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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어려웠다" 수험생들 '불수능' 토로…과목별 의견 '분분'

"어려웠다" 수험생들 '불수능' 토로…과목별 의견 '분분'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서울 종로구 덕성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빠져나와 친구들과 포옹하고 있다. 2016.11.1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2017 수능 끝…교문 앞 학부모들 자녀격려
학생들 "주말 집회 참가하겠다" 응답 많아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김일창 기자,윤수희 기자,정재민 기자,김태헌 기자 =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7일 오후 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시험장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학생들은 대체로 홀가분한 표정으로 교문을 나섰지만 일부 학생들은 '시험을 망쳤다'며 울상을 짓거나 고개를 떨구고 걸어나오기도 했다.

제2외국어 응시자가 없는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는 탐구영역이 끝난 오후 4시40분을 조금 넘긴 시간부터 학생들이 조금씩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한우자조금에서 나와 나눠주는 한우버거를 받아들거나 함께 시험을 본 친구들과 교문 앞에서 만나 서로 포옹을 나눴다.

이날 오전 김영욱 수능 검토위원장은 "지난 6월, 9월 모의평가와 유사한 수준에서 수능을 출제했다"고 말했지만, 시험을 보고 나온 학생들의 난이도에 대한 의견은 대체로 '어려웠다'는 평가 속에 의견이 다소 분분했다.

시험 난이도에 대해 노민수군(18)은 "과학탐구 과목이 어려웠다. 국어와 영어는 어려운 줄 모르겠고, 수학은 가형을 봤는데 보통 수준이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태훈군(18)은 "전반적으로 다 어려웠고, 6·9월 모의평가보다 어려웠다"며 "영어는 단어 빼고 괜찮았고, 국어와 수학도 어려웠다. 점수가 불확실해 계속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준군(18)은 "국어는 쉽고 수학·영어가 어려웠다"며 "수학은 체감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모의평가보다는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본 수험생들도 대체적으로 언어영역이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자연계열이 주로 시험을 치른 이곳에서는 언어영역 외에도 과학탐구 영역에서 어려움을 느꼈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오후 4시38분쯤 처음으로 교문을 나선 신도림고 김모군(18)은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며 "과목 중에서는 언어영역이 특히 어려웠다"고 밝혔다.

김군은 "언어연역 비문학지문이 특히 까다로웠고 시 같은 경우는 보긴 봤지만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작품"이라며 "시간이 부족했다는 친구들이 많았던 만큼 언어영역 변별력이 상당했다"고 덧붙였다.

김군은 그밖에도 수리영역은 6월과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에서, 외국어영역은 EBS와의 연계율이 높아 괜찮았다고 밝혔다.

구일고의 김모군(18)은 외국어영역과 과학탐구 영역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김군은 "영어는 시간이 모자랐고 생명과학1과 지구과학1에서는 생명과학이 어려웠다"고 체감 난도를 밝혔다. 그러나 김군 역시 "언어영역은 비문학이 어렵게 출제돼 난도가 상당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이번 수능을 '불수능'이라며 모든 과목이 어려웠다고 밝힌 학생도 있었다. 강모군(18)은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 모두 다 어려웠다"며 "친구들기리 '불수능'이라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학생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오후 4시50분쯤 처음으로 교문을 열고 나선 세화여고 3학년 박모양(18)은 "기분이 후련하다. 집에 가서 빨리 채점해보고 엄마가 해 준 밥을 먹고 싶다"며 "난이도는 무난했지만 대체로 영어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권우인양(19·여)은 "모의고사와 비슷했지만 사회탐구영역은 사람마다 어렵게 느꼈을 수도 있다"며 "뒷자리 수험생이 사회탐구영역에서 부정행위로 퇴실당한 뒤 복도에서 울음소리가 들려 마음이 뒤숭숭해 집중이 잘 안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도 전반적으로 이번 수능에 대해 '평소보다 어려웠다'는 반응이었다.

