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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온 마을이 학교....강원도서 새로운 실험 진행

온 마을이 학교....강원도서 새로운 실험 진행

도 교육청과 생명평화연대 등 12개 단체와 협력 프로젝트

16.09.21 10:20l최종 업데이트 16.09.21 10:20l 고영준(joy1979)

마을이라는 관계망을 토대로 한 삶의 교육이, 오늘 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고 본질적인 교육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의 전반을 학교에만 의지하지 않고, 마을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함께 돌보고, 성장에 필요한 지원을 고민하고, 때로는 따끔한 잔소리로 자연스러운 인성교육의 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 '마을공동체교육'이다.

강원도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마을 중심 교육자치를 구현하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들이 있다. 이들의 활동은, 특히 날로 학생 수 감소를 겪고 있는 강원 농촌 지역에서 작은 학교들과 공동체성이 붕괴되어가는 농촌마을공동체가 더불어 거듭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양한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도 교육청이 이에 주목했다. 마을공동체교육운동을 펼치고 있는 생명평화연대 등 12개 모임은 강원도교육청과 협력하여 '온마을학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 운동회 때 공연하는 마을아이들 마을잔치에 웃음을 더해주는 아이들의 공연
ⓒ 고영준

농촌지역 교육문제, 마을공동체로 풀어가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온마을학교는 지역 교육문제를 학생, 학교, 학부모, 주민이 함께 논의하고, 방과후, 주말, 방학 중에 지역과 함께 하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지속가능한 마을교육공동체 문화를 형성해나가는, 마을 안 새로운 학교이다.

다시 말해, 학교와 마을이 함께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돕는 것이다. 도 교육청의 이 같은 정책은 공교육 변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고, 혁신학교를 통한 교육 성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농촌지역 교육 발전의 해법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병희 교육감은, 강원도형 마을교육공동체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난 6월 28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가장 좋은 학교는 마을과 함께 하는 학교"라며 "마을을 살아 있는 배움터로 만들고, 마을 선생님을 모시고, 지역에서 살아갈 강원도 참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했다.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한 지역사회 발전이라는 목표를 제안한 것이다.

온마을학교 지원사업 공모에 도내 49개 단체가 응모하여 높은 관심을 보였고, 심사를 거쳐 8월 8일 12개 모임이 선정, 발표되었다. 모두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십 수 년 째 강원도 곳곳에서 주민 자치로 자리잡아온 풀뿌리 모임들이지만 예산의 한계로 12개 단체만 지원이 확정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교육청 담당자인 김익록 장학사는 "이번 12개 단체와의 협력 사업을 통해 강원도형 마을교육공동체의 다양하고 훌륭한 모델들이 만들어지고, 강원도 마을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을공동체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강원도 12개 단체
홍천 <생명평화연대>(서석면 청량초), <깍두기처럼>(남면 협신초)
춘천 <뒤뜨르도서관>(후평동 호반초), <지암두레>(사북면 지암초),
     <사회적협동조합 그루>( 춘천 전역),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신북면 송화초),
     <금병초 비단병풍사회적협동조합>(신동면 금병초)
강릉 <강릉청소년마을학교 '날다'>(강릉 전역)
원주 <서곡교육네트워크>(판부면 서곡초)
양구 <원당 반딧불이공동체>(동면 원당초)
횡성 <검은들 맛난 학교>(공근면 수백초)
태백 <한밝뫼산촌유학학교협동조합>(동점동)

아이들 배움과 성장을 돕는 마을로

교육 행정 및 재정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교육부가 소규모 학교 통폐합 기준을 강화해, 교육부 기준에 따라 인구수가 많지 않은 농어촌지역에는 학생 수에 따라 문 닫을 위기에 놓인 학교가 많다. 강원도 전체 학교 673곳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5%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민병희 교육감은 "작은 학교는 학생들의 큰 꿈이 자라는 배움터이고, 주민과 동문들에겐 마음의 고향이다"며 "작은 학교를 지켜내, 무너지는 지역공동체를 복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부모들이 함께 하는 방과후배움터 마을의 아이를 내아이 남의 아이 가르지 않고 함께 키우는 방과후 배움터.
ⓒ 고영준

농촌이든 도시든 학교와 마을공동체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마을공동체성 붕괴는, 날로 경쟁과 서열화로 치닫고 있는 오늘 교육의 위기와도 직결된다.

곳곳에서 주민 자치로 마을공동체교육이 실현된다면, 삶의 현장에서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얻는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생명과 생명이 이어진 농촌지역에서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면, 자녀 교육을 염두한 젊은 귀농귀촌인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