 지식을 놓고 고르라는 문제가 다수 나왔다”며 “한 사건에 대해 다양한 자료를 읽었어야 풀기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수생 오지수 씨는 “모의평가 때는 술술 풀었는데 이번엔 막히는 게 많았다”고 했다.

 사회탐구는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수능보다는 어려웠다. 이종서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선택 인원이 가장 많은 ‘생활과 윤리’는 9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쉬웠고, 사회·문화는 난도가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학탐구는 9월 모의평가, 2016학년도 수능과 비슷하거나 약간 어렵게 출제됐다.

세종=최예나 yena@donga.com / 노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