수험생 김모군(18)은 "국어부터 '멘붕'이 왔다"면서 "그때부터 수학과 영어가 다 말린 느낌"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수험생은 어머니에게 "국어는 잘 봤는데 믿었던 영어에서 죽을 쒔다"며 "평소에는 시간이 모자라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아슬아슬하게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재수생 이모군(19)은 "6월, 9월 모의평가보다 어려웠다고 느꼈다"면서 "못 보던 유형의 지문이나 문제도 있어 다양한 문제를 접해본 재수생에게 유리할 것 같다"고 밝혔다.

수험생 최모군(18)은 "국어에서 긴 지문이 나와 당황했다"라면서 "나머지 영역은 모의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종료된 17일 오후 경북교육청 82지구(안동지구) 제5시험장 안동성희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2016.11.17/뉴스1 © News1 피재윤 기자
시험이 끝날 시간이 되자 교문 바깥은 시험이 끝난 수험생을 기다리는 학부모 등으로 가득찼다.

일찍 해가 떨어지는 겨울이다 보니 아침보다는 쌀쌀한 날씨 속에 학부모들은 서로 초조하고 굳은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거나 팔짱을 낀 채 교문 안쪽을 응시했다.

반포고 교문을 나서던 한 여학생은 기다리던 아버지와 눈이 마주치자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아버지는 딸을 꼭 안아주며 "수고했다"는 말을 건넸다.

박모씨(52·여)는 "우리 딸이 재수를 했다. 지난해에는 딸이 시험 도중에 나왔다. 딸을 보내놓고 성당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었다. 작년 기억 때문에 올해는 교문 앞에서 계속 딸을 기다렸다"며 "이번에는 시험 끝나고 나온 딸을 꼭 안아주고 싶다. 집에 가서 밥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휴가를 내고 딸을 기다렸다는 한 어머니는 "어머니 49제까지 치러서 나도 너무 힘들었다. 남들만큼 챙겨주지 못한 딸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고3 엄마가 되기 전엔 해줄 수 있는 일이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되고나니 끝까지 믿어주는 것 밖엔 해줄 수 있는게 없었다"고 말했다.

동성고 앞에는 수험생을 기다리는 학부모 가족 등 50여명 기다리고 있었다.

김모씨(48·여)는 "수능이 대체로 어렵다는 평가가 많던데 걱정이다"라면서 "특히 아들이 국어를 잘했는데 국어가 어렵다고 하니 1교시부터 평정심을 잃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차마 잘봤냐고는 묻지 않을 것"이라면서 "나오는 아들 표정만 봐도 눈물이 날 것 같지만 1년 동안 수고했다는 말을 가장 먼저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수험생의 과외 선생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서연씨(24·여)는 "평소대로 잘 봤으면 좋겠다"며 "수학을 잘했는데 모의평가보다 어렵다는 평가가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평소 학생이 국어가 약했는데 어렵다고 하니 차라리 잘 된 것 같다"고 밝혔다.



2017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경북 80지구 제6시험장인 포항제철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2016.11.17/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한편 시험을 마친 수험생 가운데 이날 저녁 보신각 앞에서 청소년단체 주최로 열리는 촛불집회나 주말에 광화문에서 열릴 촛불집회에 참가하겠다고 답한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여의도고에서 시험을 치른 한 학생은 수능 전날인 16일 교실에서 친구들과 '참여해야 한다 vs 아니다'로 열띤 토론까지 벌였다고 밝혔다.

박모군(18)은 "'최순실 게이트'가 학생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수능 전날인 어제도 친구들과 교실에서 이번주 토요일 집회에 나가자 말자는 것으로 심각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군은 "저는 이번주에 촛불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조금이라도 나라가 정상화되는 것에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가족과 함께 나가기로 약속한 학생도 있었다. 어모군(18)은 "이번 사태를 두고 가족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며 "수능이 우선이니 일단 시험에 집중하기로 하고 (시험이) 끝나는 토요일에 가족과 함께 촛불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친구 두 명과 함께 시험장을 빠져나오던 신모군(18)은 "지금 너무 피곤해서 참석할지 말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한 친구가 "제가 친구들 끌고 이번주에 꼭 참석할거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포고에서 시험을 친 권모양은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허무하기도 했다. 이렇게 노력해서 무엇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주말에 친구들과 함께 촛불집회에 가기로 했다. 지금은 (집회에)안 가는게 이상하게 느껴지는 분위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hm3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